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K-팝의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Chapter1 
[SF+기획] K-팝의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Chapter1 
  • 이은서 기자
  • 승인 2020.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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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초석이 되다  

많은 사람들이 1990년대를 '가요계의 르네상스'로 정리한다. 댄스와 발라드, 트로트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들이 한데 쏟아져 나왔고 솔로와 그룹 할 것 없이 개성 있는 가수들이 대중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그리고 아이돌(IDOL)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그룹과 시스템이 정착화 되면서 한국 가요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H.O.T. 사진=구글
SES. 사진=구글
젝스키스. 사진=구글

1세대 아이돌의 화려한 시작
 
1992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과 환기를 안겼다. 이들은 10대 청소년이 중심이 된 거대 팬덤을 운집시켰고 사전적 의미의 아이돌, 즉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음악의 저변을 넓힌 '우상'으로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1996년 그룹 H.O.T.(에이치오티)가 아이돌의 새 의미를 다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캐스팅 및 멤버 발탁, 정식적인 연습생 과정을 거쳐 데뷔했으며 멤버별로 색깔과 숫자 등을 부여해 그룹으로서의 통일성과 멤버별로서의 개성을 단번에 잡았다. 뿐만 아니라 곡마다 확고한 콘셉트로 차별을 뒀고 퍼포먼스와 비주얼 측면에 심혈을 기울여 눈으로 보고 즐기는 무대의 의미를 확장해나갔다.

아이돌 문화와 팬덤을 이끈 1세대 아이돌의 중심이자 상징인 H.O.T.는 공식팬클럽 회원만 10만 명, 비공식까지 300여만 명으로 추산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이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H.O.T.의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진 대성기획(DSP 미디어)의 젝스키스 또한 화이트키스와 블랙키스라는 최초의 유닛 개념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라이벌로 묶인 두 그룹의 팬덤 간 과열 양상은 뉴스에 보도될 만큼 큰 이슈를 몰고 다녔고 아이돌 시장과 팬덤 문화는 소위 말해 '돈이 되는 시장'으로 빠르게 고착화됐다. 이들의 성공이 오늘날 아이돌 양성 시스템의 초석을 다지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후로도 1세대 아이돌격인 S.E.S(에스이에스), 핑클, 엔알지(NRG), 신화, god(지오디), CLICK-B(클릭비) 등이 우후죽순 데뷔를 이뤘고 걸그룹, 댄스그룹, 밴드형그룹 등 고유의 콘셉트와 색깔을 담아내 큰 사랑을 받았다.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로 가요 시장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핑클. 사진=구글
젝스키스. 사진=구글
SES. 사진=구글

순환하는 재미, 클래식은 영원하다 

2019년, 대한민국은 '레트로'(Retro, 추억을 그리워하고 이를 본뜨려는 성향) 열풍이었다. 대중의 큰 흐름을 따지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와 패션을 쫓는 이른바 ‘힙스터’들이 오히려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새로운 유행으로 선도되는 분위기다. 당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레트로 플레이스, 복고 의상은 물론이고 대중음악까지도 주목받는 추세다.

흥미로운 건 1990년대로의 회귀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미디어 플랫폼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 SBS는 1990년대 음악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해주는 유튜브 'SBS K팝 클래식' 채널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 2030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으며 플랫폼이 주는 새로운 묘미와 맞물려 10대들에게는 새로운 멋을 선사했다.

그 결과 과거로만 묶여있던 1세대 아이돌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9월 H.O.T는 '2019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 Five Of Tennagers)' 콘서트를 고척 스카이돔에서 3일 간 열었고 이를 계기로 멤버 장우혁도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이었다. 젝스키스의 리더 은지원도 솔로앨범 타이틀곡 '불나방'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혼성그룹 코요태가 데뷔 20주년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클릭비가 완전체 방송 출연으로 활동 기지개를 켰다.

대중가요 흐름에서 결코 놓칠 수 없었던 클래식함과 트렌드가 교차하고 맞물리면서 2020년엔 또 다른 새바람을 예고했다. K팝의 새로운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H.O.T.
H.O.T. 사진=구글
2PM. 사진=구글

국내를 넘어 세계로, K팝은 어떻게 진화했나

K팝 한류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1990년대 국내 음악시장 아이돌의 개념과 팬덤 문화를 정착시켰던 1세대 아이돌. 이들의 공을 바탕으로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한류의 길을 넓혔다. 앞 세대가 다듬고 가꿔놓은 길에 3세대 아이돌이 각양각색의 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비로소 오늘날 K팝은 글로벌 정상에서 당당히 빛날 수 있었다.

