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외국인 아이돌 멤버의 빛과 그림자
[SF+기획] 외국인 아이돌 멤버의 빛과 그림자
  • 이은서 기자
  • 승인 2020.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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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K팝 그룹은 처음이지?
(사진)=YG 엔터테인먼트
(사진)=YG 엔터테인먼트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다국적 아이돌의 발전은 어디까지일까. 1990년대 말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K팝의 초고속 성장세에 발맞춘 다국적 아이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눈부신 성공 사례들도 있지만 아직은 한계점도 분명하다. 2019년 K팝 홍수 속 외국인 아이돌들의 현주소를 짚었다. 

◆ 다국적 아이돌, K팝 열풍의 히든카드가 되다

아이돌 개념이 통용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후반, 가요계는 끼 많은 인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당시 걸그룹 써클(1998년 데뷔)과 보이밴드 Y2K(와이투케이, 1999년 데뷔)가 대표적인 다국적 그룹으로 손꼽혔다. 써클은 한·중·일 멤버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다국적 그룹이었으며, Y2K는 첫 한일합작 밴드로 데뷔했다. 화려한 시작에 비해 끝은 미미했다. 써클은 인지도를 쌓지 못한 채 2년 만에 해체했고 Y2K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나 양국 기획사 문제로 3년 만에 해체했다. 당시 전문육성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 필연적인 시행착오였다. 

몇 년 뒤 기획사들은 다시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류의 태동부터 함께 해온 대형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S.E.S와 보아를 일본에 데뷔시키며 한류 아이돌의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와는 다른 철저한 시스템을 거쳐 2005년 한‧중 멤버로 이루어진 슈퍼주니어를 데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슈퍼주니어는 양국에서 큰 화력을 불러 모으며 다국적 아이돌의 개념을 다시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한류 발전 가속화에도 큰 힘을 보탰다.    

현재는 K팝의 위상이 무서울 정도로 높아진 상황. 트와이스, 엑소, 블랙핑크 등 K팝 열풍에 주축이 되는 여러 다국적 아이돌 그룹은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몇 년 새 압도적인 비율로 자리 잡았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국한됐던 한류 시장의 영향력을 영어권까지 뻗어나가게 했다. 유튜브 등 SNS 콘텐츠를 통한 확산 속도가 빨라 현재는 빌보드가 직접 한국지사를 설립, 빌보드 코리아를 만들어 본격적인 한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K팝을 향해 눈 돌린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제는 한국출신이 아닌 해외 출신의 아이돌이 더 많아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사진)=SM 엔터테인먼트
(사진)=SM 엔터테인먼트

◆ 마침내 뿌리내리다, 성공케이스 3가지         

국내 다국적 아이돌이 성공한 구체적인 사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는 외국멤버를 현지화 전략에 성공시킨 사례다. 이에 대표적으로 슈퍼주니어-M(시원, 려욱, 규현, 동해, 조미, 은혁, 성민)과 엑소(EXO)-M(시우민, 첸, 레이, 타오, 루한, 크리스)을 들 수 있다. 슈퍼주니어 데뷔 후 3년 뒤인 2008년, 중국 출신인 조미와 대만계 캐나다인 헨리(현재 탈퇴)를 포함한 유닛그룹 슈퍼주니어-M이 데뷔하면서 중국진출이 본격화 됐다. 후배 그룹 엑소도 비슷한 노선을 탔다. 중국멤버 네 명을 포함한 엑소-M으로 국내외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다. 두 팀 모두 중국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현지 인기를 견인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룹 투피엠(2PM)의 닉쿤,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갓세븐(GOT7)의 뱀뱀 또한 태국, 중국 등 현지에서의 큰 화력을 키우며 나아가 개인 활동의 무대로서 입지를 다지는데도 성공했다.  

두 번째는 ‘문화적 다양성’이 인기요인으로 통한 사례다. 해외 팬들은 더 이상 자국 출신 멤버가 속해있다고 해서 K팝을 좋아하지 않는다. K팝의 다양성과 문화적 차이를 또 하나의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데뷔와 동시에 해외 팬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블랙핑크는 태국 출신인 리사와 뉴질랜드 태생 로제 등으로 K팝 주류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 이미지와 차별화 된 콘셉트로 사랑받았다. 트와이스 역시 세 명의 일본인 멤버와 한명의 대만인 멤버로 글로벌 아이돌 이미지를 형성, 미사모쯔(미나, 사나, 모모, 쯔위)라는 조합으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세 번째는 중국 등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이 높아지면서 국내에 중국기획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례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 3명의 중국인을 포함한 걸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켰고 JYP엔터테인먼트 또한 텐센트 뮤직과의 합작으로 그룹 보이스토리를 론칭했다.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는 한중 양국에 두 회사를 설립하여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국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시도로써 그 의미를 가진다. 

(사진)=MBC
(사진)=YG 엔터테인먼트

◆ 성장통인가, 한계인가…남은 숙제들

다국적 아이돌 그룹의 위상이 점점 높아질수록 한계점도 분명해진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 간 정서적 문제, 국제적 이슈로부터 아이돌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트와이스 쯔위는 지난 2016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손에 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내에서 큰 질타를 받았다. 곧바로 사과 영상을 공개했지만 대대적인 보이콧의 대상이 돼야 했다. 대만의 국가 지위에 관해 국내의 일반적 인식과 중국의 입장이 다른 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지난해 Mnet <프로듀스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의 사쿠라는 우익과 관련된 과거 행실이 논란을 빚었고 국내 공영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국민 청원이 게재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타카하시 쥬리를 단독 영입한 울림엔터테인먼트도 일부 누리꾼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멤버 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Z-BOYS와 Z-GIRS 또한 정식 데뷔 전부터 싸늘한 반응을 직격탄으로 받고 있다. 정서적 반감으로부터 비롯된 시선이다. 

국내외로 성공을 거둔 다국적 아이돌도 있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일찍이 좌절을 맛본 그룹들도 넘쳐나는 실상이다. 2007년 이후 상당한 수의 다국적 아이돌이 데뷔했지만 큼직한 팬덤을 지닌 몇 그룹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파장을 불러오지 못했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선점하지 못하면 해외멤버의 해외현지화 전략도 100%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즉 K팝을 좋아하는 해외 팬들이 한국 시장의 인지도에 적잖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아이돌 그룹의 다양성은 그 자체로 막강한 힘을 지니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이들을 소비하는 K팝의 주체들의 시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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