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보결, 엄마로 산다는 것
[인터뷰] 고보결, 엄마로 산다는 것
  • 이수민
  • 승인 2020.04.2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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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배우 고보결에게 <하이바이, 마마>는 많은 것들을 일깨웠다.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어서도 안됐다. 무엇보다 작품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숙제이자 임무였다. 힘든 길일수록 많은 깨우침이 따랐다. 꾸준하게 진심을 담은 연기를 선보였던 고보결은 종영 이후 훨씬 더 성숙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의 모든 말마디마다 후련함과 기분 좋은 설렘이 감도는 이유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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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결은 최근 종영한 tvN <하이바이, 마마!>(이하 <하바마>)에서 오민정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미움을 한 번에 받았다. <하바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난 차유리(김태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 서우(서우진)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 고보결이 맡은 오민정은 조강화의 현재 아내로 극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서우의 친엄마로서 남다른 모성애 연기를 펼쳐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다.
 
드라마 종영 이후 만난 고보결은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는 “함께 고생해주신 스태프,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 모두 다 너무 고생 많았다”며 “모든 순간 깊은 배려와 사랑 속에서 마칠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던 작품이다. 가족같이 따뜻한 사랑을 담은 드라마 인만큼 시청자 분들께도 그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으면 한다. 함께 끝까지 시청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많은 힘을 얻었다”며 애틋한 첫 소감을 전했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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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는 김태희의 안방극장 복귀 작이라는 점에서 초반 큰 화제를 얻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과 실제 모성연기가 빛을 발하며 마지막까지 호평을 이끌었다.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고보결은 “나 역시 유리라는 인물이 (김태희) 선배가 아니면 누가할까 싶을 정도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실제로 엄마라서 그런지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더라. 아이를 대하는 법이나 말하는 방법들을 너무 잘 아셔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좋으시다. 진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아 저런 태도로 연기에 임해야 되는 구나’라는 진정성을 깨달았다. 나 역시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옆에서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다”며 회상했다.
 
상대역이었던 이규형과의 호흡 소감도 이어졌다. 고보결은 “워낙 배려심이 많은 분이다. 배우들뿐 아니라 막내 스태프들까지 잘 챙겨주고 아역 배우들과도 잘 놀아준다. 상대 배우 입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대본으로 상상했을 때보다 현장에서 느낀 게 훨씬 더 컸다. 진실 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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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적 설정과 독특한 가족 서사라는 점에서 <하바마>는 초반 승승장구 했지만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전개의 호불호를 느끼는 시청자들이 속속 발생했다. 말미에는 아쉬운 결말이라고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작품에 직접 참여한 배우의 생각은 어땠을까.
 
고보결은 ‘아쉬운 결말이다’라는 평가에 대해 “어떤 선택이든 아쉬움은 늘 있는 것 같다”라며 차분하게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결말보다는 작품 자체가 주는 이야기에 더 집중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자칫 놓치기도 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는 것, 진짜 가치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인생 처음으로 ‘엄마’란 존재를 소화해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보결은 “작품 속에서 경험해보니 엄마의 사랑은 놀랍고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더라”라고 웃으며 “오민정이라는 역할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오히려 감독님에게 경험이 없는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소화해도 괜찮을까 묻기도 했다. 감독님이 ‘오민정이라는 캐릭터 역시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서툴지만 노력하는 엄마다.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오민정과 일치되는 부분일 거다’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에 힘을 얻었고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보결은 실제로 어머니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에게도 많이 여쭤봤다. 이 상황에선 어떤 마음일 것 같냐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제시했다. 어머니가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관통을 하는 대답을 하더라. 그때 역시 부모님들의 마음은 다 같구나, 라고 생각했다. 정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핸드폰 배경화면을 우진이로 해두기도 했고 가지고 다니면서 딸 자랑을 했다.(웃음) 최대한 그 마음을 헤아려 보고자 육아일기도 틈틈이 썼다”며 디테일한 노력을 자랑하기도.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오민정을 연기하며 고보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모성애’와 더불어 ‘어른스러움’이었다. 그는 “이전에는 어린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번 작품에 들어가면서 어른스러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는데 누군가에게 팁을 얻었다”라며 “어른스러움이란 감정을 숨기는 것이라고 하더라. 어린 아이들은 호불호가 명확하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나. 어른스러움은 그런 감정을 상대적으로 컨트롤할 줄 알고 잘 드러내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민정은 적어도 그런 성격의 어른이었다. 겉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라 그런 지점들을 염두 해두고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를 무척 좋아한다는 고보결은 촬영 내내 서우진과의 촬영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진이랑 촬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재밌었고 아이와 함께 하니까 비타민이 따로 없더라. 어른들끼리 연기할 때랑은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재밌고 내가 일을 하고 있나 까먹을 정도로 너무 재밌게 해줬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행복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있었던 서우진과의 깜짝 에피소드를 꺼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진이와 촬영 중에 한번 엔지를 낸 적이 있는데 (우진이) 나를 보더니 ‘오민정..~’ 이러더라. 그래서 곧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너무 귀여웠다. 한 번은 저 멀리에서 나를 보더니 ‘고결아~’하면서 인사했다. 실제 우진이의 어머니가 옆에서 깜짝 놀라 제제했지만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또 끝날 때가 되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나가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올해로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이하는 고보결은 늘 그렇듯 꾸준히 자신의 연기를 가다듬고 새롭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그로인한 ‘선한 영향력’이라고.
 
“좀 더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을 만나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특별히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주는 메시지가 좋아야 마음이 가더라. 기왕이면 재밌고 유익한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그럼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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