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영화 '썰', 이 배우들을 이런 작품에 출연시키다니
[SF+리뷰] 영화 '썰', 이 배우들을 이런 작품에 출연시키다니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1.05.3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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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미스터리에 공포, 거기다 음담패설까지 여러 장르를 데려왔지만 어느 장르에도 해당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영화에는 아이돌 그룹 SF9의 막내 강찬희와 베테랑 배우 장광, 조재윤이 출연한다. 그러나 이들이 'B급'이라고 하기에도 난해한 이런 작품에 왜 출연했는지 정말 의문이 든다.

시놉시스에서는 영화 '썰'(감독 황승재)을 꿀알바를 찾아 외진 저택으로 모인 이들(이빨, 정석)이 '믿을 수 없는 썰'을 풀기 시작하면서 예측할 수 없게 일이 점점 커지는 '역대급 썰케일'의 상황을 담은 '티키타카' 병맛 B급 코믹 잔혹극이라 소개하고 있다.

극 중 이빨(김강현)은 '역대급 말빨'을 장착한 캐릭터라는 설정인데, 극 초반 정석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이빨의 말빨을 기대했으나 그저 자신이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낼 뿐, 특별한 화법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영화 제목이 '썰'인지라 이빨뿐만 아니라 정석(강찬희), 세나(김소라), 이충무(조재윤) 모두 각자 갖고 있는 사연을 푸는 장면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은 '믿을 수 없는 썰'도 아니며 '역대급 썰케일'이 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해당 장면에서 출연진 모두 어느 정도의 대사량을 갖고 있고, 자신들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에 이를 두고 과연 이빨만 역대급 말빨을 장착했다고 할 수 있을지 역시 물음표다.

혹여나 '썰'이라는 제목만 보고 등장인물들의 말빨과 티키타카가 궁금해 영화를 예매한 사람들이라면 작품을 택한 것에 실망하기 충분하다.

사진=(주)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그렇기에 제작 의도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황 감독은 지난 26일 진행된 '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뉴스가 오락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건과 사고에 대해 참거짓을 알려고 하기보단 그 사건사고가 재미있는가에 사람들이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런 씁쓸한 생각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극은 의도와 달리 흘러간 것 같았다. 이들이 말하는 썰들은 시놉시스에 게재된 '믿기 힘든 썰'이 아닌 관객들의 흥미와 공감을 끌어오기는 힘든, 아리송하고 그저 자신들만 알고 있는 과거 스토리들이라 씁쓸함은 오히려 관객들의 몫이 된 듯했다.

주인공들이 풀어내는 각자의 사건사고 역시 뉴스에는 나오지도 못할 법한 이야기라 왜 굳이 제작 의도를 뉴스에 비유했는지가 되려 미스테리다.

사진=(주)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그래도 영화 취지랑 비슷한 게 있다면 '잔혹극'이라는 것. 극 초반부터 음담패설이 난무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를 흘리는 장면이 나오니 어찌 됐든 잔혹극이라 할 수도 있겠다.

조재윤은 '썰' 기자간담회 당시 "영화가 B급 잔혹극이라기 보단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랙 코미디라고 부르기에도 코미디적 요소는 딱 두세 군데밖에 없었다.

조재윤은 또 영화에 대해 "상당히 저예산"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에 맞게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흔히 곰TV에서 볼 법한 소인력 단편 영화 정도로 읽힌다. VVIP의 저택이라는 한 장소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며, 실제 출연 배우들이 특별출연(정진영)까지 합쳐 6명이 전부이고 러닝타임도 보통의 영화들과 달리 84분으로 다소 짧다.

조재윤은 '썰' 기자간담회에서 출연 계기에 대해 "제작사 대표와 친해서"라고  밝혔다. 그간 영화 '국제수사' '범죄도시'와 드라마 '마우스' '스카이캐슬' '태양의 후예' 등 명작들에 다수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인 조재윤이 단순히 친분 때문에 작품에 출연한 것이라면 명배우마저도 이 영화를 그저 가볍게 생각했다는 간접적인 의미가 될 것 같다.

김강현도 영화 '소리꾼' '엑시트' '돈' '극한직업'과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18어게인'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안방을 종횡무진해 인지도를 점점 높이고 있는 나름 실력파 배우다. 그러나 '썰'에서는 대사량 소화 외에 새로운 면모를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주)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특히 현재 아이돌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인 강찬희는 놀랍게도 연기 인생 13년 차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비롯해 '여신강림' '시그널' '가시리잇고'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했다.

강찬희는 "제가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 너무 좋은 기회를 얻어서 함께 할 수 있었다"며 "좋은 선배님들도 출연하기에 흔쾌히 출연했다"고 참여 의도를 말했는데, 극 중 강찬희는 샤워신을 비롯해 흡연 그리고 신체 부위에 대한 클로즈업도 감행한다.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과연 출연을 앞두고 내심 걱정 하나 없었을까 묻고 싶다.

어쩌면 아이돌로서의 이미지가 우려되는 이런 작품에 강찬희가 어떤 역할로 출연하는지 팬들이 알게 된다면 몇몇 팬들은 강찬희의 출연 결심에 대한 궁금증과 동시에 감독을 향한 비난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겠다.

장광은 1인 2역을 소화한다. 비록 특별출연이지만 그가 '썰'에 출연한 이유 역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보단 '제작사 대표의 인연' 때문이었다. 장광과 함께 하고 작품을 하고 싶었던 황 감독은 제작사 대표에게 장광의 출연을 부탁했고 이에 장광이 제안을 승낙한 것.

다만 한 가지 괜찮았던 점을 꼽자면 김소라의 연기력이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한 번 다녀왔습니다' '도깨비' 등으로 얼굴을 알린 김소라는 이번 영화가 배우 인생 첫 주연 작품이다. 행여나 폐를 끼칠까 걱정과 부담이 많았다는 우려와는 달리 겉모습이 섹시한 세나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흡연 연기와 찰진 욕 등을 동원해 세나가 갖고 있는 과거 이야기를 꽤 물 흐르듯 풀어냈다.

'썰' 시놉시스에 따르면 영화를 탄탄한 스토리와 신선한 유머 그리고 황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느 하나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더욱이 시놉시스 말미에 적힌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라는 멘트에는 아마 관객 모두가 고개를 돌릴 듯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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