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재홍이 '사냥시'의 ‘매운맛’을 선택한 이유
[인터뷰] 안재홍이 '사냥시'의 ‘매운맛’을 선택한 이유
  • 이수민
  • 승인 2020.05.06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거친 피부와 짧고 독특한 빛깔의 헤어, 난무하는 욕설과 과격한 제스처는 이제까지 안재홍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응답하라 1988> 정봉이부터 <멜로가 체질> 손범수 PD까지, 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로 분해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였던 그가 <사냥의 시간>에서 제대로 ‘매운맛 인물’을 만나 특별한 변신을 꾀했다. 건조하지만 그 속은 뜨겁고, 유일한 관계 속 아슬아슬한 결핍을 느끼는 복합적인 인물, ‘장호’는 안재홍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로 남았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충무로 대세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에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안재홍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다며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그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기억이 난다. 1600석이 넘는 극장이었는데 매진이 되었더라. 사람들의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그 반응들을 체감하면서 봤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공개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설렌다"라고 말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국내에 공개되기까지 남다른 고초를 겪었다. 애초 2월에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차례 연기되었으며, 차선이었던 넷플릭스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해외 판매 대행사와 이중계약 문제를 빚으며 또 한 번 잠정 연기됐다. 결국 합의 끝 4월 23일에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될 수 있었다.
 
앞서 여러 어려운 과정들이 있었기에, 안재홍은 <사냥의 시간>이 무사히 공개됐다는 점에서 더욱 감사하고 기쁘다는 소감을 보였다. 그는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 연기자로서 뭐라 언급하기 힘든 부분이다. 어찌 됐든 잘 마무리했고 많은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서 그 부분에 무게를 싣고 싶다. 감사하고 기쁘다. 많은 분들이 애써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 장호, 버려진 동네의 들개 같은 쓸쓸함과 벼랑 끝 청춘
 
안재홍은 극중 친구들만이 세상 전부라고 믿으며 네 친구의 계획이 성공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 메이커 장호 역을 맡았다. 그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탈색부터 문신까지 자초하며 적극적인 변신을 꾀했다. 안재홍은 “사실 장호는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런 거칠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라며 “굉장히 상처가 깊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버림받았다는 게 장호에게는 큰 트라우마이자 공허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 동네의 들개 같은 쓸쓸함, 벼랑 끝 청춘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절한 모습도 있었고 분노도 있었을 거다. 어떤 저항정신을 길들이기 위해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다. 평소에는 발라드 취향이다. 표현을 위해 다른 음악들을 들으면서 내면을 채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배우로서 기대감이나 우려가 있지는 않았을까. 안재홍은 “어떤 인물을 준비할 때 우려를 먼저 가지지는 않는다”라며 “조금 더 다른 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기쁘고 기대되는 점이다. 연기자로서 확장된 모습과 변주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건 굉장히 소중한 일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 기회를 정확하고 잘 살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순한 맛의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매운맛을 첨가한 기분이다. 인물에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재밌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등에 이어 윤성현 감독까지 비슷한 나이대를 가진 덕분에 첫 만남부터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안재홍은 “이제훈과 감독님을 처음 광화문 만둣집에서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친해지더라. 형으로서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박정민 또한 처음 봤는데 나는 86년생이고 정민이는 빠른 87년생이라 학번이 같아 친구가 됐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최우식은 예전에 <쌈 마이웨이>에 같이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같은 장면을 찍은 적이 없어서 이번에 처음 만난 거나 다름없다. 역시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생이 됐다”며 애정을 보였다.
 
<사냥의 시간>에서 안재홍은 특히 최우식과의 진한 브로맨스를 선보이며 두 사람의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브로맨스를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웃음) 장호와 기훈의 관계가 워낙 톰과 제리 같은 사이다.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많고 서로 티 내는 건 싫어하지만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근한 브로맨스가 연출되지 않았을까. 정말 오래 알고 지낸 동네 친구와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 디스토피아, <사냥의 시간> 현장의 특별함
 
대한민국의 근미래와 디스토피아라는 극의 배경 상 영화는 사운드와 미술에 세심한 신경을 쓴 티가 났다. 특히 윤성현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사운드가 전부인 영화”라고 언급할 만큼 장르와 시청각적 비주얼에 철저한 작품이기도 했다.

안재홍은 이에 “촬영하면서 영화의 미술에 굉장히 흥분됐다. 연기자로서 그 공간을 경험했다는 점이 무척 특별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조명이었고 그 앵글에 내가 담기는 것이 신나고 흥분됐다. 하나하나 미술적인 터칭이 들어가지 않은 신이 없다. 디스토피아적 환경을 표현하기 위해 소품부터 세세한 디테일이 잘 담겨 있다.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줘서 참 감사하다. 많은 노력이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극장 스크린에 걸리지 않는 아쉬움도 따랐다. 안재홍 또한 “감독님이 사운드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사운드 후반 작업만 따로 긴 시간을 할애할 만큼 열과 성을 다 쏟으셨다. 나중에 극장에서 특별하게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며 바람을 내비쳤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배우들이 정말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작품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적인 쾌감이 넘치고 재밌고 쫄깃했다는 평을 듣고 싶다.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임했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