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윈플렌’ 그 자체로의 규현
[인터뷰] ‘그윈플렌’ 그 자체로의 규현
  • 이수민 기자
  • 승인 2020.03.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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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뮤지컬 경력만 10년 차다. 아이돌과 솔로 보컬리스트, 예능인으로도 모자라 뮤지컬 무대까지 섭렵하며 이 시대 본보기가 될 아티스트의 면모를 제대로 증명했다. 그런 규현이 약 3년 반 만에 새 뮤지컬 <웃는남자>로 돌아왔다.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그윈플렌’에 규현의 고유 색채까지 얹어지니, 누가 이 무대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뮤지컬 <웃는남자>는 2018년 초연 당시 총 24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전례 없는 흥행기록을 썼다. 약 1년 반 만에 또 다시 관객을 찾아온 <웃는남자>에 기대감이 따라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극의 중심인물인 그윈플렌 역에 새로이 이름을 올린 규현은 독창적이고 개성 짙은 연기로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 3년 반의 공백무대 위 긴장은 곧 설렘으로 
   
3년만의 무대이기 때문일까. 이제 뮤지컬계에서도 나름 고참이지만 규현은 사뭇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사실 (군복무로) 공백기도 있었고 10년 차라고 말하면 거창해보이지만 크게 연륜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웃는남자>도 처음 하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오랜만에 참여하여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됐는데 무사히 공연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라며 첫 소감을 전했다. 

 

<웃는남자> 공연이 절반 정도가 지나면서 첫 무대와 때는 또 다른 감회가 생겼단다. 조금씩 능숙해지고 성장을 더해가며 지금도 꾸준하게 그윈플렌을 연구 중이라 밝혔다. 규현은 “벌써 반이나 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공연이 너무 재밌어서 벌써부터 아쉽기도 하다”며 “공연을 하면서 레슨도 새로 받고 있다. 넘버를 소화할 때는 스킬적인 부분이 조금 달라졌다. 그 부분이 첫 공연 때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마지막에 데아가 잘못되고 슬퍼하는 장면에서는 요즘 정말 많이 울게 되더라. 여러모로 달라진 점이 있다”고 밝혔다. 
   
<웃는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 역에는 규현 이외에도 박강현, 수호(엑소), 이석훈이 이름을 올렸다. 4인 4색의 그윈플렌으로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규현 만의 차별화된 그윈플렌은 어떤 모습일까. 규현은 “다른 그윈플렌보다는 조금 더 재치 있고 가벼운 느낌이다. 특히 조시아나 공작과 함께 하는 신에서는 표현을 좀 더 과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귀족을 처음 만난 촌뜨기이지 않나. 충분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웃는남자>에서는 특별히 웃음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 그래서 그런 작은 부분들에서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호, 박강현은 초연 때부터 함께 했지만 규현은 재연 무대에서야 합류할 수 있었다. 초연 당시 규현은 군 복무 중이었으며 연출가는 이전부터 그윈플렌 역에 규현을 점찍어 두었다고. 규현은 “연출가님이 제가 이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더라. 왜 그런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윈플렌 캐릭터 자체가 입이 찢어진 비극적인 청년이지만 긍정적인 사람이지 않나. 나 역시 약간 긍정적인 기운이 있다. 그런 캐릭터가 비슷해서 아마 좋게 생각해주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 나와는 정반대의 인물배우 규현이 느끼는 희열
   
뮤지컬과 가요 무대는 상당부분 다르다. 발성과 표현력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달력이다. 규현은 뮤지컬 무대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을 ‘표현과 감정의 전달’이고 말했다. 

 

“어떤 넘버를 부르던 그 메시지의 전달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또한 사람들이 기꺼이 3시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내서 오지 않았나. 그 시간만큼은 많은 감정을 전달하고 극장을 나설 때 뿌듯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웃는남자>를 통해 권력과 부에 관련한 메시지, 또 나의 주변을 둘러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려는 마음을 진실 되게 전달하고자 한다.”

규현은 실제로 그윈플렌과 자신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만약 실제 그윈플렌의 상황이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두었을 때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묘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규현은 “내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할 때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실제로 그윈플렌은 부조리한 세상을 스스로 바꾸려고 하지 않나. 자신이 귀족임을 알아도 그것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러지 말자’고 소리 내는 인물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고 멋있는 행동이다. 현실에서의 나는 못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만큼은 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그윈플렌의 넘버는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쟁쟁한 실력의 배우들에게도 여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습할 때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규현은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중간에 도움을 주신 분이 있다. 우연히 옥주현 선배님을 만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셔서 서로 공연 중임에도 정말 감사하게 선배에게 레슨을 받았다. 발음이라든가 사소한 호흡을 굉장히 세세하게 봐주셨고 회사를 통해 제 공연을 받아보고 컨펌을 해주기도 했다. 넘버 전달 부분에서 잘 배워져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라며 비하인드를 털어 놓기도. 

 

◎ 뮤지컬 배우 규현이 포기할 수 없는 것 
   
규현은 이번 공연에서 특히 배우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으쌰으쌰해서 연습하면서 대사나 감정에 대한 상의를 많이 했다. 서로의 무대를 직접 보진 못 했지만 모니터를 꼼꼼히 해준다. 콩깍지가 씌인 건지 수호는 볼 때마다 너무 사랑스럽다. 이석훈 선배는 가수로서도 친분이 있었는데 형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넘버 마다의 호소력이 좋다. (김)강현이는 사실 초연을 못 봤지만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싹싹한 애가 무대에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후배지만 정말 배울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동료 배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뮤지컬 <삼총사>, <베르테르>, <모차르트> 등 10년간 꾸준히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온 규현은 이번 <웃는남자>를 통해 또 다시 얻어가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좋은 선배의 가르침을 얻었다. 넘버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는지에 대한 섬세한 과정을 잘 배우게 된 것 같고 또 다시 성장한 계기가 되었다.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에 어떤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있을 다른 작품에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묻는다면 ‘일’이다. 일이라 하면 고되고 그런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내가 좋아해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요즘에는 정말 일만하고 살고 있다. 해외든 국내든, 뮤지컬이든 콘서트든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연기한다. 무대에서 관객과 팬들을 만나 호흡하는 모든 과정들을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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