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영원한 나의 루나, 성우 이용신을 만나다
[단독 인터뷰] 영원한 나의 루나, 성우 이용신을 만나다
  • 이은서 기자
  • 승인 2020.09.10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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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부터 마음이 울렁인다. 목소리에 깃든 추억의 파노라마는 어느새 우리를 그 시절로 되돌려준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때 그 시간 속에 여전히 멈춰있었다. 한때는 누군가의 기쁨이었고 위로였으며 우상이었을 불멸의 목소리. 성우 이용신을 만났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대한민국에 산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1999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단 한 소절로 초코파이를 손에 꼭 쥐게 만들었던 성우 이용신의 이야기다.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이한 이용신은 ‘노래하는 성우’라는 수식어와 함께 가수와 성우의 경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개인채널 ‘이용신TV’를 개설, 유튜버로서 활약하며 남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 본격 노래하는 성우 1호 그리고 크리에이터   

이용신은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16년째 같은 말을 썼어요.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이라고요. 이제는 그런 후배 분들도 많아져서 저는 조금 바꿔봤어요. ‘본격 노래하는 성우 1호’ 라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본격을 앞에 붙이는 이유는 사실 제 이전에도 노래를 하면서 성우활동을 하시는 선배님들이 꽤 계셨어요. 하지만 저처럼 ‘달빛천사’라는 특정한 캐릭터를 가지고 노래와 더빙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본격’과 ‘1호’를 덧붙이게 됐어요. 또 요즘에는 핫한 크리에이터라고 말하기도 하고요”라며 유쾌한 웃음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이용신은 요즘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다. 그는 ‘이용신TV’ 채널 활성화와 유튜브라는 새 플랫폼으로 진출한 계기에 대해 이유를 덧붙였다. 이용신은 “미디어 환경은 변하고 있고 결국 성우의 영역 또한 조금씩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 더빙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성우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콘텐츠로 삼아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용신은 ‘1호’ 수식어가 많이 붙는 성우이기도 하다. 성우 최초로 음반을 발매했고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비록 크리에이터 방면에는 최초 타이틀을 얻지 못했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우 크리에이터’로는 단연 선두주자다. 이용신은 “저를 보면서 많은 성우 후배들이 움직이고 발전하며 저를 뛰어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 저는 제가 성공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노래도 잘 하고 멋진 캐릭터를 맡는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다음 세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니까요”라며 소신을 보였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 이용신이 털어놓는 ‘이화여대 떼창’ 후일담

이용신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었다. 지난 5월 이화여자대학교 축제 대동제에서 선보인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무대와 학생들의 떼창이 담긴 직캠 덕분이었다. 이용신은 1990년대 출생 어린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달빛천사>의 주인공 루나의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그가 부른 삽입곡 ‘뉴 퓨쳐(New Future)’, ‘나의 마음을 담아’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막상 무대에 서려니 두려움이 앞섰다고. 

“정말 걱정이 되고 부담도 됐어요. 15년 만에 부르는 노래였어요. 성우는 여타 가수들처럼 꾸준히 한 곡을 계속해서 노래하진 않으니까요. 더빙할 당시에 녹음을 하고 방영이 되면 그 이후엔 그 노래를 다시 할 일이 거의 없어요. 평소에 라이브를 선보일 일도 없었고요. 망설이고 있을 때 공연 담당자가 교내 투표를 통해 뽑힌 거라 제가 이 제안을 거절하면 학생들이 많이 실망할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열심히 연습해보자고 다짐하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당시에 TV를 통해 저를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은 얼마나 컸을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면서도 떨렸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캠퍼스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학교 주변 직장인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뤘고 한마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감상했다. 떼창과 함께 곳곳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는 “우리 ‘달천이’(달빛천사 팬들을 일컫는 애칭)들이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렸다는 게 느껴졌어요. 사실 그 정도의 반응까지는 기대하지 못 했어요. 그냥 ‘오랜만에 익숙한 성우가 나왔는데 나름 관리를 잘 하고 지내내’ 정도의 반응을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눈물을 흘리고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하니까 저까지 울컥해지더라고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직업인으로서의 ‘성우’에 익숙해져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었는데 그때만큼은 제가 시간여행을 시켜주는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어요. 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친구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성우가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구나,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달빛천사>와 더불어 성우가 참 훌륭한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루나는 제 수많은 포트폴리오 중에 하나였고 너무 오래된 친구라 살짝 잊히기도 했죠.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저도 그 시절에는 그 캐릭터에 빠져들어 녹음을 했을 테니까요. 직업에 대한 감사함과 루나에 대한 애틋함, 고마움이 함께 느껴졌던 시간이었어요. 잘 키운 루나, 열 캐릭터 안 부러웠죠.(웃음)”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 모든 ‘달천이’들에게 건네는 조언   

이용신은 자신과 함께 시간을 지나온 팬들에 대해 고마움과 애틋한 마음을 거듭 전달했다. 그는 “잘 자라준 친구들이 너무 기특해요. 완전히 코찔찔이 아기들이었을 텐데 지금은 다들 어디서 밥벌이를 하고 사회적인 고민도 하고 심지어 저를 섭외하고 만나는 위치에 와있으니까요. 저도 함께 나이를 먹었지만 제가 늙은것에 대한 서글픔보다는 친구들이 자랐다는 것의 기특함이 더 커요. 영상 댓글을 확인해보면 대체적으로 참 다들 착해요. 자신이 좋아했던 캐릭터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서 참 잘 자랐다 싶더라고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가 ‘달천이’들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2030세대를 향한다. 이용신 또한 어릴 적 만화영화를 좋아했던 평범한 소녀였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자란 지금의 2030세대가 본인을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신은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한발 앞서간 인생 선배로서 진솔한 조언을 건넸다. 

“많은 친구들이 아직 사회에서 뭘 잘할 수 있는지 모를 때라고 생각해요. 괜찮으니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성우 이전에 여러 직업을 거쳐 왔고 다양한 것에 도전했고 많은 것들을 깨달았어요. 중요한 것은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에요. 너무 도전만 하는 삶은 지치잖아요. 때로는 ‘내가 안 맞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돌아설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죠. 그리고 그 시간을 절대로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주체적으로 결정할 때 온전해져요. 스스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주도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결정을 해나가는 훈련이 먼저 돼야 나중에 인생에 커다란 결정이 필요할 때 기지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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