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기획] '양식의 양식', 백종원표 예능을 탈피하다
[SF+기획] '양식의 양식', 백종원표 예능을 탈피하다
  • 이수민
  • 승인 2020.0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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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방송 ‘치트키’ 백종원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을까. 먹거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미 방송가를 장악한 가운데 <양식의 양식>이 기존과는 사뭇 다른 차별화를 선언했다. ‘백종원표 예능’을 탈피한 <양식의 양식>만의 특별함 속으로.

Editor 이수민 | Photographer 양언의

 

JTBC <양식의 양식>은 전 세계 음식 문화 속에서 오늘날 한식의 진정한 본모습을 찾아가는 푸드 블록버스터 프로그램. 약 6개월간 6개국 13개의 도시, 100여 개의 레스토랑에서 세계 음식 문화를 체득하며 한식과의 관계성을 추리하는 대장정을 펼쳤다.

◎ <양식의 양식>, 어떻게 탄생 했나
 
JTBC <양식의 양식>은 “이 음식을 왜 먹게 됐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먹방, 쿡방, 맛집 소개 등 여타의 음식 프로그램과 결을 달리하며 오랜 세월에 깊게 베인 한식의 문화적 향취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양식의 양식>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송원섭 CP는 “우리가 한국인이 먹는 음식을 한식이라고 표현한다.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왜 우리는 한식으로 먹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같은 재료로 과연 이곳에서는 어떻게 먹을까’ 라는 생각을 여기계신 전문가 분들과 함께 열심히 토론하며 마음의 양식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획을 할 때부터 음식을 두고 수다 속에 꽃피는 교양을 생각했다. 수다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요리프로에 가수부터 교수까지? “이 조합특이하다
 
<양식의 양식>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라인업을 공개했다. 요리 전문가 백종원, 동방신기 최강창민, 유현준 건축가, 채사장 작가 등 전공부터 관심사까지 공통분모는 없지만 각자의 시선에서 한식의 뿌리를 추적하기 위해 성역 없는 논쟁을 벌이며 앎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했다.

송원섭 CP는 “음식 프로그램에 요리 전문가들만 섭외하면 이야기가 한정될 것 같았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양식의 양식>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을 유현준 건축가라고 뽑기도 했다. 백종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음식으로 수다를 떠는 것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다르더라. 음식 맛과 설명은 내가 최고일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에 먹다가 찌릿한 적도 있었다. 수필가인 채사장은 글밖에 모르는데 음식에 무관심한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더라. 기획을 잘 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밥하는 역할이었다”며 유쾌함을 보였다.
 
◎ 음식프로 대부’ 백종원의 달라진 역할 

백종원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방송에서 ‘타이틀롤’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음식을 직접 선보이거나 국내외로 다양한 음식 정보를 직접 맛보고 식당가 상권을 살리는 길잡이 역할까지 도맡아오면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했다. 여기에 타고난 방송 센스까지 겸비해 음식프로그램계의 ‘치트키’로 자리 잡았다.

그런 백종원은 초반 <양식의 양식> 제안을 거부했다. 이유는 그동안 너무 많은 방송을 했기 때문. 현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2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 또한 당시 한창 방송 중에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만큼 소재의 부족, 이미지에 소비에 대한 고민이 함께 찾아왔다.

반면 <양식의 양식>은 백종원의 원톱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인다.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입장’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백종원의 모습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백종원이 초반 프로그램 제안을 거절했다가 다시 마음을 돌린 이유다. 

백종원은 “보통 방송을 하다보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는데 이번에는 모르겠다. 나 역시도 무척 궁금하다.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추가촬영이 굉장히 많았다. 그만큼 더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결국 모든 분들이 탐구하는 분들이라 함께 하는 것이 재밌었다”라며 새로움 감회를 보이기도 했다.

백종원에게 <양식의 양식>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전문분야 프로그램이지만 타이틀롤이 아닌 점, 안내자 혹은 스승님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백종원의 전문성과 화제성을 가져가되 이전과는 다른 포지션으로 신선함을 꾀하는 방식, <양식의 양식>의 영리한 접근이 대중들에게 끝까지 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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