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티파니 영, 10년 만의 뮤지컬 그리고 3번의 성대결절
[인터뷰] 티파니 영, 10년 만의 뮤지컬 그리고 3번의 성대결절
  • 김주영 기자
  • 승인 2021.04.2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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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 영(32)이 뮤지컬 '페임' 이후 10년 만에 '시카고' 무대에 올랐다.

19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티파니 영은 취재진과 만나 '시카고'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일 개막한 '시카고는' 1920년대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시대, 미국의 쿡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티파니 영은 작품 속에서 록시 하트 역으로 열연한다.

먼저 티파니 영은 '페임'과 '시카고'의 차이에 대해 "'페임'은 20대 초반에 도전했었고 '시카고'는 30대에 도전하는 거라 숫자만으로도 다르게 느껴진다"며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10년 동안 소녀시대와 솔로 활동하며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이후 이 작품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을 꼽자면 제가 사람으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고 꼽으며 "'시카고' 속 캐릭터를 맡으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있어야 되고 유지시키는 법도 알아야 되는 것 같은데, 사람 티파니 영으로서 예전에 비해 좀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티파니 영은 록시 하트를 소화하기 위해 또 다른 록시 하트 역 배우 아이비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했다. 그는 "언니의 영상을 제일 많이 봐서 나중에는 습관으로 잡혔는지 눈썹을 아이비 선배님처럼 움직이더라"라며 "영화 '시카고' 속 록시도 많이 봤다. 그간의 역대 록시 하트 영상들을 너무 많이 봐서 연출가님께서 그만 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웃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티파니 영은 이번 뮤지컬을 위해 20년대의 시대적인 공부도 감행했다. 티파니 영은 "궁금한 게 많은 성격이라 학구열이 높다"며 "20년대를 공부한 이유는 그 시대 속을 보면 이 대사가 왜 쓰였고 이 옷을 왜 입었는지 등의 의도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작품 속에서 어느 정도의 테두리를 맞추고 싶었던 저의 습관이었던 것 같고, 캐릭터와 감정적인 연결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탐색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미교포 3세인 티파니 영은 한국어 관련 에피소드도 풀었다. 티파니 영은 연습 과정에서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사를 토씨 하나 안 빼놓고 외우는 편인데 아이비 선배님이 오타라고 한 것도 외워버렸다"면서 "다섯 분이 같은 타이밍에 '이 문장은 흐름상 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까지 외워버렸더라. 덕분에 한국어를 많이 배우게 됐고, 평소에도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어떻게든 표현하려 하는 편이고 또 너무 훌륭한 통역 분들도 계셔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영어가 익숙한 티파니 영의 대본에는 한국말 옆에 영어도 같이 쓰여 있어서 다른 배우들이 신기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앞서 티파니 영은 '시카고' 안무 연습이 소녀시대 활동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시카고'는 체크리스트가 명확하다"며 "어린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연습량과 텍스트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시카고'에 티파니 영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소녀시대 멤버들이 출동했다. 티파니 영은 "멤버 3명과 뮤지컬을 봤는데 멤버들이 무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깨달은 것 같다"며 "특히 록시 역할이 어려운 것 같다면서 '너니까 하는 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줬다. 또 제가 그간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기에 멤버들이 같이 뭉클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와 소녀시대 활동의 조율에 대해서는 "저희는 가족 같은 존재"라며 "그룹으로서는 14년이지만, 멤버들을 알고 지낸지는 거의 17년 째다. 팀 활동을 중단한 지 이제 4년 정도 지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린 함께이며 서로를 믿고 있고 이제 막 각자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단계라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티파니 영은 10년 만에 뮤지컬에 임하는 만큼 록시 하트 역을 위해 직접 오디션에 참가했고 2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캐릭터를 위해 매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고 알고 있는데, 록시 하트 역을 위해 어떤 것에 중점을 뒀나?
"록시 하트를 휴먼하게 표현하려 디테일에 신경 썼어요. 야망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상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생각한 록시는 본능적으로 ‘내 안에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이런 야망에 눈을 뜨고 깨어나는 록시로 해석했기에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면도 있고 순수하다고 할 수도 있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싶은 록시를 표현하려 했죠"

록시 하트로 변신해가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소녀시대로 활동했지만, 저는 센터병이 없어요.(웃음) 동선과 칼군무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저는 무대 위에서 배려심이 넘쳐요. 제가 센터에 서는 장면에서도 다른 배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데, 안무연습 할 때 센터병이 좀 생겨야 될 것 같아요"

"그날그날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다르기 때문에 케미가 달라져요. 그래서 매번 어렵고 긴장되지만 사실 그게 제일 매력적이기도 해요"

평소 연습량은?
"일단 아침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뮤지컬 속 노래 전곡을 듣고 혼자 무대 스케치를 해요. 매일이 처음인 것처럼 꼼꼼히 준비해서 들어가요. 본 연습은 저녁6시나 7시에 끝나는데, 저는 밤 10시까지를 록시 군무 연습시간이라 생각하고 항상 9시까지는 더 연습하고 집에 가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습하는 것이 부끄럽고 나름 소심한 편이라 연습은 주로 혼자해요.
매 무대마다 안 되도 후회 없을 만큼의 준비를 해요. 무대 위 록시 하트는 저의 준비성과 연습량으로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습은 늘 배신하지 않아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만큼 록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무대에 섰을 때 비욘세 만큼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비욘세 음악을 많이 들어요"

"저를 지켜보는 많은 후배들에게 연습은 당연한 것이라 보여주고 싶어요. 이 정도 올라왔다고 연습을 게을리 하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무대에 서는 것과 표현을 한다는 것은 선물 같은 거예요"

세 번의 성대결절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계기는 다양했어요. 소녀시대 멤버들 중 제일 마지막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는데,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죠. 두 번째는 잠과 스케줄, 음식이 제 목소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모르고 일정을 소화했었는데, 병원에 갔더니 사람이 노래를 들으면 성대도 같이 움직인다고 해서 음악을 4달 동안 못 듣게 하더라고요. 다시는 노래를 못하는 상상까지 했었어요. 3차는 미세하게 왔는데 그때도 스케줄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였어요. 이후 미국에서 보컬트레이닝을 다시 받았고, 일하지 않는 저를 케어할 줄 몰랐는데 배우기 시작했죠. 힘들었지만 그때 이후로 제 인생이 많이 바뀌었으니 후회하진 않아요"

록시가 야망에 눈을 뜨는 것처럼 티파니 영의 앞으로 야망은?
"퀄리티를 좋게 만드는 것에 목숨 거는 편인데, 좋은 것, 비싼 것보단 정성을 신경 쓰고 단어 하나하나를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뭐가 됐든 제가 선택하는 것에 사람들이 '기대된다' '멋진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해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페임>은 20대 초반에 출연했지만 <시카고>는 30대에 임하게 됐다. 부담되지는 않았나?
"마음이 열려야 더 채우고 제가 에너지를 더 줄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은 눈, 코, 입, 귀, 다 열어놓은 상태로 임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더 힘든 것에 도전하고, 성취감 얻는 작품을 만날 거라고 믿어요"

"디즈니 공주 역할을 해보는 게 여전히 제 인생 목표에요. 요즘 다양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으니 스토리만 맞으면 당당하게 오디션 보러 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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