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사랑의 불시착', 北로맨스 판타지의 변주와 습격 
[SF+기획] '사랑의 불시착', 北로맨스 판타지의 변주와 습격 
  • 윤희수
  • 승인 2020.01.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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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 ENM
사진 = CJ ENM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연출 이정효/극본 박지은)이 회 차 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세우며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북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연신 흥행 소식을 잇따르며 흐름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과거부터 북한은 극적인 갈등상황과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로 사용됐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 그에 따른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요구되는 북한 소재를 과감하게 내세워 승승장구 중인 <사랑의 불시착>에는 어떤 특별함이 숨어 있을까.
    
지난 19일 <사랑의 불시착> 10회 차가 평균 시청률 14.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동일) 최고 15.9%로 5주 연속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첫 회 시청률 6.1%보다 무려 8.5% 포인트 상승한 기록이다.
 

사진 = CJ ENM
사진 = CJ ENM

이날 방송된 10회에는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의 기적적인 재회 장면을 그리며 역대급 ‘심쿵’ 장면을 선사했다. 또한 에필로그에 깜짝 등장한 김수현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눈을 뗄 수 없는 반전의 스토리와 명불허전 로코 장인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사랑의 불시착>은 주말 드라마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사진 = CJ ENM
사진 = CJ ENM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북한이 주요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북한 말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며 북한을 콘셉트로 하는 매장이나 북한 문화를 보여주는 디자인 상품, 콘텐츠 등의 영상이 줄줄이 공개되기도 했다. 개봉 한 달 만에 800만 관객을 운집한 영화 <백두산> 또한 북한을 주 배경지로 삼으며 북한의 일상 모습을 노출했다. 배우 이병헌은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 역으로 분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남겼다.         
    
이처럼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과거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영화 <더킹 투하츠>, <공조>, <강철비>,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닥터 이방인> 등이 북한을 소재 삼으며 화제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북한을 소재 삼은 작품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질타가 뒤따랐다. 작품 속 북한의 시대상은 실제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과, 흥행을 위한 장치지만 잘생기고 멋진 배우들을 북한 인물로서 전면에 내세우고 주로 매섭고 날렵한 이미지로 포장하여 ‘북한 판타지’를 심어준다는 것, 과도한 캐릭터의 서사나 갈등요소를 위해 ‘북한 미화’나 ‘북뽕’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수차례 지적됐다.    
    
<사랑의 불시착> 또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반응들과는 사뭇 다르다. 작품 초반에는 작가의 표절 시비와 남북관계가 악재로 작용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나날이 뜨거워지며 크고 작은 논란들을 서서히 잠식시켰다. 

사진 = CJ ENM
사진 = CJ ENM

먼저 <사랑의 불시착>이 로맨스와 더불어 ‘판타지 물’이라는 것이 이례적이며 강력한 요소다. 드라마는 ‘돌풍에 의한 북한 불시착’과 같은 과감하고 현실성 없는 전개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하필이면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이며, 그 사람과 인연이 맺어지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실제로 벌어지기 어려운 판타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작품의 개연성보다는 현실을 뛰어넘는 로맨스 판타지에 더욱 몰입하며 빠져든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호연과 연출이 한몫했을 터다.          
    
로맨스 물에서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주로 신분이나 가족관계, 개인 환경 등에 불가했지만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그 자리를 북한이 대신하면서 극적인 재미를 끌어올린다. 남한 여자와 북한 남자의 로맨스, 재벌가와 총정치국장 아들이자 군관의 양 체제는 자연스럽게 ‘금기’를 형성하며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갈등과 애틋한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북한의 언어나 상황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다루며 사전취재와 현실고증이 세심하게 이뤄진 작품이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남북 분단의 현실을 비추는 것보다 분단 상황 자체를 다른 체제로 받아드리면서 판타지를 덧입히는 것, 통일이나 평화와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지우고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두 사람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사랑의 불시착>가 차별화 된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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