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즘 배우로서 행보 고민”… 박정민의 나날들
[인터뷰] “요즘 배우로서 행보 고민”… 박정민의 나날들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2.19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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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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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에게 2019년은 잊지 못 할 해다. 추석과 연말, 대목이라고 할 만한 굵직한 시즌에 영화  2편을 극장에 내걸었다. 한 때 독립영화계 라이징 스타에 머물렀지만 이젠 능력치를 증명하고 인정받는 어엿한 상업영화의 주연배우다. 대외적으로 영화계에서 그의 입지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박정민에게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던 건 아니다. 언제 만나도 타인의 칭찬에 인색하고 겉치레가 없으며 철저하게 자기객관화가 몸에 밴 사람답게, 배우로서의 고민이 좀 더 늘어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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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민 모자(母子)관계언제나 스펙터클해”
   
박정민은 18일 개봉하는 영화 <시동>에서 18세 반항아 택일로 변신했다. 극중 택일은 자퇴 후 가출한 뒤 우연히 장풍반점의 주방장 거석(마동석)을 만난다. 영화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성장하는 청춘들의 가족애와 우정을 그렸다. 박정민은 자신의 10대와 다른 듯 닮은 택일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택일과 엄마의 정서적인 관계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자녀들이 느꼈을 감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부모님 속을 꽤 썩였고 많이 싸우기도 했다. 지금도 싸우는데 표현을 못해서 속을 썩이는 것 같다. 그런 게 몸에 쌓여있으니 연기하면서도 감정이 올라오더라”라고 말했다. <시동> 촬영 후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촬영하러 외국에 나가야하는데 몸 조심히 다녀오는 게 효도라고 하시더라. 따뜻한 말씀을 해주신다. ‘이 놈의 새끼!’ 하실 때도 있지만. 엄마와 아들 관계는 항상 스펙터클하다”라며 허허 웃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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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박정민은 분출 에너지가 센 캐릭터들을 자주 맡아왔다. 최근작 중 <사바하>나 <타짜: 원 아이드 잭> 등 또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와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시동> 안에서는 유독 편안하게 연기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박정민 또한 이에 수긍하며 “택일과 내 모습이 흡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택일의 모습이 친구들과 있을 때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도 치기어린 시절에는 싸움 잘하는 척 하고 껄렁껄렁하게 다녔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타짜> 등 작품은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을 입어서 연기해야하니 고민이 있었는데 <시동>은 순간순간 나오는 대로 연기하다보니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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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나이로 18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없었을까. 박정민은 “고민이 많았다”며 “하교 시간에 학교에 가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줄임말들을 찾아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흉내’가 오히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느낌을 줬다고. 박정민은 “택일의 서툰 감정들과 태도, 표현들에 더 집중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다. 외적인 포인트라고 한다면 요즘 애들이 입는 트레이닝 바지나 신발 등을 착용했고 아직 성장기 남자애다운 마른 몸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촬영하면서 10대 때 생각도 많이 났는데 그러면서도 돌이켜보면 33살인 지금과 별로 다르진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박정민은 “사실 10대 때도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과거보단 지금이 더 좋다. 그 땐 내가 너무 초라한 느낌이 있었다. ‘나중엔 이렇게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지금도  40대가 되면 연기가 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물론 말씀 드린 대로 별반 다를 거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어떨까, 하는 걱정과 설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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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달린 박정민 에너지 소진그런 거 없다
   
박정민은 근 3년 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다. 화제작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꼬박꼬박 얼굴을 비췄고 매 작품 언론 인터뷰에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기자들을 만나왔다. 모두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지치거나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에너지를 박정민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분출한다.
   
박정민은 “함께 호흡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또 누구와 이 영화를 만드는 지가 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시동>의 경우에도 내가 먼저 캐스팅이 됐지만 선배 배우들이 합류하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이 영화의 제작자들이 영화계에서 보여줬던 증명들, 신뢰들을 보고 배우들이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결정할 때 모든 것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중에서도 나 포함한 많은 배우들이 사람을 선택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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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겸손’이 몸에 밴 배우 중 하나다. 타인의 칭찬에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도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섬세하게 자기 검열을 하는 데에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도 있다. 박정민은 “연기는 저에게 언제나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 것 같다. <시동> 중에서 ‘하다보면 어울리는 일이 되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거기에 확 꽂히더라. 좋은 칭찬들을 많이 해주시지만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박하게 대하려고 한다. 그래야 더 발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괴롭히려는 건 아니고 객관화를 하려고 하는 거다. 그래야 다음에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게 만점을 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사실 3년 간 쭉 달려왔는데 내 안에 있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래서 영화 찍기가 힘들다, 이런 느낌은 아니다. 요즘에는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쉴 때 쉬기 때문에 몸이 지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박정민이 이 타이밍에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한다. 배우로서의 행보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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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끝자락, <시동>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한 시점에서 박정민은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자신의 예능 출연에 회의적이었던 만큼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인도하지 않는 이상 절대 클립 영상, 재방송도 보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박정민은 “녹화 당시에도 VTR을 보면서 내가 한심하더라. ‘왜 저러지?’ 싶다가도 예능인데 또 작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 출연에 대해 “박정민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게 익숙지 않다. 나란 사람은 볼 게 없는데 뭘 보여줘야 하지, 라는 고민도 있고 자신이 없다. 영화 프로그램이나 인터뷰는 그냥 작품 얘기를 하면 되는데 예능은 규정된 게 없어서 어색하다. 과거에 MBC <무한도전>을 미쳐서 본 적이 있는데 관련 종사자들이 존경스럽더라. 이 사람들이 몸을 던져서 하는 구나, 이 사람들도 연기를 하는구나 싶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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