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애, 완벽한 귀환
[인터뷰] 이영애, 완벽한 귀환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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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배우로서는 한층 농익은 내공이,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는 보기 좋은 능청이 늘었다. ‘신비주의’ 아래 꽁꽁 숨겨져 있던 의외의 유머와 솔직한 입담은 덤이다. 14년 만의 신작을 통해 대중들 앞에 선 이영애는 기존과는 달라진 느낌으로,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보다 더 완벽한 귀환이 있을까. 
  

가히 떠들썩한 복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봉준호 감독) 이후 무려 14년 만인데다가 한 때 영화계의 주역이었으니 당연하다.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 개봉에 발맞춰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도 출연했다. 9살 쌍둥이 자녀 승권 군, 승빈 양과 함께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공개했고 SNS를 개설해 적극적인 소통에도 나섰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성공적인 복귀가 이뤄진 셈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영애는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자주 뵙고 싶다. 하루 빨리 또 뵙고 싶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스크린 복귀까지 14년이영애, 왜 이제야 돌아왔을까 
   

<나를 찾아줘>는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곳에 아이를 찾기 위해 뛰어든 여자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실종아동을 소재로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현실적이고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다. 이영애는 극중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정연 역을 맡아 실의와 죄책감, 그리움 등 복합적이고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인 이영애는 “엄마로서의 경험이 <나를 찾아줘>를 찍는 데에 도움이 됐고 반대로 작품을 결정하는 데에 고민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의 묵직한 울림, 반전, 주제의식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영애가 복귀작으로 스타감독이 아닌 입봉감독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나를 찾아줘>는 김승우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이영애는 “신인 감독이시지만 10년 이상 대본을 수정하고 고뇌하셨던 내공이 보였다. 부담이 많으셨을 텐데 사실 나도 새로 입봉한 거나 마찬가지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굉장히 섬세한 감독님이셔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작품에 끌려 선뜻 출연했지만 촬영 과정이 결코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밀도 높은 감정 연기와 액션까지 겸비해야했기에 더욱 그랬다. 이영애는 “원래는 고통의 수위가 좀 더 높았다. 그런데 나도 아이 엄마라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대화를 통해 수위를 조절했다.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 고통의 강도가 전혀 없을 수는 없고 관객이 오롯이 느껴야 할 감정이기도 해서 피할 수 없는 장면들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사실 쉬운 장면은 없었다. 정연의 마음 한 구석에는 피폐함과 공허함이 있다. 연속성을 가지고 표현을 하는 동시에 현실을 딛고 선 정연의 감정 절제도 필요했다. 그 사이의 감정을 지켜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액션 신 또한 이토록 길게 한 건 처음이라 힘들더라. 액션스쿨에도 다녔다. 한 번을 넘어져도 화면에서 보이는 것들을 상상해서 촬영했다. 연기의 일환으로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감정과 액션 둘 다 1,2위를 다투기 힘들 정도였다.” 
   
이영애는 “사실 누구나 그럴 거다.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먹고 사느라 바쁘고 스스로의 현실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종아동에 대한 메시지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 실종아동 자체에 크게 포커싱을 맞추기보다는 울림을 주고 관객들이 스스로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가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다시 내 자리에 섰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작품이길 바란다. 그런 생각이 안 드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가족은 나의 힘 
   

