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현장] ‘나에서 모두로’…13년 공백 관통한 김현철의 성장
[SF+현장] ‘나에서 모두로’…13년 공백 관통한 김현철의 성장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1.2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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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김현철이 무려 13년 만에 정규앨범으로 컴백했다. 감성은 변함없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더 넓고 깊어졌다. 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모두를 위한 이야기, 보듬고 싶은 이들을 향한 이야기로 김현철의 세계는 확장됐다. 13년 만에 올린 김현철의 돛은 그렇기에 유의미하고 특별하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는 김현철 정규 10집 정규앨범 <돛>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김현철은 “10집 앨범이 발매됐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9집 가수로 마감하는가, 하는 생각이 그동안 있었는데 이렇게 10집 앨범을 낼 수 있게 도와준 팬들, 음악 동료들, 나를 바라보는 그 분께 감사드린다”며 “내가 데뷔할 땐 음감회가 없었는데 지금 너무 좋다”고 밝은 모습으로 첫 인사를 전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이날 김현철은 수록곡 프리뷰를 통해 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피쳐링에 참여한 후배 가수들과의 훈훈한 에피소드는 덤이었다. 가수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곡 소개에 이어 김현철은 더블타이틀곡인 위 캔 플라이 하이(We can Fly high)>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김현철표 시티팝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자신감 있게 다시 한 번 날아오르고자 하는 희망을 담은 트랙.
 
김현철은 이날 “9집까지는 내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여러분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보듬어주고 싶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위 캔 플라이 하이’나 ‘꽃’, ‘그 여름을 기억해’ 등은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한 가사가 특징이다.
 
특히 삶을 포기하려는 젊은이들, 꽃이지만 꽃인 줄 모르고 지고야 마는 ‘미생’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꽃’은 이날 현장에서도 인상 깊은 트랙 중 하나. 김현철은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 연예계 동료 후배들 비단 그 사건뿐만 아니라 가까운 분들 중에도 사고를 당한 경우도 있고 나 역시 살면서 어떤 굴곡을 겪을지 모르지 않나. 모두이자 그때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일지도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최근 ‘시티팝’ 열풍과 맞물리면서 요즘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김현철만의 감성과 연륜을 담은 정규 10집 <돛>. 김현철스러운 감성에 발맞춰 정규 10집은 총 2CD로, 향후 2LP로까지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음원 세대에 2LP라는 흔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김현철은 “나를 보고 마친 짓 하는 것 아니냐는 이들도 있는데 그게 내 DNA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내야 한다고 믿었다. 음악한 지 30년이 됐다. 당시엔 CD가 없었고 LP만 있었는데 차츰 흘러서 음원시대까지 왔다. 내가 고집하는 이유도 분명 있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정규 10집의 여정을 시작하고 마침표를 맺기까지, 김현철은 후배 죠지의 영향이 컸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 친구가 단초가 돼서 10집을 준비하게 됐다. 내가 음악을 안 하고 쉬고 있을 때 죠지가 ‘오랜만에’라는 곡을 리메이크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결과물이 너무 훌륭해서 나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순간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건 죠지라는 친구 때문이었다. 선배들만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주는 자극이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끝으로 김현철은 “감성은 DNA와 같다고 본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종류의 음악 밖에는 못할 것 같고 더욱이 이런 음악을 더 잘하고 공감가게 하는 것이 내 목표다”라고 밝혔다.
 
김현철의 정규 10집 <돛>은 더블 타이틀곡 <We Can Fly High (위 캔 플라이 하이)>,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포함해 총 17개 트랙이 수록됐다. 특히 지난 5월 발매된 <10th 프리뷰> 신보 당시 공개된 마마무 휘인, 화사, 죠지에 이어 박원, 백지영, 박정현, 정인, 황소윤(새소년) 등 김현철이 픽(Pick)한 국내 최정상급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현철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콘서트를 개최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이하 김현철의 음감회 트랙 TALK
 
# 정규10집 <돛>
“지난 30년간 내 음악을 좋아하고 나를 불러주는 많은 기자, 방송 관계자들 덕분에 내가 내 자력이 아닌 그 분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보답하는 의미라도 내 힘으로 돛을 올리고 항해를 해야겠다는 타이틀로 돛을 정하게 됐다.”
 
