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희의 도전
[인터뷰] 김동희의 도전
  • 이수민
  • 승인 2020.05.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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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인간수업> 속 김동희의 연기가 놀랍다. 첫 주연작, 전대미문 청소년 범죄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지만 김동희는 모든 우려를 잠재우며 지금껏 보지 못 한 얼굴을 시시각각 화면 속에 채웠다. 소심한 10대 아웃사이더 면모부터 서늘하게 발산하는 잔혹성, 미성숙에서 비롯된 불완전함까지. 다분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며 오지수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첫 주연작부터 ‘인생 작품’을 새긴 신예 배우, 고작 데뷔 2년 차 김동희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김동희는 학교에서는 타의 모범이 되는 우등생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비밀스럽게 범죄를 주도하는 이중성의 고등학생 오지수 역으로 분했다.
 
◆ <인간수업> 오지수가 김동희에게 남긴 것
 
Q. 묵직한 소재를 다룬 장르물인 만큼 신예 배우로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가장 얻어 간 것 같나요
 
저에게 지수란 캐릭터와 <인간수업> 자체가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것부터가 배움의 시작이었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할 때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정말 순간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저도 현장에서 그렇게 저를 내던져본 게 처음이었고 저를 완전히 다 내려놓으면서 연기를 했죠. 극적인 장면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하고 표출하는지, 그런 상황마다 몸을 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했다는 것. 저에게는 그런 모든 순간이 경험이자 도전이자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Q. 이런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소재에서 오는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그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충격도 있었지만 끌렸다는 표현이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확실히 접하기 힘든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솔직히 자신감 있게 이 작품을 선택하진 않았지만 예측이 힘든 상태에서 꼭 해보고 싶다는 강한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인간수업> 공개 후 호평을 받고 있어요. 주변 반응도 뜨거울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반응을 좋게 해주시더라고요. 동료들 또한 좋아해 줬고요. 아직은 굉장히 낯선 상태예요. 작품의 흥행 여부를 생각하고 기다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반응에 낯설고 어벙한 상태예요. 지금 이게 진짜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Q.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따로 연기 디렉션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요?
 
연기적인 지도보다는 최대한 배우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셨어요. 특히 지수의 집에서 연기를 할 때는 정말 자유롭게 풀어 주셨고 많은 것들을 허용해 주셨죠. “해보고 싶은 대로 한 번 해봐”이런 식으로 기회를 많이 주셔서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특별히 신경 써서 촬영한 장면이 있나요?
 
뭔가 더 잘해야지 하는 장면은 없었어요. 그저 지수로서 첫 촬영을 하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안고 촬영에 임했죠. 복합적인 감정으로 지수를 대면하고 연기를 이어갔어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소중하고 충실하게 소화하려고 했죠.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수의 감정이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지게 되는데, 그런 감정들이 대사 없이 눈빛이나 표정으로 느껴져야 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진술서를 작성하는 장면이나, 이불을 감싸고 부들부들 떠는 장면들이 그런 경우죠.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조금 더 애를 먹고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인간수업>이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작품 갑론을박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범죄를 미화했다거나 가해자 서사를 다룬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먼저 이 작품을 끝까지 보셨다면 범죄를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작품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생각하죠. 지수에 대한 서사는 사실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아요. 제대로 시작했다면 지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죠. 작가님이 처음부터 가해자 서사를 일찌감치 떨어트려놓고 전개를 이어가셨어요. 무시무시한 범죄는 저지른 지수에게 최소한의 이해를 위한 서사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Q, 작품 속 지수가 규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데, 지수에게 규리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작품에서 보이고 느껴지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다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도 100% 좋아하기만 하진 않으니까요. 순간의 상황에 따라 그 애정도는 바뀐다고 생각을 해요. 주현 누나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호흡을 맞추고 순간의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연기를 했어요. 지수가 규리를 봤을 때 보인 사랑, 애증, 분노 모든 것들이 솔직한 감정이죠. 실제로 극 속에서 규리를 대면하는데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감돌았어요. 그저 순간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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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꿰어진 첫 단추 같은 작품, 향후 김동희가 걸어갈 길
 
Q, <에이틴>, <스카이캐슬>에 이어 <인간수업>까지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 현장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일단 처음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를 연기했고 이 작품을 이끌어 가야 하는 친구였으니까 저에게는 굉장히 도전적이었죠. 이전보다 더 한 부담감과 긴장감을 안고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현장에서도 여유가 없었던 부분도 있었죠. 주인공으로서 현장 분위기를 리드하는 모습도 있어야 했는데 잘 그러질 못 했어요. 지수라는 친구가 워낙 조용하고 사회성이 없는 캐릭터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다른 배우들과 웃고 떠드는 게 어렵더라고요.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하고 저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전 작품에서는 대부분 ‘잘생김’을 맡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평범하고 지질한 학생을 연기했어요. 그 사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초반에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지수를 처음 만났을 때 절대로 여기서는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잘생김이라는 요소를 모두 없앤 상태로 시작했죠. 머리 스타일을 짧게 유지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또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촬영하다가 각도가 잘 나와서 얼굴이 잘 나오면 더 못생긴 각도로 바꿔서 촬영하기도 했어요. 조금이라도 잘생겨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런 에피소드도 생기게 됐죠.
 
Q. 감정소모가 많은 작품이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아 보자면요?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장면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막판에 계단에서 민희를 밀치고 휴대폰을 줍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은 정말 몇 십 번을 울면서 탄생한 장면이죠. 그 장면이 힘들었던 게 그 순간 지수는 진심일까 거짓일까라는 헷갈림이 저 조차에게도 있더라고요. 주변에도 물어보고 싶어요. 그때는 상황에 빠져서 대본에 없는 대사들도 정말 많이 나왔었죠. 그 장면이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혀요. 그 밖에도 진술서를 쓰는 장면이나 눈빛으로 내재된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신들이 대부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Q. 액션신도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혹시 다치진 않았나요? 어떻게 준비를 했나요?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어요.(웃음) 저도 그런 액션들이 처음이었는데 실제로 남윤수 배우와 액션스쿨에 가서 합도 맞추고 연습을 했죠. 저는 맞기만 하는 역할이어서 잘 맞아야 했어요. 그래도 촬영을 하면서 조금씩 부상은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도 마냥 재밌게 느껴졌어요. 처음이었으니까요. 흙에 뒹구는 데도 이상하게 즐거운 기분이었죠.
 
Q. <인간수업>은 배우 김동희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앞으로 더 노력하고 많은 길을 걸어가면서 다양하게 깨우치게 되겠지만 <인간수업>은 그 한 걸음을 크게 걸을 수 있게끔 도와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도전이란 의미에서 잘 꿰어진 첫 단추 같은 작품이죠. 더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들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안겨다 준 용기의 작품이랄까요. 굉장히 뜻깊은 작품인 것은 분명해요.
 
Q. 향후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여러 가지의 방향으로 대답이 달라질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는 오랫동안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초심이자 목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고 보다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20년 후에 저를 돌아 볼 때 얼굴 붉힐 일 없이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죠. 나름대로의 멋있는 선택을 하고 소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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