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싸패다' 허성태 “신스틸러? 황송해 꿈 이룬 기분”
[인터뷰] '싸패다' 허성태 “신스틸러? 황송해 꿈 이룬 기분”
  • 이수민
  • 승인 2020.01.1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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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대중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가 있다. 작품을 선두지휘하는 중추적 인물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게 모든 작품 속에 스며들어 제 몫의 최고치를 해내는 배우, 명불허전 최고의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허성태의 이야기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이하 <싸패다>)에 출연한 허성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성태는 작품 속 한물간 조폭 장칠성 역을 소화하며 자신이 싸이코패스인줄 아는 평범한 호구 육동식(윤시윤)의 오른팔 역할을 소화하며 브로맨스 케미스트리와 더불어 완벽한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그간 영화 <밀정>, <남한산성>, <블랙머니>, 드라마 <왓쳐> 등에서 보여준 선 굵은 캐릭터와는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제 옷 입은 듯 장칠성을 표현하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 <싸패다장칠성은 나의 최애 캐릭터빠져나오기 힘들었죠
 
허성태는 이전부터 코미디 장르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싸패다> 장칠성은 선물 같이 찾아온 존재였고 예상대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남았다. 허성태는 “사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거기 빠져서 못 헤어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칠성이는 다르더라. 지금도 보내기가 힘들다. 평생 촬영을 하고 싶었을 만큼 아쉽고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 가장 ‘최애 캐릭터’였다”라며 진한 애정심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냐는 물음에는 “지금까지 웃음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이런 캐릭터 자체가 처음이었고 현장 또한 정말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최고의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도 그렇고 어느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정말 즐겁게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늘 바랐던 캐릭터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순도 100%의 코믹연기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아예 결이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허성태는 곧바로 “전혀 없었다”고 웃으며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반대로 <남한산성>이나 <말모이>에서의 역할이 더 힘들었다. 약간 오글거렸다고 해야 할까. 나 자체가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이 아니다. 평소에 찌질한 면이 많아서 칠성이가 오히려 무척 편했다.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감독, 작가님도 열린 마음으로 (연기를) 받아주셨다. 그렇게 해서 매 장면 애드리브가 없는 신이 없을 정도였다”라며 자유로웠던 현장을 떠올렸다.
 

“이런 역할도 감사하고 반응도 좋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허성태가 저 정도도 할 수 있구나를 보여드린 것 같아 만족한다. 그래도 내가 준비한 것들을 잘 요리해서 대접해드렸구나 싶었다.”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설정으로 드라마는 호평을 이끌었지만 시청률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대해 허성태는 “사실 내가 주연배우도 아니고 속상하기보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정말 추운 날씨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힘들 때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게 있다면 시청률일 텐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생각은 있다. 최근에 영화 관객 수와 드라마 시청률을 다양하게 접해보며 느낀 것이 있다. 그저 어떤 작품이든 내 신을 열심히 연기했을 뿐인데 내가 왜 이런 것들에 얽매여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수치에 얽매이고 고민하지 말고 그럴 때 내일 연기나 신경쓰자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는 최대한 걱정을 안 하려고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 개인 커피차팬카페..’ 첫 1호 팬의 등장
 
허성태는 <싸패다>에 출연하면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 <블랙머니> 일정까지 소화했다. 올해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인 만큼 그에게 작품만큼이나 소중한 팬클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배우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한 명의 팬에게 ‘커피차’를 받아봤다며 새록새록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제가 현장에서 엔지를 잘 안 내는 편인데 딱 한 번 긴장한 적이 있었다. 팬 한 분이 커피차를 준비해주시고 현장에 오셨더라. 너무 감사해서 현장을 구경시켜드렸는데 막상 연기를 시작 하려니까 (팬이) 부스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떨려서 못 하겠더라. 그때 엔지를 정말 많이 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일화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에 팬클럽도 생겼다. 아직 극소수지만.(웃음) 너무 황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좋은데 사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근데 나를 왜 좋아하지? 도대체 이 아저씨가 왜 좋은 거야?라는..”이라며 현장을 폭소케 했다.
 
쉴 새 없이 작품활동을 이어오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허성태는 “사실 쉬는 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막대한 분량이 아니기때문에 아직 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라며 “다만 매니저들이 걱정된다. 정말 나보다 힘들지 않겠나. 지난 10월에는 작품이 겹쳐서 잠시 매니저가 2명이 동행을 한 적이 있다. 눈을 떠보면 부산이고 군산이고 파주고 서울이고 그랬다. 그때는 참 매니저가 고생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각 현장 마다 스태프들이 다른데 촬영이 겹치다 보니 일일이 잘 기억해 주지 못 했을 때 미안한 기억이 남아 있다”며 자신보다는 주변인들의 상황을 살폈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 허성태가 끊임없이 다작하는 이유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어느덧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허성태에게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을 하는 듯 고민하던 그는 이내 내용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갔다.
 
“첫 번째는 매력이 있는 역할인가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그 역할을 더 매력적으로 보충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 라는 판단을 한다. <블랙머니>, <싸패다>도 그렇고 이제 개봉을 앞둔 <히트맨>과 <스텔라>도 공통점이 있다. 원래 대본하고 결과물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블랙머니>에서 내 역할은 그저 악한 인물로 그려져 있는데 조진웅 배우 앞에서 약간 쫄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다. 실제로 선배님과의 관계가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평소 모습이 장면에 그대로 담겼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그저 극 속에 흘러가는 인물이 아니라 눈에 탁 보이는 인물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캐릭터를 구축할수 있는가를 따져봤을 때 할수 있겠다 싶으면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허성태가 말한 작품 선택의 기준은 고스란히 배우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철학과도 연결된다.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인 것 같냐는 물음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비슷하다”며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글로 써진 대본을 조금 더 빛나 보이게끔 머리를 잘 쓰는 배우가 좋은 배우인 것 같다.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작가와 감독의 의도에 플러스알파를 할 수 있는 배우다. 굉장히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상대 배우를 더 배려할 수 있게 된다”며 신중한 대답을 꺼내놨다.
 
다작 배우로서 앞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에 대해서는 “이미 이룬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허성태는 “저에게 요즘 ‘신스틸러’라고 불러주시더라. 모든 배우의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그 명칭을 얻은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하다. 그런 면에서 이미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허성태는 35살이 되던 해 다니던 대기업 회사를 그만두고 ‘맨땅의 헤딩’하듯 연기에 도전했다. 그의 도전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제 2의 인생을 열어젖히며 오늘의 새로운 배우 허성태를 완성 시켰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의 아이콘으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었지만 여기에는 은근한 부담도 뒤따랐다.
 
그는 “사실 저의 행적을 알고 개인 메신저로 많은 분이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대답해 드렸지만 요즘에는 답장을 못 드리고 있다. 부담감이 생기더라. 내가 하는 이야기가 답이 아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사실 예전에 방송에 나와서 이런저런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다음 회에서 바로 사과를 했다. 너무 함부로 말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모든 인생은 다르고 나의 말로 다른 결과를 얻을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최대한 조심히 하려고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허성태는 언제나 자신의 연기의 원동력을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가 끊임없이 작품을 선택하고 대중들을 만나는 데에는 무엇보다 자신을 봐주는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많은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눈을 빛냈다.
 
“어머니가 내가 나온 작품을 보고 즐거워하시고 기뻐하시는 것. 그게 내가 다작을 하는 이유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안 끊키고 작품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금처럼만 활동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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