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현장] #마틴스콜세지 #차기작 #로컬발언, 봉준호가 전한 '기생충' 후일담
[SF+현장] #마틴스콜세지 #차기작 #로컬발언, 봉준호가 전한 '기생충' 후일담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2.1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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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매체 포함 500여명 취재진 운집 '역대급 기자회견'
봉준호 "오스카 캠페인 1년... 인터뷰만 600차례, 코피 흘릴 일들 많았다"
'기생충' 드라마판부터 흑백판, 차기작까지 봉준호 감독 향한 '질문 세례'

“10개월 만에 같은 장소기분 묘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봉준호 감독은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4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이토록 눈부신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쉬이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기생충>은 이를 동력 삼아 지난 10개월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금의환향했다.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지난 1년여간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무려 174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에 이어 지난 9일(현지시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기생충>이 최초.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영화사에 잊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열리는 국내 첫 공식행사로 일찍이 주목 받았다.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가디언즈, 로이터 동신 주요매체를 포함해 일본, 미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및 유럽 매체 등 외신 38개를 포함 총 5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 비하인드부터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의 비하인드, HBO와 제작 중인 <기생충> 드라마판 및 차기작, 오는 26일 국내 개봉되는 <기생충> 흑백판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오스카 캠페인? 인터뷰만 600차례, 열정으로 뛰었다”

봉준호 감독은 약 1년간 공들인 오스카 캠페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넷플릭스 등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은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다”고 험난한 여정을 되짚었다. 국내외 큰 화제를 모았던 ‘로컬’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도발하기 위한 계획적 발언이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처음 캠페인 하는 와중에 무슨 도발식이나 하겠나”라며 “영화제 성격에 대해 비교하다가 쓱 나온 발언인데 미국의 젊은이들이 트위터에 올렸나보더라. 전략을 갖고 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옥자>이후 번아웃 판정, 마틴 스콜세지가 쉬지 말라더라.”

그간 쉼없이 달려온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옥자>가 끝난 이후 번아웃 판정을 받았는데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아 작품을 찍었다. 그리고 촬영 기간보다 더 긴 오스카 캄페인 기간을 다 소화했다”며 “곽(신애) 대표님과 <기생충>에 대해 처음 이야기한 게 2015년 초다. 거슬러 올라가면 참 긴 세월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기쁘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어 “좀 쉬어볼까 했는데 스콜세지 감독이 쉬지 말라고 하셔서”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2편의 차기작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라 <기생충>이 어떤 반응과 결과는 얻었는지와는 관계가 없다. <기생충> 또한 평소 우리가 해왔던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며 찍은 영화인데 잊지 못할 결과가 나온 거다. 평소대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럽게 만들어보자는 것이었고 그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20분 대화 중 조여정 얘기만 10분”

봉준호 감독은 배우 이정은과 조여정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LA 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는데 마침 그제 극장에서 <기생충>을 봤다면서 그 자리에서 20분 정도 얘기를 했다. 그런데 10여분 정도가 조여정 배우에 대한 얘기였다”며 “부잣집 아내 역할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정은에 대해서는 “새그(SAG·미국 영화배우조합 주최 시상식) 앙상블 어워드 시상식장에 들어가는 과정이 길고 복잡한데 거기서 톰 행크스 부부를 봤다. 톰 행크스 배우가 송강호 선배나 이선균 씨, 특히 이정은 배우를 보고 아주 반가워하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새그 어워드에서 입증됐듯 배우들 중 누구 하나 균형 빠지는 것 없이 다 잘 해줬다. 미국 배우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고 아카데미 투표에 있어서도 배우협회 회원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작품상을 받는 데에 일등공신, 공헌을 해준 게 아닌가하는 분석을 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드라마화? 아직 초기 단계일 뿐”

<기생충>은 미국판 HBO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에 따르면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처럼 5~6편 정도의 밀도 높은 리미티드 시리즈로 제작된다. <빅쇼트>, <바이스>의 할리우드 감독 아담 맥케이와 함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튼 등 캐스팅 얘기가 많은데 초기 단계라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방향과 구조를 이야기 하는 초기단계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고 차근차근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흑백판 개봉 앞둔 <기생충> “화면에서 더 냄새난다고…”

오는 2월26일 국내 개봉을 앞둔 <기생충> 흑백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든 적이 있다. 다른 거창한 의미보다는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이다”라며 “로테르담에서 상영을 한 적이 있는데 되게 묘하더라. 컬러가 사라졌을 뿐인데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떤 관객이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나 또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 디테일,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산업이 독립영화 품어야”…봉준호가 말한 ‘포스트 봉준호법’

영화계에서 영화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포스트 봉준호법’이 수면 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답변했다. 봉준호 감독은 “해외에서 한국영화산업 특유의 활기, 많은 좋은 작품 나오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플란다스의 개>(2000) 이야기를 한다”고 운을 뗐다. <플란다스의 개>는 아파트단지 내 개 실종사건을 그린 봉준호의 장편 데뷔작. 흥행엔 실패했으나 독특한 작품관이 주목 받으며 차기작 <살인의 추억>(2003)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1999년에 데뷔해 20여년간 영화계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산업영화에 흡수되기보다는 독립 영화를 만들고 있고 메인스트림과 평행선을 이루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을 찍을 당시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 간의 상호침투, 좋은 의미에서의 다이내믹한 충돌들이 있었다. 1980~1990년대 붐을 이루었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갖고 있지 않나. 그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의 많은 인더스트리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도전적인 영화를 산업이 껴안고 수용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워낙 많은 재능들이 꽃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산업과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기대하고 있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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