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효진이라는 명작
[인터뷰] 공효진이라는 명작
  • 이수민
  • 승인 2020.01.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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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인생 작품, 또 한 번의 인생 연기가 탄생했다. 이번에도 잘 되겠어? 라는 의심은 결국 우려로 끝맺었다. 언제나 그렇듯 대중들은 그를 선택했고 결과물은 완벽했다. ‘작품 선구안이 뛰어난 배우’ 에서 이제는 그 자체로 ‘명작’이 된 배우, 공효진의 이야기다.

Editor 이수민 | Photo 매니지먼트 숲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을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 공효진은 극중 까멜리아의 사장이자 아들 필구와 함께 살아가는 미혼모 동백 역으로 분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선물같은 작품” 공효진의 만족
 
<동백꽃>은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방영 3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마지막 회에서 동시간대 1위(23.8%)와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밝은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공효진은 “모두가 이룰 만큼 이뤘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사실 잘 되면 15% 정도 넘을 것이고 17, 18%대가 나오면 꿈같겠다고 생각했는데 20%를 훌쩍 넘겼다. 모두가 다 같이 만든 결과이고 이룰 만큼 이뤘다고 생각한다. 최고 시청률이라는 상징적인 결과도 얻었고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보였으니까 성취감이 더 높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 일부로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다. 그 생각들을 주워 담으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잘 되니까 뿌듯한 마음이 든다. 모두가 다 선물같이 만난 것 같다.”
 
공효진은 일찍이 대본의 힘을 믿었다. 흠잡을 데 없는 대사와 일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 두 주연 배우에게만 맞춰지지 않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효진은 “어떤 장면도 있을 필요가 없다거나 유치한 부분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나오는 장면보다 다른 사람들이 나올 때 더 재밌게 봤다. 기가 막히게 울고 웃었다. 어쩌면 오늘날 꼭 필요한 장르였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는 힘을 특별하게 그려냈다. 남녀 주인공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십시일반 오지랖을 모아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구성 자체가 사랑받아 마땅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안에서의 전형적인 멜로, 운명, 사랑 이야기가 아니고도 이렇게 많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인 것 같다”며 애정을 보였다. 

드라마 속 배경이 ‘옹산’이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인 만큼 촬영 장소도 한정적이었다. 매일 드나들던 지방현장이기에 나중에는 고향 같은 정이 생긴 것 같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예전에 MBC <고맙습니다>를 찍었을 때도 섬과 세트장을 왔다 갔다 하며 촬영을 했다. 지방에 정박해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까 추억도 생기고 마치 거기 주민인 것처럼 생활하게 되더라. 나중에는 도착하는 순간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현지 맛집도 알고 현장도 다 걸어 다녔다. 이런 과정을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동백꽃> 촬영현장도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이번에도 항상 가던 곳들만 갔다. 서울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촬영할 때랑은 확실히 다른 애정이 생긴다, 옹벤져스 언니들과 함께 정말 그곳에 사는 사람 같았다.(웃음)”

◆ 눈물장인? “나는 리액션이 좋은 배우
 
‘케미요정’, ‘로코장인’ 등 공효진에게는 유난히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믿고 보는 연기력과 오랜 내공의 힘으로 대중들은 배우 공효진의 작품에 신뢰감을 쌓아왔다. 이번 <동백꽃>에서는 동백의 눈물 장면이 매주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동백이가 울면 나도 울고 있다’는 반응을 이끌 만큼 흡입력 있는 연기력을 선사했다.

눈물 연기 비법에 대해 묻자 공효진은 “멍석을 깔아주면 어렵다. 그냥 내버려 두면 잘하는 것 같다”며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눈물 연기를 할 때 하루 종일 집중 하거나 무드를 맞춰서 진지하게 준비하는 배우들도 많다. 내 경우에는 마치 혼자서만 핀 조명을 받는 느낌이라 그렇게 하진 않는다. 배불리 안 먹으려고 하고 물도 많이 마시면서 내 나름대로 준비를 가지기는 하지만 한 순간에 집중을 해서 한 번만 잘 울고 마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족 생각을 하거나 힘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우는 배우들도 있다고 하더라. 나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는 잘 안 된다.(웃음) 그냥 그 대사와 인물에 집중을 한다. 그리고 울 때 얼굴이 어떻게 나와야 하는가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한번 의식하는 순간 모든 게 신경이 쓰이더라. 그런 생각을 다 지워버리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연기하는 것 같다”며 유쾌함을 보였다. 

공효진은 스스로 “케미가 높은 배우”라며 쿨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준비하고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는 소설을 읽는 것처럼 머릿속에 추상적인 풍경이 그려진다. 글로 읽을 때와 직접 현장에서의 상황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장면을 미리 완벽하게 계획해놓고 현장에 가서 연기를 하면 생각했던 장면과 달라질 때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대본을 100% 외우고 상황을 완벽하게 결정하고 가지 않는다. 그저 순간에 맞게 현장 안에서 배우가 하는 대로 리액션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상대 배우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내 대사를 할 수 있다. 덕분에 사람하고 실제로 이야기하는 듯한 액션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잘 어필된 게 아닐까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 공효진이 새롭게 깨달은 것들
 
공효진은 드라마 첫 주연작이었던 MBC <네 멋대로 해라>부터 <상두야 학교가자>,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질투의 화신>까지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잡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했다. 이쯤 되면 시청률의 제왕이지 않냐는 말에 공효진은 손사래를 치며 “이러다 잘못되면 어떡하나, 너무 무섭다.(웃음) 제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대본을 볼 때 ‘이 정도의 새로움은 매력적이다’라고 느낄 때, 그런 취향이 요즘 사람들이랑 맞는 것 같다. 나는 사실 너무 유치하지만 않으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지 않나. 시놉시스만 봐도 이제 그 작품의 취향을 확실하게 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취향으로 선택하게 되더라. 내가 재밌지 않으면 스스로 촬영을 할 때도 미치겠는 마음이 든다. 내가 재미가 없는데 남을 위해서 선택한 느낌이 들면 어깃장이 나고 그랬다. 그건 별로 좋은 게 아니더라. 강요나 대중성을 선택할 때는 꼭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드라마는 길이에 상관없이 내가 재밌으면 한다. 내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잘 맞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동백꽃>이 하반기 드라마 사이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자연스레 연말 연기대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공효진은 “할 때마다 잘 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또 잘 되는 걸 보면 나 역시 신기하다는 생각은 든다. 다음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부담돼서 이제 못하겠다.(웃음) 사실 <동백꽃>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모두가 다 대상감이지 않나. 대상을 내가 벌써 받는 게 이상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어떡하나. 1등 하는 걸 싫어한다. 다음이 없는 느낌이다”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공효진에게 <동백꽃>은 특별했다. 결국에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란 우려를 지워준 선물 같기도 한 작품이었다.

“드라마를 하면서 또다시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요즘에는 자극적인 것들이 점점 더 치닫는 추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따뜻해지고 좋은 음식을 잘 먹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사람 얘기구나 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우리는 정을 나누지 않았나.”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누릴 만큼 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시 선물이 주어졌다. 내 인생에 또 기적이 있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인생 참 알 수 없구나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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