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하이브’부터 ‘짜파구리 오찬’까지…'기생충' 곽신애 대표
[인터뷰] ‘봉하이브’부터 ‘짜파구리 오찬’까지…'기생충' 곽신애 대표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2.2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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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거요유명인사 대접을 받는 게 좀 어색할 뿐이에요.”
   
지난 20일 곽신애(52)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마치고 곧바로 삼청동으로 넘어와 기자들을 만났다. 전날에는 오전부터 대규모 기자회견이 준비돼 있었다.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이 피곤할 법한데도 곽 대표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영화 101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새 역사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기생충> 수상 이후에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을 일궈낸 주역인 만큼 곽 대표가 가질 무게감은 분명 지난날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곽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치를 쌓아올린 베테랑 영화인이다. 1990년 출판대행사와 드라마제작사를 거쳐 영화 전문 월간지 KINO(키노)의 기자로 일했다. 1997년 영화홍보대행사 ‘바른생활’ 공동대표로 <록키 호러픽쳐쇼>, <닥터 지바고> 등을 마케팅 했고 1999년부터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기획 마케팅 실장으로 일하며 <와니와 준하>, <해피엔드> 마케팅 및 기획 홍보를 담당했다. 2010년에는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으로 <커플즈>를 제작 총괄했고 2013년 바른손필름 대표이사,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기억을 만나다>, <가려진 시간>, <희생부활자>를 거쳐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제작했다. <기생충>은 <가려진 시간>에 이어 곽 대표가 메인 제작자로 나선 두 번째 작품이다. 
   
<기생충>은 지난 1년여간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무려 174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에 이어 지난 9일(현지시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곽 대표는 봉준호 감독과 영광스러운 무대에 함께 올랐고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Q. 기자회견에 청와대 오찬까지요즘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되고 있어요 
A. 낮에 잠깐 기절하듯이 회사 소파에 잠깐 누웠다가 눈을 떴어요.(웃음) 점점 돌아오겠죠? 청와대 오찬은 순수 축하 자리라서 정치 이슈, 토론거리 없이 화기애애하게 만났어요. 사실 오랫동안 못 본 스태프나 배우들도 만나서 우리끼리 너무 반가워했어요. 
   
Q. ‘짜파구리’ 등 메뉴에 대한 이슈가 상당히 뜨거웠어요
A. 전체 메뉴 다섯 코스가 있었고 영부인께서 많이 신경을 쓰셨어요. ‘계획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대파를 많이 넣은 짜파구리를 먹었는데 담백하고 맛있더라고요. 사실 그런 종류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 들어갔어요. ‘대파가 비결이었군요~’ 하면서 먹었죠. 
   
Q.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아요게다가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 타이틀을 얻으셨잖아요 
A. 그런 타이틀은 잘 모르고 있다가 막상 최초라고 하니까 좋은 일이 됐겠구나 싶어요. 저보다 앞선 세대였던 제작자들이 일하는 걸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죠. 여자 제작자가 나와서 상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좋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현지에서 수상 분위기는 예견했었나요?
A. 쉽게 예상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시상식 한참 전에 저희들끼리 ‘어떤 상을 받게 될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각본상이 제일 많이 꼽혔고 저랑 송(강호)선배는 작품상을 뽑았어요. ‘몰라, 난 그냥 작품상에 걸어볼래~’ 했었거든요.(웃음)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또 현지 분위기를 보면 비평가, 기자, 동료들이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 분위기면 안 주는 것도 이상한데?’ 하는 느낌도 있었어요. 우리 테이블에 오거나 봉 감독님을 만나면 다들 ‘우와!’ 하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봉!, 송!’ 하면서 포옹하고 악수하고. 봉 감독님이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Q. 현지에서의 체감 인기는 밖에서 보는것보다 더 대단했군요 
A. ‘록 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외신 표현이 이런 거였구나, 제대로 느꼈어요. 봉 감독님이 무슨 말만 하면 웃고 좋아하는데 호감이 기반이 돼야 저런 반응이 나올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뭐라도 못 받겠어?’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Q. 곁에서 본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아시잖아요. 사람이 재미있어요. 감독님 화법 자체가 재미있고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닌데 무겁지 않게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되게 진지한데 유머러스하게요. 많은 기자들이 노미네이트를 핑계로 또 인터뷰 하자고 할 수 있어서 신나 있더라고요. 핑계가 생긴 거죠. 옆에서 보면 그렇게 좋을까 싶어요. 

 

Q. 아카데미 버프가 상당한데 <기생충기세 어디까지 예상하시나요
A. 아카데미 수상이 기름을 확 부어준 것 같아요. 황금종려상 효과도 있었겠지만 이미 대부분 나라에서 흥행이 되고 있었고 그 정도의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만 되도 극장이 1000개로 늘어난다더라고요. 영국이나 일본이 이 시기에 개봉 날짜를 잡은 건 그 효과를 누려보겠다는 뜻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카데미 수상작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 처음 겪는 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데이터화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모르는 일이죠. 아카데미 수상 이후 추진력을 얻은 케이스라 데이터가 없어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성과를 얻는 게 흔치 않으니 데이터로 매칭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스카의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Q. <기생충>을 뛰어넘을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 같아요
A. 어떻게 <기생충>을 뛰어넘을 수 있겠어요. 봉 감독님은 본인의 20년 이상의 노고를 담아서 이룬 성과인걸요. 제가 2015년에 제작자가 되고 얼마 후 봉 감독님과 작업하게 됐는데 그때 ‘내가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 영화를 그만 둬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게 2017년과 2018년에는 <기생충>에 올인했고 너무 즐겁고 신이 났죠. 누가 ‘지금도 그만 둘 생각이 있냐’고 물으면 10년은 더 해볼 거라고 대답해요. 이게 저에겐 가장 큰 변화예요. 게다가 이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사라지는 건 업계 측면에서도 좀 아깝지 않나요? (웃음) 
   
Q. 기자에서 마케터제작자로 이 자리까지 오셨어요여성 제작자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A. 각자의 경험들이 다르니까 제가 평균치거나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영역에 비해 여성에게 굉장히 열려 있는 편이에요. 여자라서 못 하는 건 없어요. 실제로도 여성 제작자가 상당히 많고 학벌, 지연, 학연에 영향을 안 미치고 무엇보다 좋은 시나리오나 좋은 의견이 더 중요한 업계인 것 같아요. 다만 육아 양립이 어렵다는 느낌은 있죠. 작년에 새로운 여성 감독들이 많이 나와서 그게 무엇보다 반가웠어요. 좋은 징조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지에서도 ‘10년쯤 후엔 우리나라의 여자 감독이 여기 와있을걸?’, ‘기다려봐~’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기다려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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