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백두산', 인간과 자연의 과감한 한 판
[리뷰] '백두산', 인간과 자연의 과감한 한 판
  • 이수민
  • 승인 2019.12.1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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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을 일으킨 화산인 백두산. 약 천 년 간 잠들어있던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백두산>의 이야기다. <백두산>은 기존에 다뤄왔던 재난영화와 언뜻 비슷하다가도 결을 달리한다. 전체적인 서사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곳곳에 분명한 차별점이 녹아있다. 재난영화에서 새롭게 던져지는 물음과 생각의 환기, 또 한 번 발전된 CG작업이 어우러지며 ‘뭔가 다른’ 재난영화를 완성시켰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고 갑작스러운 재난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영화의 막이 오른다. 영화는 약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4번의 화산 폭발을 예고한다. 불필요한 에피소드는 최소화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재난 상황을 노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 직후 약 5분 간 진행되는 ‘강남역 시퀀스’는 초반 극의 몰입감을 올려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장면을 위해 강남역 로케이션 촬영과 세트 촬영을 10회에 걸쳐 진행했으며 건물이 붕괴되고 도로가 뒤틀리며 혼란에 휩싸이는 현장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포착했다. CG작업은 영화 <신과 함께>시리즈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덱스터 스튜디오가 맡았으며 가히 이전보다 진일보한 CG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시퀀스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한층 완성도 높아진 볼거리는 인상적이지만 스토리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반전의 짜릿함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시작점은 사뭇 다르다. 갑작스러운 재난에 휘말려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을 그린 기존의 재난 영화와 달리, 재난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 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백두산>의 가장 큰 차별지점이다.
 
재난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상황 속 피어나는 신파, 때로는 견고한 장치들로 재난을 피해가게끔 서사를 구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백두산>은 재난과 인간이 1대1로 과감한 한판을 펼친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비핵화를 목전에 둔 대한민국이 핵 기폭제를 백두산 속 존재하는 마그마방(화산폭발의 원인)에 터트려 압력을 낮추겠다는 작전이다(이 작전은 영화의 핵심 줄기다). 인간의 기술로 과연 자연을 막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답변과는 다른 쪽으로의 여지를 남긴다. 현실적으로 그 대응 방식이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에 몰두하다보면 충분히 납득하고 넘어 갈수 있는 수준이다. 다른 방향의 생각으로 여지를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반도 전체, 즉 남한과 북한 땅이 영화의 배경이며 백두산이라는 거대 자연이 폭발한다. 여기에 핵은 인간의 핵심 무기로 등장하며 슬그머니 미중 정세가 끼어든다. ‘공화국의 선물인가 짐인가’ 같은 아슬아슬한 대사들이 터지기도 한다. 온갖 거대한 소재들이 집합하지만 영화는 적절한 무게감을 유지한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며 인간적인 인물 캐릭터들을 통해 중간 중간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사진 = 덱스터스튜디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재난 상황 속 임산부 최지영(배수지)의 출산 장면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실제 재난 발생 시 출산 혹은 생리로 인한 여성들의 어려움은 현실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재난영화에서 이와 같은 케이스는 늘 배제 당해왔다. <백두산>은 재난 속 임산부의 현실을 꽤나 ‘직접적으로’ 짚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두 핵심 배우 이병헌, 하정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더 깊게 말할 필요가 없다. 믿고 보면 된다. 19일 개봉. 러닝타임 128분.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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