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는남자' 이석훈 “춤 자신 있어, 발성 고민은 ing”
[인터뷰] '웃는남자' 이석훈 “춤 자신 있어, 발성 고민은 ing”
  • 이수민
  • 승인 2020.01.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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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석훈이 선보이는 <웃는남자>는 어떤 모습일까. 2018년 뮤지컬 <광화문 연가>, <킹키부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석훈이 또 한 번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데뷔 16년차 ‘베테랑 보컬리스트’로 손꼽히지만 뮤지컬 무대 앞에서는 겸손한 신인의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었다. 가수로서 쌓아온 화려한 경력들을 내려놓고 꼼꼼히 자신을 점검하는 태도는 그의 롱런 비결을 쉬이 가늠케 했다. 이석훈이 뜨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연기한 뮤지컬 <웃는남자>의 이야기 속으로.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뮤지컬 <웃는남자> 공식 캐릭터 포스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부심 뮤지컬 <웃는남자>(제작 EMK 뮤지컬컴퍼니)가 2018년 초연에 이어 2020년을 맞이해 새롭게 돌아왔다. 총 5년간의 제작기간, 175억 원대의 초대형 제작비가 투입되어 총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 2018년 한국 창작뮤지컬 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이석훈만의 그윈플렌? “관객들이 평가할 문제
 
<웃는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박강현, 이석훈, 규현, 수호)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했다.
 
초연에서 그윈플렌 역을 맡았던 박효신이 이번 무대에서는 빠지고 그 자리에 슈퍼주니어 규현과 이석훈이 새롭게 투입됐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새롭게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석훈은 “감사하게도 먼저 캐스팅 제안을 해주셨다.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라며 “아무래도 가수로서 음악적인 부분이 어필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에 참여했던 <킹키부츠>, <광화문 연가>에서 순수한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그런 모습들이 이번 그윈플렌에게도 녹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려하여 선택해주시지 않았을까”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 이번 <웃는남자>는 이석훈 외에도 초연에 참여했던 박강현, 수호 함께 새롭게 합류한 규현까지 총 4명의 배우들이 각자 다른 그윈플렌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석훈만의 차별화된 그윈플렌이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일단 가장 나이가 많다.(웃음) 사실 잘 모르겠다. 제가 판단하기보다는 관객 분들이 직접 보시고 판단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무엇이 다를까라는 것은 잘 모르겠고 제가 준비하면서 일단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달’이다. 노래나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거나 기술적으로 화려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연습을 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판단된다고 본다. 때문에 나 역시 그 부분에 굉장히 포커스를 맞춰서 작업하고 있다.”
 
지난 1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됐던 <웃는남자>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 신영숙은 이석훈에게 ‘연습벌레’라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발언에 이석훈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너무나 대단한 배우님이 좋게 말씀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연습을 많이 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닌 것 같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다. 이 작품에서 그윈플렌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지 않나. 그런 캐릭터에 나를 썼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충분히 만족할만한 그윈플렌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연습을 안 할 수 없었다. 본격적인 작품 연습이 들어간 날부터 공연까지 쉰 적은 없다. 쉬면 안 될 것 같더라”라며 침착하게 대답을 이었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 소리에 대한 고민 꾸준..” 데뷔 16년차 이석훈의 겸손
 
이석훈과의 인터뷰는 지난 15일에 진행했다. 이는 <웃는남자> 첫 번째 공연을 마치고 두 번째 공연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처음으로 <웃는남자> 무대를 끝내고 객석을 바라봤을 때의 기분이 어땠냐는 물음에 이석훈은 “울컥했다. 참 희한한 기분이더라”라며 운을 뗐다.
 
