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두산' 이병헌 “연기기계? 매 작품 아쉬움 남아”
[인터뷰] '백두산' 이병헌 “연기기계? 매 작품 아쉬움 남아”
  • 이수민
  • 승인 2019.12.19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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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늘 영화를 이끈다. 이번 <백두산>도 그렇다.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병헌은 이중간첩인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 역으로 분했다. 영화 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실소가 터지는 장면도, 섬뜩한 장면도,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도 모두 이병헌의 몫이다. 매번 장르와 한계를 뛰어 넘으며 연기기계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의 생각은 대중들과 달랐다. 이병헌은 늘 자신의 연기가 목마르다 말한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 이병헌의 리준평알 수 없는 인물의 등장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금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 이병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백두산>은 영화 후반 CG작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업시간을 연장했으며 개봉 바로 전날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이병헌도 전날인 18일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는 “관객의 입장에서 놀라면서 봤다”며 첫 소감의 운을 뗐다.   
 
이병헌은 “사실 배우들은 촬영기간 동안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다 보니까 그 이야기 안에서는 규모를 크게 느낄 수 없다. 특히 이런 영화는 더욱 그렇다. CG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기 감정에 급급해서 체감하지 못 했다.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 거대한 스케일을 확인하면서 ‘내가 저걸 찍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할 때 어느 정도 이런 감정이겠거니 상상을 하면서 연기를 하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놀라웠다. CG라는 액션과 나의 리액션이 연결된 모습을 보면서 관객입장이 되어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이병헌의 첫 등장신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리준평의 복합적인 캐릭터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남한군인 조인창(하정우)와의 첫 만남으로 극의 긴장감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병헌은 “감독님과 촬영할 때도 그렇고 여러 버전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처음 20분 정도 사람들이 리준평을 찾지 않나. 기대감을 준만큼 임팩트 있는 등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방법적인 부분에서 어떤 등장이 가장 효과적일지 생각했다”며 “감옥 안을 어둡게 했다가 그림자로 튀어나올까, 저벅저벅 걸어 나올까, 숨어 있다가 등장할까 여러 고민을 하다가 그렇게 탄생이 된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준평이 임팩트 있는 등장을 하지만 동시에 삐걱 거리는 느낌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짧은 장면 속에 리준평의 캐릭터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준평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무서운 사람이다가도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하고 웃기다가 매섭다. 그 첫 한 신에서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백두산> 속 이병헌의 총격신과 액션신은 또 한 번 그의 능력치를 인정하게 했다. 헐리우드를 오고가며 액션연기로는 정평 난 베테랑 배우지만 여전히 총격신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병헌은 “총격신은 다른 연기보다 스트레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소리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특히 내가 쏘는 장면이 아니면 더욱 신경 쓰인다. 언제 쏘는지 모르지 않나. 또한 주변으로 파묻히는 화약들이 효과를 주기 위해 마구 터지는데 그런 부분들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총기액션은 그런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  다친 경험이 있어 안 좋은 기억이 생겼다. 그 이후로 더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더라”고 털어놨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백두산' 공식 스틸컷 

◎ 하정우X이병헌영화의 한 축 담당하는 특급 케미
    
<백두산>은 기본적으로 재난 블록버스터지만 이병헌, 하정우의 호흡이 빛나며 버디무비의 진가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 전반으로 두 사람의 호흡이 유지되며 장면마다 훅훅 바뀌는 둘의 관계는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나 역시 버디무비라는 말에 공감한다. 보통의 재난 영화라 하면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처한 상황을 이겨나가고 살아가는 과정이 보통이지 않나. <백두산>이 특이한 것은 이 버디무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영화를 처음 결정하게 된 것도 하정우가 전화를 해서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영화가 버디의 성격이 강해서 하정우랑 티격태격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가면 참 재밌겠다 싶어서 결정한 이유도 크다”고 밝혔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애드리브도 상당부분 영화에 삽입됐다. 이병헌은 “애드리브가 많았다. ‘장갑차 시퀀스’에서 특히 가장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줄임말 경쟁 같은 것도 거의 애드리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더욱 재밌는 장면도 많았는데 많은 부분이 편집된 것도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을 믿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나 싶다. 굵은 선을 유지하기 위해 잔가지들을 쳐내는 게 낫다면 과감히 쳐내야 맞으니까”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서 마동석, 하정우에게 놀란 부분이 있다. 기존 대본에서 저렇게들 (애드리브) 디벨로프를 시켰구나 싶었다. 각자 애드리브 욕심이 많은 건지.(웃음) 특히 마동석은 같이 촬영을 해 본적이 없다. 한참을 못 보다가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포스터촬영을 할 때 처음 봤다. 그러고 영화에서 보게 된 거다. 시나리오에서는 저렇게까지 웃기지 않았는데 굉장히 재밌게 캐릭터를 만들었더라. 하정우 또한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따로 따로 찍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하정우의 연기를 완전히 다 보지 못했는데 영화로 보니까 애드리브를 엄청 했더라. 배우들이 더 재밌게 만들어나간 부분이 있어서 더욱 코믹해지고 밝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 언제나 연기에 아쉬움 남아” 베테랑 배우의 갈증  
    
영화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에 이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까지. 멜로, 액션, 느와르 등 장르를 불문한 넓은 스펙트럼의 베테랑 배우지만 그런 그도 매 작품마다 아쉬움이 동반한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물론 ‘저건 참 잘했다’싶은 장면도 있다. 좋은 지점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도 당연히 존재한다. 상황마다 다른 것 같다. 영화 <마스터>는 가끔 보다가 내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터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연기를 볼 때는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다. 칭찬에 대해 인색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라며 솔직함을 보였다.
    
<백두산>이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르면서 따라오는 부담감도 있었다. 상업영화의 특성상 관객 수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관객의 재미를 유도하는 것이 이 영화의 관건이라고.
    
이병헌은 “이 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상업영화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락영화라고 하고 나오지 않았나. 이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모두 들어가 있고 즐길만한 것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가 있다. 많은 분들이 봐 주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특히 영화에서 수위 높은 작품들을 출연해왔다. 늘 나이제한이 높았던 타 영화들과 달리 12세 이상 관람가인 <백두산>은 오랜만에 이병헌을 어린 관객들과 만나게 했다. 그는 “일단 남녀노소 모두가 봐주셨으면 좋겠다. 어제 무대 인사를 갔는데 좌석에 어린 관객들이 좀 있더라. 낯선 느낌이었다. 저 친구들이 이걸 봐도 되나 싶었는데 12세 등급이었다.(웃음) 정말 오랜만에 느낀 기분이었다. 전혜진과 이선균 부부의 아들도 와서 관람했다고 한다. 무척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백두산> 개봉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병헌의 또 다른 주연작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한다. 차기작으로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으로 내년 초반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 밝혔다. 늘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는 “하는 게 직업이니까”라는 심플한 대답을 건넸다.
    
이병헌은 “한 작품 끝나고 적당히 충전하다가 또 들어가고 이런 식이라면 굉장히 이상적이겠지만 사실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품이 내 맘대로 시기를 정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맞물려서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백두산>은 촬영 이후에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라고 털어놨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점점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다. 늘 건강하시라고 하는데 그 덕담에 진심이 붙는다. 절대로 의미 없이 말하지 않는다. 한 해가 갈수록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들이 건강을 챙기셨으면 좋겠다. 연말에는 <백두산>과 연시에는 <비상선언>을 즐겨 달라. 완벽한 연말연시가 되지 않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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