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빌보드 진입하고 싶어요" 이달의 소녀, 꿈을 현실로 만들다
[SF+기획] "빌보드 진입하고 싶어요" 이달의 소녀, 꿈을 현실로 만들다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0.11.0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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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해 보고 싶습니다" 지난달 19일 이달의 소녀 세 번째 미니앨범 '미드나잇(12:00)'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던 날 멤버 고원이 소원했던 말이다. 당시 멤버들은 고원의 깜짝 발언에 토끼눈을 뜨며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들은 지금 소원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달의 소녀(희진, 현진, 하슬, 김립, 최리, 츄, 이브, 진솔, 비비, 고원, 여진, 올리비아혜)가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200'에서 112위로 데뷔했다. 국내 여성 가수로는 6번째이며,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는 처음이다. 그녀들의 기염은 반짝에 그치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는 빌보드 '아티스트 100' 차트 9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겨우 데뷔 2년 차, 국내 걸그룹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고 있는 그녀들의 행보는 전세계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그룹 이달의 소녀. (왼쪽부터)희진, 츄, 여진, 고원, 현진, 최리, 올리비아 혜, 비비, 이브, 진솔, 김립. (사진=양언의 기자)
▲ 그룹 이달의 소녀. (왼쪽부터)희진, 츄, 여진, 고원, 현진, 최리, 올리비아 혜, 비비, 이브, 진솔, 김립. (사진=양언의 기자)

 

- 중소기업의 반란

이달의 소녀는 일광폴라리스의 자회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이하 블록베리) 소속 걸그룹이다. 블록베리는 대형 연예 기획사가 아니다. 2016년 설립으로 4년 차밖에 되지 않은 회사이며, 소속 연예인도 이달의 소녀 한 팀밖에 없다. 하지만 "잘 키운 아이돌 하나 열 아이돌 부럽지 않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블록베리와 이달의 소녀 성장에 기대를 걸게 된다. 몇 안 되는 소속 연예인으로 크게 대성(大成)한 기획사 사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초대형 기획사가 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도 소속 가수가 방탄소년단밖에 없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키워낸 방탄소년단은 현재 말하면 입 아픈 각종 기록들을 보유한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성장한 빅히트는 각종 중소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게 된다. 그중 쏘스뮤직은 이른바 '듣보잡' 기획사였다. 회사가 지하에 위치할 정도로 열악했다. 그러나 쏘스뮤직의 유일한 아티스트 여자친구가 데뷔 초부터 '파워청순'이라는 콘셉트로 각종 음악 방송에 오랜 시간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지금은 발표하는 앨범마다 주목을 받는 국내 정상급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덕에 쏘스뮤직은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로고. (사진=블록베리 홈페이지 캡처)
▲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로고. (사진=블록베리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예로, 수많은 중소 기획사들 중 꽤 인지도가 있는 마루기획에는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과 노라조(조빈, 원흠) 등이 소속되어 있다. 2010년 설립으로 올해 10년 차이지만, 중소기업이라 칭한다. 그룹 빅스와 구구단 등이 속해있는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역시 2007년 설립돼 10년이 넘었고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꽤나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지만,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다.

해당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블록베리는 이 같은 회사 정보조차 뜨지 않는다. 해서 현재 블록베리 직원이 몇 명이고 매출이 얼마인지 등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블록베리는 약하다.

그러나 블록베리는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라는 당찬 마인드를 가진 듯 설립하자마자 아티스트 배출에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2016년 10월부터 12명의 멤버를 매달 한 명씩 각자의 싱글과 함께 공개했고, 완전체가 결성되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신개념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었다. 이후 '우리는 매달 새로운 소녀를 만난다'라는 독창적인 슬로건과 함께 2018년 8월 19일, 완성된 이달의 소녀를 탄생시켰다.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 빛을 보기 시작하다

앞서 이달의 소녀는 각각 이달의소녀 1/3, 이달의소녀 yyxy, 이달의소녀 오드아이써클 이렇게 세 개의 유닛으로 활동해왔다. 이후 '하이하이(Hi High)'를 들고 완전체로 데뷔하게 됐는데, 보통 아이돌들의 데뷔 과정과는 달리 다소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감 속에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그 해 7월 멤버 희진이 LG의 휴대전화 CF모델로 발탁돼 활동하며 희진만 주목을 받았던 활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명만 뜰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6개월 뒤인 2019년 2월 발매한 앨범 'X X'의 타이틀 곡 '버터플라이(Butterfly)'가 많은 대중들의 귀에 노크했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발매 후 2월 19일 저녁 7시 기준 멜론 63위, 지니 73위, 벅스 6위로 실시간 차트인했다. 음악방송 '더쇼'에서는 1위 후보에 오른 적도 있다. '하이하이'가 차트 진입에 실패했던 것에 비교하면 분명 큰 성장임을 알 수 있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1년 후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2집 '해시태그(#)'의 타이틀 곡 '쏘 왓(So What)'으로 그녀들은 데뷔 후 첫 1위 자리에 안착하는 달콤함을 맛봤다. 신인에게 1년은 긴 시간이다. 지속적인 활동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지 않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가수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힘들다.