이영애는 인터뷰 내내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스스럼없었다. ‘신비주의’ 스타로는 의외의 행보다. 가족들을 공개하는 데에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딸이 워낙 좋아한다”는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이야기할 때 이영애는 유독 활짝 웃었다. 많이 여유로워졌다던 이영애의 원천이 무엇인지 쉬이 가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영애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녀들의 응원도 이어졌단다. 이영애는 “딸이 얼마 전에 경쟁작인 <겨울왕국>을 보고 왔는데 본인도 미안했던지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를 뒤에 두고 인증샷을 보내줬더라. 뭐 그런 게 응원 아닐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좀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도 얘기해주고 위아래 훑어보면서 ‘이러고 나갈 거냐’고 얘기도 해준다.(웃음) 아들도 촬영 때는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남편도 케어를 잘 해줬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던 <집사부일체> 출연에 대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이영애는 “딸이 방송분량에 욕심이 많은 편이다. ‘(방송에서) 엄마 불러줄 때 너도 한 번 묻어서 나와라’ 하는 엄마 마음이었다. 그런 단순한 욕심으로 시작한 거고 더 많이 나오면 안티 늘어나니까 잠깐 나온 거다”라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해 재차 웃음을 안겼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2014년 SBS 스페셜 <이영애의 만찬>을 통해 근황을 공개한 것도 아이들과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고. 이영애는 “가끔 TV에 <대장금>이 방송하면 아이들과 볼 때가 있다. 애니메이션 더빙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엄마 목소리가 나오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영애의 만찬>에 출연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는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고 아이들과의 기록을 만들고도 싶었다”며 “앞으로 하자고 해도 (아이들이)하겠나. 안 할 거다”라며 우리네 엄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이영애는 “딸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 아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는데 딸은 나와 기질이 비슷해서 관심이 있나보더라. SNS로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만지지 못하게 접근금지를 시키기도 했다. 뭘 올리는 걸 좋아하더라. 틱톡(TikTok, 15초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도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연예계 꿈이 있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는 “꿈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아이들 못잖게 남편의 존재도 이영애에게 큰 힘과 활력을 준다고.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 대본 또한 애기아빠랑 같이 읽었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스태프들한테 고기도 많이 쐈다. 남편도 촉이 좋은 편인데 영화 편집할 때 같이 보고서는 좋다고 했다. 워낙 이성적이라 좋은 소리를 잘 안 하는데 ‘500만 관객은 걱정 없다’고 하더라.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비판적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고무적이더라”며 웃었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버킷리스트앨범 내는 것이영애의 또 다른 시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아내, 엄마를 벗어나 본업인 배우로서는 14년 만의 복귀다. 작품과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것이 그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란다. 이영애는 “현장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달라진 현장 분위기에는 당연히 적응을 해야 하는 거고 밥차를 보며 ‘오늘 메뉴는 뭘까’ 기다리게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고 (표준근로계약서로 인해) 요새는 촬영 시간이 좀 달라졌지 않나. 육아를 하면서 시간 배분하기 수월하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대중을 떠나 있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은 없었을까. 이영애는 “물론 있었다”며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엄마 역할을 하는 것도 힘들더라.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일을 했었으니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걸(엄마 역할) 지워낼 수는 없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갈망 끝에 복귀의 물꼬를 잘 텄고 언론과 대중의 이목도 집중돼 있다. 본격적인 활동을 기대해볼 법한 분위기다. 이영애는 “그것도 대본을 주셔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대본이 많이 들어오진 않았다. 물론 제의 받은 것 중엔 좋은 작품들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시기적으로 잘 맞아야 하지 않나. 어떨 땐 가정에서의 엄마, 아내 역할이 중요할 때가 있고 배우로서 텐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는데 <나를 찾아줘>는 시기적으로 잘 맞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다.” 

 

Photo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피플

딸과 함께 방탄소년단 팬임을 밝힌 이영애는 “음악을 좋아한다”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앨범을 내는 것”이라고 밝혀 주변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영애는 “영화 <봄날은 간다> 때 김윤아 씨가 부른 OST가 내게 들어와서 큰일 날 뻔했다.(웃음) 대학 때 음악서클에 들어서 콘서트를 한 적도 있다. 근데 이렇게 어필을 해도 연락이 안 오더라. 할리우드에서 태어났다면 <물랑루즈>같은 작품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런 걸 꿈꾼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의외라는 말에 이영애는 “<대장금>을 선택할 때도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며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 폭넓은 역할과 다양함,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대화 속에 위트와 여유가 있었다. 까다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은 그저 선입견에 불과했다. 이영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진짜 이영애의 모습을 왜곡하고 가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때문에, CF 영향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가정을 갖고 많이 편해졌고 나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 부분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도 더욱 폭을 넓혀주는 것 같다. 연기자 입장에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40대 이후의 나를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영화 <나를 찾아줘>가 될 것 같다. ‘나에게도 이런 눈빛, 이런 분위기가 나오는 구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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