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60주년을 맞았지만 MBC는 마냥 웃을 수 없다. 아픈 손가락 '드라마국' 때문이다.
'오!주인님', 이민기X나나 조합에도 0%대 시청률 기록
13일(어제) 종영한 MBC 드라마 '오! 주인님'이 굴욕적인 1.4%의 시청률을 남기고 떠나면서 오히려 MBC 드라마 '존폐 여부'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오! 주인님'은 드라마 작가(이민기)와 톱스타(나나)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3월 24일 2.6%의 시청률로 시작해 5회분 이후 줄곧 1%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온라인상에서도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 못했는데, 특히 4월 29일 방송분은 0.9%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전례 없던 하위 기록을 썼다.
'뷰티 인사이드' 등 출연작들로 늘 화제가 됐던 이민기와 아이돌 출신이지만 안정적이라는 연기 평을 받고 있는 나나와 씨엔블루 강민혁이 주연이었음에도 이야기가 좀처럼 시청자의 시선을 끌지 못하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된다.
드라마국의 성적 고전, 언제부터였나
MBC 드라마의 낮은 시청률은 꽤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오! 주인님'의 전작인 에릭·유인나 주연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최고 시청률은 4.3%, 그 전작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조금 높은 5%, 또 그 전작 '십시일반'은 3.9%로 부진이 이어졌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0시를 향하여' '그 남자의 기억법' 등 2020년 상반기 MBC 드라마는 모두 6%를 채 넘지 못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방송국에 씁쓸함을 더했다.
이 같은 부진으로 MBC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끝으로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고 일일드라마와 수목드라마만 유지하기로 했는데, 그 마저도 성적 고전이 계속되면서 관계자들 사이에선 유일하게 남은 미니시리즈 시간대마저 폐지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 주인님'이 종영하면서 현재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저녁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KBS1 '속아도 꿈결'(14.5%)과 KBS2 '미스 몬테크리스토'(15.5%)에 비햐면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MBC는 드라마가 비운 자리를 시사·교양,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며 편성표를 채우고 있다. 반면 MBC가 성적 부진에 시달릴 때 올 상반기 작품인 KBS2 '달이 뜨는 강'과 SBS '모범택시'는 출연 배우의 각종 논란에도 최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부담은 고스란히 방영 예정 드라마에게
사실 요즘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웨이브 등 다양한 채널이 존재해 그에 따라 시청자들도 여러 채널로 분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단지 동영상 플랫폼 개수의 문제일까.
방송국 내 로맨스를 다룬 작품은 KBS '라디오 로맨스' '프로듀사', SBS '질투의 화신', MBC '그 남자의 기억법' 등 이미 다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밋밋한 로맨스와 뻔한 전개 보단 자극적이면서 눈이 바쁜 장르에 오래 시선을 둔다. JTBC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SBS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등이 그 예다.
전작이 남긴 씁쓸함은 다음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바통을 주는 셈이 될 수 있다. 그런 MBC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올 연말 방영 예정인 '검은 태양'을 꼽을 수 있다.
'검은 태양'은 150억 제작비가 투입된 MBC의 대작으로, 주연 배우가 남궁민과 박하선이다. 하지만 지난해 방영됐던 각종 MBC 드라마들도 연기력와 인지도 모두 갖춘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했기에 해당 드라마 역시 첫 방송 후 반응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오! 주인님'의 후속작은 오는 19일 방영될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다. 보통의 드라마보다 12부작 적은 4부작 편성인데, 이 드라마 역시 '착한' 소재의 드라마다.
MBC가 드라마국을 결코 버릴 수 없다면 이제 선함은 내려두고 작품 선택에 냉정해야 된다. 여태껏 다루지 않은 소재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거나 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 등 다양한 차별점을 두어 방영 전 다시금 화제를 끌어 모으는 등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