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1박 2일 시즌4>(이하 <1박2일>)가 일요일 예능 1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갖은 우려와 부담감 속 새출발이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적당한 변화와 전통의 어우러지며 <1박2일>은 정상의 이유를 증명했다.
<1박2일>이 지난 15일 2회 방송에서 시청률 15.1%(닐슨코리아 전체가구 기준, 이하동일)를 기록했다. 첫 회(15.7%)보다 0.6% 포인트 하락했지만 동시간대 방송 1위와 오랜 시간 일요일 예능 정상을 차지하고 있던 SBS <미운우리새끼>를 꺾은 기록이었다. 이로써 단 2회 만에 일요 예능 정상을 탈환한 것.
2007년부터 시작해 지난 12년 간 일요일 황금시간대를 책임져 왔던 <1박2일>에 느닷없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3월 정준영 단톡방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프로그램에 직격탄이 떨어진 것.
<1박2일>은 2016년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던 정준영을 다시 받아준 전적이 있다. 당시 여자친구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정준영은 약 3개월간 자숙 시간을 가지고 <1박2일>을 통해 복귀했다. 당시에도 비판적 여론이 형성됐지만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방송을 이어왔다.
올해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불거지면서 <1박2일>을 향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차태현, 김준호가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악재는 이어졌다. 결국 두 사람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고 <1박2일>은 3명의 멤버가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결국 <1박2일>은 방송 및 제작 잠정 중단을 발표하며 “KBS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프로그램의 존폐여부를 두고 숱은 말들이 오고갔지만 약 9개월 만에 <1박2일>이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찾아왔다. 시즌1 원년멤버인 김종민을 주축으로 연정훈,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빅스)를 섭외하며 새롭게 달라진 라인업을 공개했다. 여기에 시즌 최초로 방글이 여성 PD가 나서며 기존 시즌과는 또 다른 결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면서 <1박2일>이 지난 12년간 이어온 프로그램의 전통을 유지하며 그 속에 신선함을 선보일 것이라 예고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1박2일>에서는 복불복 까나리 게임, 물컵 채우기, 고속도로 미션 등 기존 시즌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게임을 다루며 고유의 포맷을 유지했다. 누리꾼들에게 익숙한 재미요소와 연정훈, 김선호 등 다른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이들이 선사하는 뜻밖의 신선함이 어우러지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선호는 ‘예능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초보 예능인으로서 매력을 보이며 각종 커뮤니티에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지난 15일 2회 방송에서도 저녁, 잠자리 복불복과 기상미션까지 멤버들의 매력과 케미가 빛을 발했다. 아직 어색하고 허당끼 넘치는 이들의 조합이 누리꾼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전달한 것. 재미는 시청률로 고스란히 나타났으며 <1박2일>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기분 좋은 새 출발을 알린 <1박2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소위 말하는 첫 방송 효과와 1,2화는 새로운 멤버들에 대한 합을 보여주는 소개의 성격이 짙었다. 이제부터는 멤버들 간의 케미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야생버라이어티’에 걸맞는 날것의 재미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박2일> 김영도 PD는 “어디까지 변화를 줘야할까에 대해 방글이 PD를 비롯하여 제작진과 고민이 많았다”라며 “<1박2일>이 쉬었다 돌아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이 계속 가고 있다는 느낌을 드려야했다. 완전히 바뀌면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개월간 고심한 변화의 결과가 미비하다는 비난은 감수해야겠지만 우선은 <1박2일>의 치트키를 잡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번 시즌4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전통 포맷을 유지하고 신선한 출연진의 합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1박2일>. 이제 첫 관문은 통과했으며 비축해둔 저력을 선보일 때다. 누리꾼들의 반응과 관심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을지 남은 방송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