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정말 먼 곳', 가족·성소수자·미혼모...가깝지만 모르는 것의 이야기
[SF+영화] '정말 먼 곳', 가족·성소수자·미혼모...가깝지만 모르는 것의 이야기
  • 임다영 기자
  • 승인 2021.03.10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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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린나래미디어

출연 진우(강길우), 현민(홍경), 은영(이상희), 중만(기주봉), 문경(기도영), 명순(최금순), 설(김시하)

18일 개봉한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박근영 감독은 제작 의도에 대해 "거리(距離)에 대한 이야기"라며 “혈연보다 가까운 가족, 성소수자, 미혼모 등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끼는 것들, 멀지만 가깝다고 생각해 온 것들, 옆에 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를 먼저 만난 관객들은 스크린 속 황홀한 시각적 모먼트에 갈채를 보냈다. 영화의 배경은 강원도 화천. 박 감독은 "종종 이곳에 방문해 머무는 시간을 갖는데,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낯설고 아름다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아이러니를 영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감독의 이런 아이러니는 '거리감'에서 시작됐다. 물리적인 거리감을 비롯해 삶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거리감에 대해 고민한 박 감독은 그 고리를 인간관계의 거리감, 성소수자와 사회와의 거리감, 생각의 거리감에서 비롯되는 고장관념 그리고 편견에 대한 상념들로 연결시켰다.

극 중 성소수자는 진우와 현민이다. 진우는 서울을 떠나 화천의 목장에 정착한 남자이며, 현민은 정착한 진우를 찾아와 근처 복지관에서 시를 가르치며 진우와 행복한 산골 생활을 하는 시인이다.

"성소수자 역할에 색안경을 끼거나 편견을 갖고 보지 않았다. 단지 이들이 나눈 사랑에만 집중하려 했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현민 역을 맡은 홍경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큰 파장으로 다가왔었다"면서도 "단편소설 하나를 읽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성소수자 역할로 변신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홍경이 출연하겠다 마음을 먹은 건 바로 '시나리오의 힘' 때문이었다. 홍경은 "극 중 이야기가 바로 우리 옆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오히려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된 계기"라고 답했다. 성소수자임과 동시에 시인을 표현하기 위해 홍경은 진우와 나누는 사랑의 깊이와 두 사람의 성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또 영화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시와 거리가 멀었던 터라 여러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시인들이 실제 강연을 어떻게 하는지, 그들의 일상은 어떤지 등을 파악하려 했다고 한다. 그는 "촬영 전부터 감독님, 강길우 배우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시가 영화에 어떻게 담겨야 하는지, 어떻게 시를 읽어야 되는지 등의 조언을 구하며 캐릭터의 톤을 잡으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진우와 현민이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 어려운 부분을 강길우 배우와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홍경은 '정말 먼 곳'에 대해 "쉬운 역할은 아니었지만 20대 중반에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깊다"며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성적소수자들을 이름)물이라고 해서 직접적인 장면을 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둘 사이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표현법이 좋았다.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에 그대로만 연기하면 된다 생각했고 오히려 나의 필모그래피에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의 막연한 생각으로부터 제작된 '정말 먼 곳'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제13회 진주같은영화제, 제24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은, 현재 이목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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