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인생영화가 되기 어려운 이유
[SF+기획]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인생영화가 되기 어려운 이유
  • 이수민 기자
  • 승인 2020.04.14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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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아직까지 ‘인생영화’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같은 감독과 제작진이 참여한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어떨까.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감각적인 영상미와 걸출한 배우진의 등장이 이목을 사로잡지만, 그 속내를 알고 보면 어딘가 불편함이 남는다. 한때는 세계적 거장으로 칭송받았던 우디 앨런 감독의 어두운 이면이, 다름 아닌 영화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숱한 잡음 속 국내 개봉을 확정지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평가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봄비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의 운명 같은 만남과 로맨틱한 해프닝을 담은 영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이 참여하며 우디 앨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찍이 2017년 말 촬영을 마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배경지인 미국 뉴욕에서 조차 상영되지 못했다. 미국 감독 우디 앨런이 ‘의붓딸 성추행’ 의혹을 받으면서 북미에서는 개봉이 취소됐고,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마저 개봉을 반대했기 때문.
 
당시 앨런의 의붓딸이었던 딜런 패로는 “7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으며, 이는 2017년 12월 세계적으로 확산 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맞물려 주목 받았다.
 
이듬해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앨런의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며 뉴욕 성소수자 센터, 성폭력 반대 운동기구 등의 단체에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자신의 수익 전액을 나눠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다른 출연 배우들 또한 개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결국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약 2년 간 개봉이 미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디 앨런은 최근 논란 속 발간된 회고록 ‘아프로포스 오브 낫띵(Apropos of Nothing)’에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 대해 언급하며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을 후회 한다”는 과거 발언을 저격하기도 했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여러 잡음으로 창고에 묵혀있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국내 개봉을 확정 지으며 또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영화의 국내 수입 및 배급을 맡은 그린나래미디어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수입한 건 3년 전이다. 이듬해인 2018년 우디 앨런 이슈가 터졌다”며 “해외 세일즈사에 협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봉을 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 할 손해가 크고 계약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심 끝에 개봉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영화의 개봉일은 최종 5월로 확정됐다.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감독의 이름 없이 세 주연배우의 이름과 <미드 나잇 인 파리> 제작진이라는 문구만 게재됐다. 이는 대중들의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결과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미드나잇 인 파리>, <블루 재스민>, <카페 소사이어티> 등 수많은 이들의 인생작품을 남긴 우디 앨런의 어두운 이면에 영화팬들의 씁쓸함 또한 커지고 있다. 메인 포스터에 ‘감독 이름 지우기’와 ‘출연 배우들마저 등 돌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평가는 더 이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각에서는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황. 국내외로 코로나19까지 겹쳐진 가운데, 과연 영화는 온전히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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