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퀴리'의 진짜 이야기
[SF+리뷰] 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퀴리'의 진짜 이야기
  • 이수민
  • 승인 2020.03.0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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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당신은 왜 과학을 하나요?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온 맘이 들끓어

150분의 공연 동안 뜨거운 전율이 흐른다. 웅장한 무대도 아니며 화려한 군무나 의상도 없다. 작은 실험실과 공장, 기차역이 전부인 배경에 오롯이 마리와 안느의 삶을 채워 넣는다. 두 사람의 상황과 심정을 대변하는 넘버가 무대에 잔잔히 울려 퍼지면 관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떨림, 잔잔하지만 뜨거운 전율이 뮤지컬 <마리 퀴리>가 지닌 진실 된 힘이자 메시지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마리 퀴리>는 1920년 이민자 여성인 탓에 차별 받았던 마리퀴리가 라듐을 발견하기까지의 일화와 라듐 제품 제조 공장에서 방사능에 피폭당해 당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을 짜임새 있게 다루었다. 일평생 마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안느 코발스키와의 관계는 초연에 비해 한층 더 강화되었고 이는 여성 위인들의 연대극이라는 주제의식을 확실하게 했다. 특히 여성 과학자의 대표로 묘사된 마리만큼 안나 또한 여성 노동자의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그 시대에 걸맞는 애틋한 동지애를 선보였다. 기차역에서 주기율표와 흙주머니를 주고받던 첫 만남부터 갈등의 시간을 지나 주기율표에 나란히 올라서는 마지막 장면까지, 두 사람의 서사는 빈틈없이 연결되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마리의 업적과 신념, 고뇌를 통해 한 여성의 성장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안느와의 관계성을 보강하여 여성 연대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단연 관전 포인트다.

<마리 퀴리>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극장의 매력은 배우의 얼굴 표정, 작은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관찰 할 수 있다는 점인데, 그런 부분에서 <마리 퀴리>는 이에 딱 알맞은 공연이라 볼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리의 짙은 감정 연기와 얼굴의 작은 떨림은 공연의 완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며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특히 마리 역의 리사는 목소리의 변화만으로도 마리의 나이 대를 완벽하게 구분하며 초반부터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안느 역의 김히어라는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무대에 오른 만큼 한층 깊어진 연기력과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한 단계 더 살렸다. 루벤 역의 양승리와 피에르 역의 임별 역시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마리와 안느의 서사에 더욱 힘을 보탰다.
 
근대 과학 최고의 연구 업적에 가려진 진실, 우리에게 퀴리부인으로만 알려진 위인 ‘마리퀴리’의 치열한 삶을 그려낸 뮤지컬 <마리 퀴리>는 오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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