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경구 "흑백영화 '자산어보', 오히려 세련된 것 같아"
[인터뷰] 설경구 "흑백영화 '자산어보', 오히려 세련된 것 같아"
  • 조설희 기자
  • 승인 2021.03.25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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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설경구가 흑백영화 '자산어보'에 대한 고정관념에 소신을 전했다. 

25일 오후 설경구는 '스타포커스'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자산어보'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으로 유배된 뒤,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는 먼저 "흑백 영화는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나름의 선입견이 있으실 거라 생각되는데, 더 세련된 것 같고 오히려 촬영하면서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를 봤을 때 마치 그 시대(조선시대)의 색깔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흑백이라는 틀에만 박히지 않고 자신의 시각에 맞게 색을 덧입혀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설경구는 오랫동안 연기자의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자산어보'는 그의 첫 사극 작품이다. 설경구는 "'더 나중에 사극을 해야지'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급해지긴 했는데 영화를 촬영하고 보니 지금 도전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다음에 또 다른 사극에 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극을 통해 만난 역사 속 실존 인물 정약전에 대해 "사실 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주로 했다"며 "다만 동생 정약용에 비해 약전은 깨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정약전의 정보로 인해 실제 설경구는 대사들과 연기에 신경 쓰기보단 고민을 빼고 그저 촬영 현장 분위기에 녹아드려고 했다. 그는 "많은 고민들은 오히려 연기를 하는 데 잡념이 생기게 만든다"고 했다.

정약전은 창대를 만나 그와 함께 책 <자산어보>를 완성한다. 설경구는 "창대는 책을 좋아하지만 집안이 가난해 학문을 쌓지 못하는 친구"라며 "약전에게 창대는 늘 불안했던 것 같다. 흑산이라는 섬에서 벗어나 육지로 나가 출세하고 싶은 창대의 욕구를 보고 약전이 대노를 하는데, 분명 섬을 떠나 상처를 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설경구는 변요한에게 '자산어보'가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 감명 깊게 남을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변요한이 이 작품과 극 중 창대의 누더기 같은 옷 그리고 창대로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다"며 "시나리오와 현장도 너무 좋아했기에 결과물도 좋을 것이라 여겨졌다"고 답했다. 이어 "변요한 배우가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더라. 아마 현장에서의 그리움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남성적인 면이 많으면서도 마음이 여린 편"이라고 부연했다.

극 중 설경구는 가거댁 역 이정은과의 로맨스도 그린다. 두 배우는 실제 대학 시절부터 절친 사이인 것으로 유명하다. 설경구는 "서로 개인적인 일을 많이 아는 사이"라며 "대학 때부터 오랫동안 알아와서 너무 편하고 든든하고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배우다. 해당 멜로 씬은 가거댁이 이정은 배우가 아니었다면 낯간지러워하고 쑥스러웠을 것 같다. 이정은 배우라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자산어보'는 그간 사극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던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가지는 사극의 장점에 대해 "이전 작품들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출연하고 그에 따라 초점이 맞춰지는 인물들도 많았다면, 이번 '자산어보'는 포커스를 맞춘 인물이 적어 관계에 몰입도를 높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감독과의 작업은 재미있다. '아 좋아좋아'를 가장 많이 말씀하시고 다 좋다고 하신다. 배우들 입장에선 힘이 나고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탭 모두에게 자신감을 넣어주신다. 정약용 역으로 출연한 류승룡 배우도 '이준익 감독 현장은 참 행복해'라고 말했었고, 우정출연한 최원영 배우도 '이렇게 행복한 현장은 처음이다'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훈훈했던 현장을 전하기도 했다.

'자산어보'는 베테랑 배우들의 우정출연 라인업으로도 눈길을 끈다. 류승룡, 조우진, 강기영,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등의 실력파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모두 설경구의 연락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이미 저와 변요한, 이정은 외 출연 배우들은 알려지지 않은 연기자들로 하기로 가닥을 잡으셨길래 '친숙한 배우들이 나와주면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제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하루 찍는데 그 배우를 섬까지 오라고 하냐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재차 고집을 부렸고, 배우들마다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정약용 역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는데 류승룡이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며 섭외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끝으로 설경구는 좋은 작품이지만 코로나라는 시국에 개봉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다는 질문에 "며칠 전 언론 시사를 위해 코엑스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며 "솔직히 무서웠다. 코엑스는 사람이 많은 영화관 중 한 곳인데 그래서 걱정이 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설경구는 "쉽게 들어오셔도 되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흑백이지만 가볍게 관람하고 가시면 될 것 같다. 현재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이 영화에도 삶이 고단한 민초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그 안에 따뜻함과 정이 있다"고 관람 팁을 귀띔했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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