○ 2세대 아이돌, 국내외 꽃피는 '가요 전성기'를 일으키다

1996년 그룹 H.O.T의 데뷔는 가요시장의 정의와 팬덤의 개념을 새롭게 정착시켰다. 이후 S.E.S, 젝스키스,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연이은 등장으로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고 대중가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이돌 시장은 본격적으로 세분화 됐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빅뱅 등 그룹 고유의 색깔이 뚜렷한 그룹이 대거 데뷔를 이루며 마침내 2세대 아이돌 시대의 문을 열었다. 2세대 아이돌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성과 다양성이다. 뚜렷한 콘셉트를 고집하며 각 그룹(아티스트)의 색을 견고히 했으며 음악적 장르의 폭도 넓어졌다. 그룹 간의 경쟁 구도가 치열했던 1세대와는 달리, 2세대 아이돌은 그룹의 자생력과 발전에 치중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강한 남성적 이미지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를 뽐내던 짐승돌 2PM, 힙합을 베이스로 댄스와 알앤비, 전자음악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이끈 빅뱅, 복고풍 레트로 사운드와 중독성 넘치는 후크송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원더걸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 이들은 신비주의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예능 프로그램 및 미디어 노출을 통해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가히 '가요 전성기'라 불릴 만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성을 잡은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고 팬덤 문화도 성장했다. 또 가요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일본, 중국을 기점으로 아시아권으로 그 영향력을 뻗쳤다. 대표적으로 2005년 처음 일본 시장에 진출한 동방신기는 2008년 싱글 <퍼플 라인>으로 오리콘 주간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이듬해 일본 최대 공연장인 도쿄돔에서 한국 최초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카라 역시 2010년 8월 일본에서 싱글 <미스터>를 발매, 오리콘 위클리 차트 5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해외 여성 그룹이 데뷔 싱글을 오리콘 차트 톱 10에 올리는 일은 30년만의 일이었다. 그 뒤로 소녀시대, 빅뱅, 티아라, 에이핑크 등이 아시아권으로 진출하며 본격적인 'K팝 열풍'을 몰고 왔다.

이 가운데 K팝 위상을 한 차례 드높인 이례적인 성과도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당시 '빌보드차트 핫 100'의 2위를 기록했고 라디오 방송 횟수와 스트리밍, 판매량 등을 토대로 싱글앨범 상위 100개를 선정하는 '빌보드 핫 100'에 31주간 등극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2012년 세계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으며 K팝의 존재를 곳곳에 전파하는데 공을 세웠다.

동방신기. 사진=구글
빅뱅. 사진=구글
원더걸스. 사진=구글
GOT7. 사진=구글

○ 3세대 아이돌, 세계시장을 공략하다

BTS(방탄소년단), 트와이스, 갓세븐, 몬스타엑스 등 2013년 이후 데뷔해 높은 인기를 얻은 '3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새로운 글로벌 위상을 다졌다. 3세대 아이돌은 데뷔 전부터 세계시장을 활동무대로 삼으며 다양한 시도들을 거듭해왔다. 이는 한류의 시작점이었던 1세대 아이돌(H.O.T., 젝스키스 등), K팝의 개념을 다지며 아시아 진출의 포문을 열었던 2세대 아이돌(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과 시작부터 확연한 차별성을 가진다.

먼저 트와이스, 갓세븐, 블랙핑크는 그룹 내 다국적 외국인 멤버를 투입하여 국내 팬덤을 다지는 것과 동시에 각 멤버들이 속한 현지 팬덤을 확장시켜 나갔다. 갓세븐은 한국, 미국, 홍콩, 태국 출신들이 섞인 다국적 보이그룹으로 최근 전 세계 17개 도시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며 K팝 뮤지션 최초로 핫 투어리스트 톱10에 랭크됐다. 트와이스 또한 한국, 일본, 대만인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 다국적 그룹으로, 외국인 멤버들을 필두로 현지에서의 화력을 키우며 지난해 국내 걸그룹 최초로 돔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세계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먼저 타지인 미국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점점 국내외 팬층을 넓혀나간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4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세 번째 세계 정상에 우뚝 솟았다. 2019년 5월 미국 LA 로즈볼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시카고, 뉴저지, 상파울로, 런던, 파리, 오사카 등 총 10개 도시, 20회 공연으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를 이어갔으며 무려 총 10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를 필두로 국내 3세대 아이돌들이 세계 곳곳에서 월드투어를 성료하면서 점점 더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국내 음악 산업을 뛰어넘어 문화, 경제, 정치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불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K팝이 진출하기 쉽지 않았던 북미, 남미, 유럽 권으로까지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향후 K팝의 거대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방탄소년단. 사진=구글
블랙핑크. 사진=구글
몬스타엑스. 사진=구글
워너원.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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