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억 관객의 남자, 하정우
[인터뷰] 1억 관객의 남자, 하정우
  • 양언의
  • 승인 2020.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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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에게 실패란 없다. 맡는 작품 족족 화제성과 재미를 동시에 이끌며 최근 몇 년간 극장가 흥행 바람을 선도했다. 덕분에 충무로에서는 늘 섭외 0순위에 빛난다. 2년 뒤 일정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그의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쌍 천만의 기록을 넘어 이제는 1억 관객의 선택을 받은 남자, 하정우의 진짜 매력이 궁금해졌다.

 

<신과 함께> 시리즈부터 쌍 천만 관객을 이끌더니 <1987> <PMC: 더 벙커>, <백두산> 이번 <클로젯>까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영화관 어딜 가도 하정우다. 특별히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하며 또 한 번 예술인으로서의 영역을 넓혔다. 
  

 

◇ 15년의 인연, <클로젯>을 선택한 이유 
   
영화 <클로젯>에 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김광빈 감독과의 오랜 인연 덕분이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15년이 지나서야 <클로젯>을 통해 재회하게 됐다. 하정우가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김광빈 감독의 몫이 컸다. 

하정우는 “시작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다. 김광빈 감독은 그 당시 동시녹음 기사였다. 학생 영화이다 보니 스태프가 매번 바뀌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촬영, 조명을 맡은 감독과 김광빈 감독만 남아서 13개월을 함께 버티었다”라며 “힘든 여정이었는데 끝까지 함께 했다는 그 마음이 오늘날 <클로젯>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광빈 감독과의 의리도 있었지만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식도 있었다. 하정우는 “일단 영화를 선택한 우선순위는 장르다. 사실 그게 가장 컸다. 안 해본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한 내가 맡은 상원 역할이 웃음기 하나 없이 건조한 인물이지 않나. 이것 또한 새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의 입장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내가 배우로 참여하는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 조금 더 저예산의 작품들, 비주류의 장르물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생각을 전했다. 
   
“<클로젯>을 크게 김광빈 감독과 윤종빈 감독, 나와 김남길이 기획했다고 봤을 때 김광빈 감독이 70% 정도 차지를 했다. 결국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선택하고 최종고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윤종빈 감독은 10%, 내가 14% 김남길이 6% 정도 한 것 같다.(웃음) 스스로 의견을 낸 것 중에 채택된 건 까마귀 신과 금붕어 신이다. 기분 나쁜 장면은 다 내가 했다.(웃음) 이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의외로 미스터리물에 취약하다는 하정우는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가 <주온>이다. <컨저링>, <링> 이런 영화들도 무서워서 못 봤다”라며 “이상하게 심령이나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못 보겠더라. 김광빈 감독은 마니아적인 것들을 준비해왔고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 했다. 영화에는 제대로 표현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 연기에 대한 많은 평가에 대해 잘 감당하고 버텨나가야 될 것 같다. 어떤 큰 배움을 통해 깨닫고 확 바뀌는 게 있다면 쉬운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매번 살아갈 수 없지 않나.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가다 보면 발전이 있지 않겠나.”

◇ 허율부터 김남길까지놀라운 배우의 발견 
   
처음으로 딸 가진 아버지 역할을 맡게 된 하정우는 캐릭터 해석에 있어 초반 막연함이 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미혼이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어려운 지점은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얼마만큼 뻗어갈 수 있을까, 그 깊이와 범위를 얼마만큼 표현해야 될까 라는 막연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상원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게 됐으며 궁극적으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인물을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하정우는 “설정 자체가 일단 기러기 아빠지 않나. 모든 육아를 아내에게 맡겨놓고 밖으로 떠돌면서 돈만 버는 사람이었다. 아내를 잃고 모든 것을 본인이 떠안게 되면서 패닉이 온 거다. 딸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고 아예 딸에게 다가가는 접근 방식조차 모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 사건을 겪게 되고 끝내 이계(죽은 자들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마지막 후반부에 이나(허율)를 타에 태우는 장면은 아빠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겨우 뗀 장면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원의 방치도 결국 이나에게는 폭력이었다. 이나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명진(김시아)이에게 사과를 했던 것이었고 그건 모든 어른들을 대표해서 건네는 사과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딸 역할로 나온 허율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실제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만큼 성인 배우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정우는 “오디션 때부터 놀라웠다. 캐스팅에 이견이 없었다”며 “현장에서 ‘이런 것까지 가능할까’ 생각했던 부분을 척척 잘 해내더라. 그쯤 되니 원래 아역 배우들도 연기를 잘 하는데 우리가 과소평가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역이란 글자를 빼고 배우로서 연기를 무척 잘하는 친구다”라고 말했다.  
   
함께 연기했던 김남길과의 친분도 두텁다. 사석에서 자주 모임을 가질 만큼 친하지만 작품을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정우는 “첫인상은 무척 시크해보였다. 북유럽 유학생 스타일이지 않나. 굉장히 잘 갖춰져 있는 연예인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저 친구만큼 세상 털털한 사람이 없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톤이 굉장히 높다. 무겁고 가벼울 때의 분위기가 정말 다르고 실제로 연기를 할 때도 희극, 비극을 잘 넘나드는데 그 폭이 무척 넓다.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겉으로는 다혈질 같지만 갖고 있는 중심 자체가 신뢰감이 가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비밀을 얘기해도 괜찮다는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 배우와 제작자 사이의 하정우 

하정우는 인터뷰 내내 배우와 제작자의 모습을 넘나들었다. 보통 2년 후에 찍을 영화까지 계획을 해둔다는 그가 이후 일정을 비워둔 이유는 ‘새로운 연출작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라며 솔직한 생각과 향후계획들을 전했다. “최근 몇 년 간 큰 작품만 했다. 이런 장르를 만나기가 어렵다. 저예산 제작과 아이템이니까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기획하지 않으면 개발하기가 어렵다. 또한 지금은 모든 것들이 대부분 제도화 되어있고 시스템화 되어서 뭔가 젊은 감독들이 기질을 발휘하고 역량을 발휘할만한 제작 시스템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작품들을 만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 같다. 때문에 앞으로도 저예산의 상업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할 생각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꾸준하게 만들어가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 <클로젯>이 가지는 영화로서의 강점은 무엇일까. 하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어갔을까. 그는 “일단은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 이렇게 캐스팅하고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고. 사실 이것뿐인 것 같다. 거창한 건 없다. 보기에 재밌는 영화를 만들었다”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미스터리 장르물의 특성상 자극과 공포가 이 영화의 미덕인데 보신 분들이 대부분 무섭다고 말해주셔서 다행이다 싶다. 아쉬움도 물론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CG와 사운드가 특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적당한 예산으로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재밌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 <클로젯>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무작정 스케일을 높이는 작품보다는 가성비 좋게 적당하게 맞는 예산으로 그 이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늘 가지고 있는 꿈이다.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계 한 일원으로서 꾸준히 찾아 나가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내 일이다. 십 년 뒤에는 또 오늘보다 나아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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