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러쉬, 트렌드를 넘어
[인터뷰] 크러쉬, 트렌드를 넘어
  • 이수민
  • 승인 2019.12.1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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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피네이션
사진 = 피네이션
“더 이상 음악에 트렌드와 유행은 없는 것 같아요.”

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을 달리한다. 이 문장을 단숨에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주인공이 크러쉬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하기로 손꼽히는 그가 음악의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이유 있는 자신감이자 존재가 근거다. 이제는 유행을 뛰어 넘어 자체로 음악이 된 아티스트, 크러쉬를 만났다.

 

사진 = 피네이션
사진 = 피네이션

크러쉬가 두 번째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shine)>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4년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 이후 정규로는 5년 6개월 만이다.

12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크러쉬가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심혈을 기울였다. 앨범 명에 담긴 의미처럼 ‘시간의 흐름’을 테마로 하며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이 시간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스토리 구성을 보였다.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음원강자'지만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서 사뭇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크러쉬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운을 뗐다.
    
Q. 두 번째 정규앨범 발매 소감 부탁드려요
    
A.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고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네요. 복합적인 감정들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어요. 제 새 앨범에 담긴 스토리들을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Q. 힙합알앤비가 아닌 발라드 장르가 타이틀곡이 됐네요?
    
A. ‘발라드로 해야겠다’ 라고 구분을 짓진 않았어요. 그것보다 제가 담아내고자 한 메시지나 음악의 선율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했고요.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Q.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나요?
    
A. 이번 앨범의 첫 번째로 가장 큰 테마는 위로에요. 타이틀곡의 메시지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앨범을 3년 동안 준비하면서 제가 느낀 많은 감정들을 하루라는 시간 안에 맞춰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위로라는 테마가 자리를 잡게됐죠.
    
Q. 왜 위로가 테마가 되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본다면요?
    
A. 사람들은 누구든 외로움이나 슬픔이 오면 그 순간에는 자신의 힘듦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잖아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위로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제 음악으로 저를 포함해서 누군가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이 타이틀곡이 터칭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앨범을 온전한 상태로 작업하지 못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작업했어요. 그래도 하나하나 완성되는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이 노래들로 실제로 위로를 받곤했죠. 

사진 =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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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같이 디지털 싱글이 활발한 음악시장에서 열 두 트랙의 정규 앨범을 낸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A. 참 순환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그럼에도 저의 음악과 앨범이 세상에 기록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저에게 또 새로운 도전이니까요. 다른 수록곡들이 비록 사랑받지 못 하더라도 작업하는 모든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고 소중한 경험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에게 이 앨범은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Q. 앨범명을 번역하면 자정부터 새벽녘까지인데그 시간이 본인에게 무슨 의미인가요
   
A. 단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새벽부터 아침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좀 넓은 의미를 담자면 일화가 하나 있죠. 제가 ‘어떻게 지내’ EP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어느 여름날 새벽 아침에 제 반려견과 함께 한강을 나섰어요. 환기를 좀 시킬 겸 바람쐬러 나갔던거였죠. 그때가 아마 오전 여섯시쯤이었을 거예요. 한강을 뛰고 있는데 동쪽으로 해가 완전히 떠있었고 서쪽은 깜깜한 밤이더라고요. 그 경계를 바라보면서 ‘내 인생은 어디에 와있을까’라는 자아성찰을 했었어요. 그때 이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Q, 지금까지 발매한 음원들이 대부분 다 잘됐어요. ‘음원강자라는 수식어도 언제나 따라붙고요그런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는 않나요?
   
A.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 자신은 마인드셋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지인들이 기대를 하다보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이번 앨범은 진정성과 메시지, 음안 안에 있는 큰 틀들을 완성시키고자 했기 때문에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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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차트 사재기와 관련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그런 문제들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마음이 있죠. 순수한 동기로 음악을 발표하는 뮤지션들이 정말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무척 안타까워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사재기는 근절되어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서로 싸우고 하는 부분 자체도 안타까워요. 진실 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Q. 사재기가 발생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A. 앞서 말씀드렸지만 순환이 너무 빠른 시대잖아요. 콘텐츠가 디지털화 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을 하기 위해서인가 싶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저는 현재 이 시대에는 유행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시대를 선택해서 살고 있죠. 인터넷 매체를 동해 예전 음악을 찾아들을 수 있고 보다 능동적으로 자기 취향을 선호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중요한 건 순환이 너무 빠른 시대이다 보니까 그런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Q. 해결책이 있을까요?
    
A. 음. 제 음악을 저는 열심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하는 것. 그게 가장 큰 해결방법이지 않을까요. 

사진 =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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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악의 진정성은 어디서부터 온다고 생각해요?
    
A. 음악을 만들도 창작하는 모든 뮤지션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일 것 같은데, 저는 과정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한 노래를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공을 들이고 본인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진정성의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죠.
    
Q. 크러쉬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A. 음악에서 목소리는 가장 중요한 악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피아노와 기타, 드럼, 베이스 등 악기들과 좋은 하모니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좋은 음악이 탄생하는 거라고 생각하죠. 아주 기본적인 요소예요. 저는 제 목소리에 스스로 집중하는 것에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이번 앨범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크러쉬에게 음악적인 목표가 있나요?
    
A. 저는 제 힘이 닿는한 죽을 때 까지 음악을 하는 게 근본적인 목표예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라고 말하는게 아쉬울 것 같다고 할까요. 아직은 여지가 남아있어요. 더 성장하고 깨어나고 싶어요. 

사진 =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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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는 굉장히 순수한 동기로 이 앨범을 만들었어요. 우리나라에 실용음악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여러 곳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분들이 이 앨범을 듣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앨범에는 도전이라는 의미도 담겨있거든요. 순환이 빠른 시대에서 정규앨범 사이즈를 낸다는 것도 도전이고 이 앨범 속에 여러 가지의 장르의 시도가 있어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포지션에서 하기에는 굉장히 리스크가 큰 음악들도 있고요. 비대중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이 좋은 음악으로 통하며 많은 유익한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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