그는 “그 정도까지의 함성과 소리가 나올지 몰랐다. 커튼콜까지 다 끝나고 나서 스스로에게 잘했느냐고 물어봤다. (스스로) ‘잘했어’ 라고 얘기를 하더라.(웃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만족스러운 공연을 마쳤다 한들 앞으로 남은 무대는 더욱 많다. 이석훈은 스스로에게 어떤 피드백을 던졌을까. 뮤지컬 배우로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로 프로는 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은 이미 연습 때 끝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내 인생에 점을 하나 남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길게 봐서 꾸준히 고민해야 할 문제는 소리다.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항상 많다. 이정도의 연기를 했을 때 호흡은 어느 정도 줘야 할까에 대한 문제들이 늘 고민스럽다. 거기에 대해 늘 연구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 가요와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발성이다. 가요는 개성이라 정답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은 물론 개성과 매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중요한 건 잘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다.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너무 과하게 들리는게 문제라고 생각해서 발성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석훈의 대답의 의외였던 것은 이미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보컬리스트라는 점에서다. 굳건히 한 자리를 잡은 아티스트도 새로운 영역 앞에서는 늘 고민하며 공부를 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석훈은 “차라리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빨리 왔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까지 소리의 중요성을 못 느끼고 해왔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소리와 발성은 꾸준히 공부중이지만 의외로 춤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나 발라드 장르에서 강세를 보였던 이석훈이기에 그의 ‘춤 자신감’은 또 한 번의 반전 발언이었다. 이석훈은 “춤이나 안무에 대한 걱정은 없다. 이것도 연습하니까 되더라. 사실 몸치는 아니다. 연습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이거 되겠다 싶었다”라며 여유롭게 웃었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 음악감독부터 아내까지이석훈을 지지하는 힘
 
이석훈은 특히 <웃는남자> 수록 넘버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2막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인 ‘그 눈을 떠’나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내면을 표현하는 ‘웃는 남자’ 등을 언급하며 "참 좋은데 결코 쉽지 않은 곡" 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작품 속에 나오는 모든 넘버를 다 좋아한다. 무엇 하나 꼽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만큼 쉬운 곡이 정말 단 한 개도 없다. 하나쯤은 부드럽게 넘어가 줄 수 있을 텐데 어쩜 이렇게 다 어렵나 싶다”고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음악감독님을 정말 너무 좋아한다. 이런 카리스마를 처음 느껴본다. 본래 내 성격이 사람을 잘 안 무서워한다. 직급이나 위치가 어떻든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와도 긴장을 잘 안하는데 이상하게 감독님은 처음보자마자 포스가 느껴지더라. 감독님도 나를 많이 좋아해주신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잘 해주신다. 한번 감동을 받았던 일은 저번 첫 공연 때 대기실로 와서 ‘잘 할 수 있으니 연습한대로만 해라. 가사는 걱정하지마라 이건 우리 둘이 하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멋지지 않나. 그때 딱 안심이 되더라”라며 후일담을 털어놓기도.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이석훈은 2016년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무용가 최선아와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에도 방송을 통해 종종 아내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애틋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첫 공연 때도 아내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며 심정을 밝혔다.
 
“제 첫 공연 때 아내를 초대했다. 아내도 국립발레단 출신이기 때문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했었다. 나 역시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니까 기분이 굉장히 이상하더라. ‘남편, 아내 모두 예당에서 공연하는 부부구나’ 라며 의미부여도 하고 그랬다.(웃음) 아내가 첫 공연을 보고 정말 잘했다고 말해줬다. 사실 아내가 무용을 하다 보니 턴이나 왈츠, 기본적인 동작과 안무를 봐줬다. 첫 번째로 부른 이유도 모니터링을 해주길 바라 불렀는데 더 해줄 말이 없다고 하더라. 그 힘을 받아서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석훈은 한 치 의심 없이 <웃는남자>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온전한 작품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그는 “뮤지컬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아직 많다. 그런 분들에게 첫 뮤지컬로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 한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무대면 무대, 영상, 조명, 연출 모든 면에서 한국 최고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사실 나 역시 지금까지 공연을 정말 몇 백번을 하지 않았나. 이제 딱 보면 그림이 나온다. 내가 보는데도 숨이 멎더라. 너무 자랑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에 더 잘 해야겠다는 경각심도 생긴다. 이런 멋진 무대를 나만 느끼기에는 너무 미안하다.(웃음) 모쪼록 시간을 내어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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