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페 벨에포크' 우리가 왜, 어쩌다 사랑에 빠졌더라?
[리뷰] '카페 벨에포크' 우리가 왜, 어쩌다 사랑에 빠졌더라?
  • 이수민 기자
  • 승인 2020.05.1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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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랑은 찾아온다. 수시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기도 하고,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한평생을 함께 하기도 하며, ‘부질없음’을 느끼며 저 홀로 일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모두가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모든 사랑의 시작점은 어땠을까.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살면서 너무 쉽게 지나쳤던 사랑의 시작점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울렁거린 경험, 볼이 달아오르고 머리끝까지 전율이 오르는 그날의 모든 기억들. 어쩌면 살면서 가장 솔직하고 숭고했던 그 순간을 찾아 마음 한 편에 묵혀둔 기억들을 따뜻하게 일깨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질문은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왜, 어쩌다 사랑에 빠졌더라?” 

<카페 벨에포크>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수입·배급: ㈜이수C&E)는 사랑이 시작되는 곳 카페 벨에포크로 하룻밤의 시간 여행을 떠난 빅토르(다니엘 오떼유)가 잊었던 설렘을 마법처럼 되찾게 되는 핸드메이트 시간 여행 로맨스다.
    
2019년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으며 토론토 국제영화제, 취리히 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는 ‘아날로그 찬양자’ 빅토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신문이 온라인 매체로 변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변화하는 세상에 멀미를 느끼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낸다. 반면 그의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은 디지털 시대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젊음’만큼이나 ‘젊게 사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신문물을 다루는 데에도 능통하다.
    
세상은 변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태도가 다른 탓에, 두 사람의 관계에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한 번의 싸움은 그간 쌓여있던 두 사람의 불만을 터트리며 마리안은 결국 빅토르를 집에서 쫓아낸다. 
    
돈도 집도 없는 빅토르는 언젠가 아들에게 받은 핸드메이드 시간 여행 초대장을 떠올린다. 아들의 친구 앙투안의 회사에서 보낸 초대장으로 의뢰인이 원하는 시대와 순간들을 완벽하게 재현해 시간 여행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곳. 빅토르는 고민 없이 회사를 방문해 1974년 5월 16일, 첫사랑을 처음 만난 순간을 의뢰하게 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떠난 단 하루의 경험은 빅토르의 삶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는다. ‘현실이 된 과거’에 점점 몰입하며 그는 시간에 가려졌던 첫사랑의 순간들을 일깨우게 된다.
 

영화는 빅토르가 의뢰한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만들어진 과거’이기에 빅토르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재현된 허구의 첫사랑과 실제 첫사랑이 영화에 대칭적으로 배치되며 재미난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빅토르 이외에도 또 다른 인물과 관계들이 등장하며 자칫 산만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화면은 한층 더 풍성함을 안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빅토르의 드로잉 또한 <카페 벨에포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향수를 극복하기 위한 발칙한 상상력과 귀여운 속임수는 내내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시간은 과연 우리의 무엇을 변하게 하는가. 다만 사랑의 첫 순간은 영원하다. 오는 5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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