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 前 동료들, '미드나이트' 속 진기주에 "다른 모습이야!"
[인터뷰] 삼성 前 동료들, '미드나이트' 속 진기주에 "다른 모습이야!"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1.06.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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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기주가 자신의 첫 스릴러 영화 '미드나이트'에서 당당히 주연 자리에 앉았다. 그런 진기주의 모습을 본 이전 직장 동료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티빙, CJ ENM

'미드나이트'는 음소거 추격 스릴러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목격자 경미(진기주)와 오직 살인이 목적인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첫 스릴러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하지만, 정작 진기주는 촬영 내내 자신이 주연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진기주는 스타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맡은 경미라는 인물이 극의 처음부터 끝을 이끌다 보니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은 제가 주연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그저 정신없이 촬영하면서 경미 생각만 했다"며 "영화를 홍보하는 요즘에서야 '아 내가 영화 '리틀포레스트' 이후 3년 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야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드나이트' 시나리오를 읽을 당시 경미에게 마음이 많이 가 경미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진기주. 그의 마음이 감독에게 닿았던 것일까, 진기주는 극 중 청각장애인 경미 역을 맡게 됐다. 그러나 막상 경미 역을 맡게 되자 진기주는 "대본을 보고 나서 '내가 큰 사고를 쳤구나' 싶었다"고.

하필 진기주는 평소 소리에 잘 반응하며 주변의 작은 소음까지 잘 듣는 예민한 귀의 소유자였다. 당시 그는 "'내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들을 잘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아무리 다른 배우가 큰 소리로 반응해도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고 나름의 몰입 비법을 전수했다.

"'미드나이트' 촬영 이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했어요"
 

사진=티빙, CJ ENM

촬영 전까지는 두 달의 시간이 있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진기주는 어디서 수화를 배워야 될까 고민하던 중 복지관과 농인(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분들이 다니는 학교 등을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왠지 농인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것 같은 마음에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다행히 영화 관계자가 수어 학원을 알아봐 줬고, 해당 학원 선생님들도 '미드나이트' 시나리오에 흥미를 갖고 있는 상태였기에 진기주가 농인들의 센터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학원에서 충분히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찰이 가능했다.

진기주는 수어 학원 선생님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실제 농인들은 수화로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손이 아닌 눈과 얼굴에 시선을 둔다. 때문에 진기주도 극 중 같은 청각장애인 엄마로 호흡을 맞추는 길해연 배우와 대사를 나눌 때 손에서 얼굴로 시선을 올리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진기주는 "길해연 선배님과 처음 수화로 대화를 나눴을 땐 정신이 없었다"면서 "막상 손동작을 보니 '저 동작이 무슨 뜻이었더라' 싶었다. 때문에 경미의 심경에 맞게 수어가 제때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연습했다"고 전했다.

두 달의 기간 동안 학원과 유튜브를 병행하면서 요즘 많이 쓰는 단어 등을 메모한 진기주는 현재 배운 수화들을 웬만큼 기억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극 중 수화를 소화하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장면은 없기 때문에 만족한다"면서도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실제로 갑갑해서 현장에서 눈물이 났던 적이 있었다. 경미가 겪고 있는 그 상황이 안타까웠다. 경미는 요즘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고 필담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목소리를 힘겹게 사용하는데, 아마 이 작품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지나가는 분이 수어를 하시면 '못 알아듣겠어요'라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길을 가다가 상대가 수어를 구사하면 뉘앙스만이라도 알 수 있도록 답변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경미가 수화로 '제 말을 한 번만 들어봐 달라'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을 마주했을 때 펑펑 울었어요. '미드나이트'는 저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감정을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사진=티빙, CJ ENM

수화 외에 영화를 위한 진기주의 노력이 돋보였던 부분은 바로 추격신이다. 극 중 경미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는 도식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수차례 전력질주한다. 진기주는 "몸이 피곤하면 신체 중 약한 부분이 아픈 편인데, 이 작품을 찍은 이후 무릎이 시큰한 사람이 됐다"면서 "여자의 달리기가 남자보다 느릴 수밖에 없기에 '관객들이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달릴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뒤에서 위하준 배우가 빠르게 달려왔고, 경미의 감정도 이입되다 보니 뛰게 되더라. 제 달리기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죽기 살기로 달렸고, 앞으로도 그 속도로 뛰는 것은 불가능할 듯하다. 뛰는 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육대' 영상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위하준의 실감 나는 연기 덕에 진기주는 촬영 현장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진기주는 위하준에 대해 "함께 연기하기 좋은 배우였다. 현장이 워낙 힘들다 보니 그런 와중에 의지할 수 있는 배우였다. 때문에 호흡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도식이가 문을 부수는 장면을 촬영하고 난 뒤 세트장 밖으로 나와 펑펑 울었다. 찍으면서도 눈물이 났는데 감정이 더 올라와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경미가 느낀 공포감과 하준 배우의 섬뜩함이 반반씩 느껴져 그랬던 것 같은데, 길해연 선배님께서 '이해한다'며 안아주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길해연은 진기주가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유독 많은 격려를 해준 연기 선배다. 진기주는 "영화에서도 모녀의 끈끈함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모녀가 대화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한다"며 "제가 경미의 신이 끝나고 감정을 헷갈려 할 때 선배님이 먼저 알아봐 주시고 제게 다가오셔서 '네 마음 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주 다독여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 반면 실제 진기주는 집에서 자신의 힘듦을 잘 내색하지 않는 딸이다. 그는 "부모님은 제가 뭐든 말해주기를 바라시는데, 저는 괜히 걱정하시고 그럴까 봐 좋은 것만 말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진기주에게 여러모로 도전이 된 작품이었다. 진기주는 "청각장애인인 경미를 연기한 게 도전이라기보다 제가 즐겨보지 않는 장르에 출연했다는 게 더 도전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는 그저 제가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사람인데, 만약 '라라랜드'처럼 춤과 음악이 있는 영화가 있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바라기도 했다.

"삼성 전 동료들이 시사회에서 저를 보고 '다른 모습'이라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어요. 모두 '잘했다, 고생했다'며 응원해줬는데, 사실 그 말이 최고죠"

 

사진=티빙, CJ ENM

최근 예능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했던 진기주. 해당 방송을 통해 진기주가 본격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 삼성SDS-방송기자-슈퍼모델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화제가 됐었다.

'유퀴즈' 출연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묻는 질문에 진기주는 많은 감정이 오가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를 응원해 주시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헤아려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기에 주변에서 '처음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데 저는 어떤 작품에서든지 저의 이전 직장 생활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2015년 데뷔, 당시 진기주 나이 27세. 비록 늦을 수는 있겠지만, 진기주는 23세에 삼성에 입사했기에 사회생활로서 그의 출발점은 여느 청춘들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기자라면 '백문이 불여일견'이 중시되는데, 진기주는 그간 다양한 직군을 통해 내공을 쌓았으니 이젠 정말 자신의 '연기'에만 몰두하면 될 것 같아 보였다.

사진=티빙, CJ ENM

"점점 '아 내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들어요. 이전에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잘 움직이지 못했는데, 지금은 현장에서 많이 유연해졌어요. 대본을 보고 해석할 때도 제 눈이 넓어지는 느낌이고,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넓어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대본에 적어놨던 것을 기억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이입해 연기를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유연해졌다 싶어요.

현장에서의 유연함은 채워지고 있으니 이제는 표현의 능력치를 더 채우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는 노련함과 세월이 필요한 것 같아요. 더 많이 부딪혀봐야 가능할 것 같은데, 일단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작품들을 보고 저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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