[인터뷰] '싱크홀' 김성균, 그에게도 반지하 살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뷰] '싱크홀' 김성균, 그에게도 반지하 살던 시절이 있었다
  • 조설희 기자
  • 승인 2021.09.17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코로나19 시국으로 영화계가 좀처럼 기지개를 못 켜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 7월 말부터 ‘모가디슈’의 흥행을 시작으로 극장가에 점점 관객들의 활기가 불고 있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을 다뤘지만, ‘싱크홀’(감독 김지훈)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 영화다. 재난 상황에 극중 인물의 재치 있는 입담을 첨가해 조금 가볍게 상영할 수 있다.

김성균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녀가 있는 입장에서 부성애 코드, 그리고 아들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는 설정에 끌려 ‘싱크홀’에 출연하게 됐다.

그가 맡은 동원은 주변에 있는 그저 평범한 아저씨다. 그러나 장르가 코믹이다 보니 촬영을 하며 서서히 욕심이 생겼고 웃기거나 돋보이려 했더니 되려 김 감독으로부터 “눈빛이 서늘하고 무섭다. 와이프 때리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김성균은 부드럽고 선한 서민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짓궂은 장면에서 서늘해 보이지 않으려 했다.

SF나 블록버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김성균은 동원이라는 평범한 역할로 분하면서 재난 환경 속에 자신이 들어가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만족감을 얻었다. 평소 일상적인 인물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찾고 싶어 한다는 그는 이번 ‘싱크홀’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생했다는 몸짓과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재난 전후의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앞날을 알고 있는 느낌으로 찍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는 “다음에 재난 영화를 찍을 땐 뒤의 재난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연기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더 큰 스케일의 재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 캐릭터 모두 감사하고 애착이 가는데, ‘싱크홀의 동원 역할이 인생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김성균은 실제로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이번 동원을 연기하면서 과거 시절이 생각났을 것 같은데, 그는 실제 서울에 처음 집을 마련했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물음에 “극중 ‘11년 만에 이사 왔는데 방이 3개야’라는 동원의 대사가 있는데 저도 동원처럼 반지하에서 올라왔었다. 처음 집이 생겼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사 갈 집이 장판도 없고 벽지도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공사가 덜 된 집에 이불만 가지고 가서 잘만큼 바라만 봐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세 자녀와 아내, 그리고 김성균이 사는 집은 다소 너저분하다고 한다. 집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된다 생각하는 그는 초반에는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보면서 예쁘게 집을 꾸며보려 했으나 뜻대로 잘되지 않자 곧 깔끔한 인테리어가 스트레스가 됐고 집이 편하다는 생각이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만 정리하고 그 외에는 자유롭게 사는 편이다.

실제 두 아들이 있는 김성균은 극중에서도 외동아들 수찬(김건우)이 있다. 아들과 재난 장면을 찍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처음에는 수찬이가 남의 자식이니 촬영할 때 계속 안거나 업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남의 새끼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 남의 애한테는 화를 잘 낼 수가 없는데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 때문에 친엄마가 현장에 계시는데도 ‘수찬아 이거 잡아! 아빠 똑바로 잡아!’라고 수시로 외쳤다”고 했다.

이어 “애가 너무 까불더라. 지금은 듬직해졌는데 촬영 당시 애가 잠시도 가만히 안 있더라”라며 “처음에는 정신이 없어서 진땀을 뺐다. 그런데 재난 상황(촬영)에 들어가니까 말이 없어지고 집중하더라. 조금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 외 같이 호흡을 맞춘 차승원과 이광수 등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성균은 “저도 친해져야 연기를 하는 편이라 초반에는 어려웠다. 차승원 배우는 영화계의 오랜 선배고 광수는 아시아 프린스여서 걱정했는데 전혀 걱정할 게 아니었다”고 입을 뗐다.

김성균은 “촬영하며 흙 속에 파묻히고 같이 구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됐다. 지금은 유격훈련을 4~5개월 함께한 전우애 느낌이다”라며 “코로나 창궐 이전이라 승원 선배님이 촬영 끝나면 국물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등 자리를 항상 마련해 주셨다. 촬영 후 따듯한 물로 씻고 따뜻한 음식을 맞이했다. 때문에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을 꼽자면 싱크홀일 거예요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에 놀란 적 많았죠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김성균이 ‘싱크홀’로 본 ‘코믹 연기 선배’ 차승원은 강단이 좋은 것과 일상 속 농담조차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최근 집에서 자녀들과 차승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선생 김봉두’를 시청했는데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 “역시 차승원 선배님”이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다고 했다.

이광수에 대해서는 “늘 자기 자리에 앉아서 신을 연구한다. 그래서 감독님께 비교를 많이 당했다”고 전했다. 김성균은 “감독님이 광수를 늘 칭찬했다. ‘광수는 현장에서 핸드폰도 안 꺼낸다’라는 말에 숨어서 핸드폰을 했다”면서도 “배울 게 많다. 사석에서 광수가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데 필름 카메라로 찍어준다, 8~90년대 느낌이 나도록 찍어주는 낭만적이고 멋진 친구”라고 첨언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크게 주목받은 뒤 이내 친근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김성균은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굉장히 운이 좋은 행운의 사나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인 김성균을 다시 만나면 ‘10년 뒤에도 배우를 하고 있을 테니 차분히 하되 열심히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에 대해 “10년 전에는 삶이 너무 불안했고 배우라는 직업도 내 자리가 아닌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젠 더 길게 보고 열심히 하려는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광수는 이번 ‘싱크홀’을 하고 싶다며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데, 저는 늘 작품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나도 기다리지 말고 찾아서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