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영화 '최면',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적 없나
[SF+리뷰] 영화 '최면',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적 없나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1.03.18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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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인간은 죄의식이 없으면 용서받을 수 없다" 최재훈 감독의 연출 노트 일부다.

최근 스포계와 연예계를 둘러싼 '학교폭력' 논란이 연일 이슈에 이슈를 물고 있다. 최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같은 학교폭력 문제를 공포·스릴러물로 풀어내며 인간의 '죄의식'에 대해 꼬집었다.

'최면'(제작 더프라이데이픽처스·배급 스마일이엔티)은 최교수(손병호 분)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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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한 세계인 최면에 흥미를 느낀 최 감독은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범죄 사건 해결을 위해 자주 사용하던 최면수사, 최면요법 등의 테크닉이 아닌 핵심 사건이 시작되는 주요 모티브로서 최면이라는 소재를 택했다.

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무려 7년 전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지만, 그 당시에도 학교폭력 문제는 존재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요즘 논란 시기와 맞물린 이 우연은 나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보도록 만든다.

영화에서는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이 최면을 접한 이후 어릴적 한 아이를 괴롭힌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가해자였던 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어릴 적 누군가를 괴롭힌 적 없었나" "나를 스쳐간 무수한 사람들 중 나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었나" "나의 과거는 깨끗한가" 돌아보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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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독의 제작 의도는 영화 후반에 느낄 수 있다. 전개가 다소 느려 공개된 티저와 달리 공포감이 조여오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부수적인 대사 및 장면이 있어 몰입도가 여느 공포·스릴러 영화들처럼 강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영화 속 진짜 이야기를 뒤늦게 알아차릴 수도 있다.

그와 반면 출연자들의 연기는 안정적이었다. 데뷔 18년차 이다윗의 연기는 명불허전 흠잡을 데 없었다. 그가 변신한 도현이라는 인물은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영문학과 학생이다. 학과 대표이기도 한 도현은 어느 날 정신 치료를 받는 편입생을 만난 것을 계기로 최면을 접하게 된다. 그 후 눈 앞에 자꾸 환영이 보이고 자신의 친구들도 이상 행동을 보이자 늘 친구들의 중심에 있는 과대표답게 앞장서서 관련성에 대해 파헤친다.

실제 그룹 베리굿의 멤버인 조현은 영화 속에서도 아이돌 멤버로 활약한다. 그러나 그 앞엔 '왕따에 시달리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분한 현정은 아이돌이라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에는 불안함이 가득하다. 그 불안함을 느끼는 장면에서 '연기자'로서 조현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배우들의 새로운 발견은 '떠오르는 신예' 김도훈에게도 적용된다. 김도훈은 극 중 권투선수 출신 병준으로 활약하는데, 기자간담회 당시 "겁이 많은 편이라 대본을 아침에 봤다"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피해자로서 고통을 느끼는 장면과 권투선수로서 주먹과 욕을 휘두르는 장면, 그리고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장면에서까지 모든 컷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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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하면 입 아픈 베테랑 배우 손병호와 서이숙은 특별 출연한다. 그러나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엔 이들의 역할이 컸다. 어찌 보면 주인공들이 각자의 죄를 뉘우치도록 만드는 인물이 두 사람이다. 손병호는 주인공들에게 최면을 접하게 만드는 인물답게 특별출연임에도 많은 대사량과 동선 그리고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서이숙 역시 여교수 다운 고상함은 갖추되,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주인공들을 압박한다.

관객들은 이런 배우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죄의식' 서서히 느껴갈 수 있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포계와 연예계의 학폭 논란을 접하면서 과거를 돌아봤던 이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들을 우리는 결코 잊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죄의식'이란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관람 후 인간의 죄의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하는 영화이기를 바란다" 최재훈 감독 연출 노트 中.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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