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 영화에 연쇄살인마 역할을 맡게 됐다. 자리와 캐릭터 두 가지에 부담을 느꼈던 탓일까. 위하준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했다.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는 음소거 추격 스릴러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목격자 경미(진기주)와 오직 살인이 목적인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첫 주연 영화이기도 하고 연쇄살인마 역할이기에 위하준은 살인마의 심리를 이해해야 했다. 이에 본격 촬영에 들어가기 전 프로파일 관련 서적과 유사 장르에 출연했던 선배 배우들의 살인범 연기를 폭넓게 참고해 모티브로 삼았다.
또 타 작품 속 연쇄살인범과의 차별점도 부각시키고 싶은 마음에 도식의 예민함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등 권 감독과 상의하며 역할에 임했다.
지난 21일 진행된 '미드나이트' 기자간담회에서 위하준은 도식에 대해 "사람들을 기만할 땐 확실히 기만하고 경미 앞에선 살인을 즐기는 절대적 우위에 있다"면서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관전 포인트, 당연히 속도감 있는 추격신이죠!"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듯했다. 그는 이어 "역할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도식을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었기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었고, 도식의 섬뜩한 눈빛을 유지하고 싶어 늘 예민했었고 안 좋은 꿈도 많이 꾸고 예민해졌었다"면서 "아름다운 여배우분들(진기주, 길해연, 김혜윤)에게 못되게 해야 됐다 보니 미안한 마음도 컸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위하준이 '미드나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여러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유사 장르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임팩트가 강했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 도식과 비슷한 목소리 톤과 이미지를 지녔다 생각했고,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최근 스타포커스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꿈을 이룬 기분이었고 '어떻게 캐릭터를 이끌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살인마 연기'라는 점이 스스로를 괴롭혔지만, 친구들을 만나 밝은 것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너무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라 열심히 찍긴 했는데, 촬영하면서 경미를 비롯한 극 중 다른 인물들의 심경을 자꾸 이해하려 해서 힘들었다. 악을 가하는 장면의 촬영이 끝나면 자괴감이 들기도 했는데, 다행히 주변 동료들 덕분에 잘 해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사하게도 드라마에서는 착한 역할로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서만큼은 어떤 캐릭터든 스스로 좋다고 생각되면 도전하고 싶어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거의 모든 장면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는 위하준은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오프닝을 꼽았다. 그는 "장르 특성상 밤 촬영을 많이 했다. 해뜨기 전에 찍었어야 됐기에 시간에 쫓겨 빠르게 찍었던 적이 많았고 그렇다 보니 다시 촬영하고 싶은 아쉬움도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는 경미가 자신에게 호소하는 장면을 택했다. 위하준은 "도식 입장에서 그러면 안 되는데, 눈앞의 경미가 애절하게 호소하는 모습에 촬영하면서 실제로 울컥했고 '훌륭한 연기를 하는구나' 싶었다"며 "관객분들도 해당 장면에서 경미에게 연민을 느끼고 경미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거의 모든 장면에서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진기주에 대해서는 '눈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칭했다. 위하준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배우다. 털털하고 쿨해서 남사친 같다"면서 "기주 씨가 경미를 잘 준비해 줘서 저 또한 도식을 잘 표현했던 것 같다. 연기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답했다.
위하준은 도식의 피해자 소정(김혜윤)의 오빠 종식(박훈)과 격한 액션도 소화했다. 위하준은 "많은 분들께서 훈이 형을 악역 전문 배우로 기억하시는데 악역은 딱 한 번 했었다. 주로 정의감 있고 착한 역할을 하셨다"라면서 "선배로서 형으로서 제가 표현하는 것을 존중해줬고 정신적으로 환기가 안 되는 부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더라"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위하준의 성격은 종탁과 비슷하다. 일단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학창시절 자신의 친구들이 누군가에게 맞고 오면 같이 싸워주기도 했던 그는 요즘도 미성년자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과감히 충고를 해주기도 한다.
피해 주지 말고 살자는 게 1순위 신념이라는 위하준은 "표현적으로는 다정한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무뚝뚝하고 말 수도 많이 없고 툭툭 내뱉는 사람이지만, 여리고 잔정도 눈물도 많은 성격이다. 뒤에서 잘 챙겨주는 타입"이라고 부연했다.
"살인범 제안 또 들어오면요? 음.. 도식 역할이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고민은 될 것 같아요. 연쇄살인마 말고 사회의 악 응징하는 정의롭고 터프한 역할 해보고 싶네요"
드라마에서 줄곧 로맨틱한 연하남으로 등장했던 위하준은 스크린에서만큼은 평범하지 않은 역할만 도맡아왔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위하준은 "제가 전라도 섬마을 출신이다 보니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순박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담기는 장르를 해보고 싶다”면서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영화 '신세계' 속 황정민 선배님이 맡은 사투리 쓰는 조폭 '정철' 역을 해보고 싶다"고 소원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위하준은 열일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미드나이트'와 더불어 위하준의 또다른 주연 영화 '샤크:더 비기닝'도 지난 17일 티빙(TVING)에서 개봉했다.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두 개의 영화가 6월에 동시 개봉하는 기쁨을 얻었는데, 위하준은 "신기하면서도 감사하다"며 "만약에 올해 개봉이 확정된다면 지난해 찍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또 인사드릴 수 있고, 최근 드라마 첫 촬영을 시작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하게 됐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조만간 시청자분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주연 영화에 첫 연쇄살인범 역할 맡게 해준 '미드나이트', 부담됐지만 어려운 것 해내 성장의 발판 될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