자칫하면 성적이 저조할 수도 있었는데, 차곡차곡 쌓은 인지도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특히 '버터플라이' 활동 후 2019년 5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NCT 127의 '체리밤(Cherry Bomb)' 커버 영상이 이달의 소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왔는데 이 영상이 이달의 소녀를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개 이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당 영상은 2020년 11월 6일 오후 2시 기준 1560만 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달의 소녀 실력은 SM엔터테인먼트 수장 이수만도 극찬했다. 커버 영상을 보고 "반했다"라고 말한 이수만은 그녀들의 '해시태그'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계기가 됐다. 최근 발표한 앨범 '미드나잇(12:00)'에도 이수만이 조력자로 나섰다. '이수만 효과'일까, 이달의 소녀는 지난 2일 '미드나잇(12:00)'의 타이틀 곡 '와이낫(Why Not?)'으로 미국 '빌보드 200'에서 112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을 안았다. 이전 앨범 '해시'로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4위에 오른 적 있지만 메인 차트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음악 매거진 롤링스톤의 뮤직 차트 중 하나인 '톱 200 앨범 차트(Rolling Stone Top 200 Albem)'의 지난달 23일~29일(현지시간) 주간 차트에 따르면, '미드나잇(12:00)'이 지난주 182위보다 104계단 높은 78위에 랭크됐다. 이어 지난 3일 '빌보드 아티스트 100' 차트에도 97위로 진입했다. 이 같은 기록은 중소 기획사 소속 걸그룹의 첫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이라 국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여왕이 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러한 기록들과는 달리 멤버별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실력을 인정받았다고도 할 수 있는 '쏘 왓' 활동 기간 멤버들은 '주간아이돌'에 출연했다. 녹화 당시 진행했던 미방송분 '댄스 직캠'이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그녀들의 실력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멤버들을 칭찬하는 댓글들도 많았지만, 특히 비비에 대한 악플이 많았다. 비비의 개인 댄스를 본 누리꾼들은 "대체 포지션이 뭐냐" "동작을 너무 날린다" 등 비판했다. 비비는 홍콩에서 온 멤버로, 한국어도 능숙하지 않으며 그렇다 보니 보컬 파트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 캡처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의 보컬 포지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멤버가 많은 탓에 파트 분배가 원활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 곡의 콘셉트나 분위기에 따라 보컬 포지션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곡들의 파트량을 계산한 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춤으로 들어왔던 희진의 파트가 메인보컬 츄 바로 다음으로 많고, 랩 포지션으로 팀에 들어온 진솔은 '쏘 왓'에서 고음 애드리브를 맡기도 했다.

물론 이를 보컬·랩·댄스 다 되는 '만능 가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달의 소녀가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멤버별 정확한 포지션을 인식시켜 줄 필요도 있다. 이 외에 현진, 여진, 고원 등 다른 멤버도 댄스 포지션이라고 하기엔 센터에 서는 시간이 적거나 뒤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많고, 보컬 포지션이라 하기엔 래퍼로 들어온 올리비아혜 보다 파트가 적다.

유튜브 캡처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며 나날이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 역시 쉽게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2018년 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감에서 "해체할까 생각했었다"라며 정상의 버거움을 눈물과 함께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길이든 올라가는 여정은 힘들고 고된 법이다.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팬들의 기대도 점점 높아질 터. 이달의 소녀가 대중들의 쓰디쓴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단히 노력해 많은 팬들을 확보하겠다는 욕심 가득한 자세가 필요하다.

 

- 12명, 그 이상의 가능성

아직 데뷔 2년 차라 그녀들이 보여줄 것은 너무나 많다. 그만큼 성장할 기회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세상 모든 색들이 고유의 색을 갖고 있지만 다른 색을 만나면 또 다른 색을 만들 듯, 아이돌 그룹도 비슷하다. 각자의 매력과 실력으로 그룹에 합류했지만 함께하는 시간 동안 다른 멤버들의 장점과 특기 그리고 음악적 성격을 지속적으로 접하면 물들게 되어 있다. 그것은 곧 시너지가 되기도 한다.

갓 신인 티를 벗은 아티스트가 앨범을 발매할수록 발전하는 성과를 낸다는 건 분명 박수쳐 줄 일이다. 이번 같은 성적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연습실 속에서 그녀들이 부단히 노력했다는 성실함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1등을 맛봤다고 해서, "잘한다 잘한다" 한다고 해서 발걸음을 멈추어선 안 된다. 인기를 이어오다가도 저조한 기록을 쓰는 경우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기 때문.

자신들만의 세계관이 뚜렷하게 존재하고, 발표하는 곡마다 변신을 시도하면서도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확고한 이달의 소녀. 앞으로도 좋은 기록과 동시에 대중들 역시 이달의 소녀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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