# 푸른 돛
“시인과 촌장 2집 ‘푸른 돛’의 리메이크다. 고등학교 1학년 땐가 처음 들었는데 뜻을 자세히는 몰라도 지금껏 생활과는 다른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는 희망적일 것이라는 가사가 담겼다. 작곡가 하덕규는 포크로서, 나는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풀었다. 이게 머릿곡이고 내가 앨범 타이틀을 <돛>이라고 결정한 결정적인 곡이다.”
 
# We Can Fly High
“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현실과는 다른 이상을 꿈꿔야 한다. 누구나 녹록치 않지만 하늘을 보고 날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나는 나에게 선언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나의 고백이다. 우리나라에는 드럼 솔로가 흔치 않은데 감히 타이틀에 넣어봤다.”
 
# 당신을 사랑합니다 (Feat. 박원)
“피쳐링을 해준 박원과는 인연이 오래됐다. 유재하 음악경연 때 ‘나중에 내가 앨범을 내면 네가 불러줘야겠다’고 계약을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계약을 지키게 됐다. 사실 이 노래는 내 음악을 기다려준 많은 분들에게 드리는 노래다. (팬송으로 어떻냐는 말에) 괜찮다. 좋다.”
 
# 감촉 (Feat. 황소윤)
“요즘 음악 잘하는 후배가 너무 많더라.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후배들이었는데 인터넷을 보고 직접 회사로 전화해서 요청하고 알게 된 케이스가 많다. 그렇게 한 사람씩 알아나가는 과정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새소년의 황소윤도 내가 직접 전화해서 섭외했다. 노래 가제를 ‘소윤’이라고 정하고 감촉이라는 주제로 가사를 써달라 했더니 이 친구가 제주도에 있는 호텔까지 가서 이불의 감촉을 쓰더라.(웃음) 근데 이게 이불보다는 사람의 감촉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아줘 (Feat. 백지영)
“이 트랙은 백지영을 위한 곡이다. (백)지영이가 자기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해서 이 노래를 골랐다. 그런데 녹음을 하는 날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렸더라. 이 노래를 울고 나서 부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걸린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 그 여름을 기억해
“지금은 갈 수 없는 나의 어린 날을 기억하면서 만든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들고 울었다. 요즘 몇몇 국가를 제외한다면 갈 수 없는 나라도 없고 가서 여행도 즐길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갈 수 없는 건 내 어린 날인 것 같다. 아직 기억이 또렷한데도 갈 수가 없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 가사를 쓰고 나서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조금 울었다.”
 
# I Don’t Wanna Say Goodbye (Feat. 정인)
“정인이 부르는 노래는 아무도 그 맛을 낼 수 없는 것 같다. 너무 잘 한다. 이 곡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남녀가 집을 나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상황을 그렸다. 그 상황에서 헤어졌는데 다음날 돌아보니 이 땅 위에 있는 게 자기 뿐인 것 같다고 여자 입장에서 후회하는 가사를 담았다.”
 
# 꽃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앞길이 창창하지만 삶을 포기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더라. 그 친구들에게 드리는 곡이다. 꽃이라는 게 다 예쁘지만 꽃에게 ‘너 꽃인 거 아냐’고 묻는다면 아마 모를 거다. 이 땅에 떨어져봐야 내가 꽃이었다는 걸 안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꽃으로서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다 아름다운 꽃이다.”
 
# 그런거군요 (Feat. 박정현)
“변할 수 없는 내 생각에 대한 이야기인데 박정현과 그 생각이 같았다. 박정현이 처음 우리나라에 왔을 때 CCM을 부른 인연으로 쭉 이어오고 있는데 박정현이 노래를 너무 잘 해줘서 끝나고도 좋았다, 어땠다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기억이 난다.”
 
# 오늘의 여행 (Feat. 주식회사)
“10년 전에 회사를 만든 적이 있다.(웃음) 심현보, 정지찬, 이한철, 나 이렇게 뭉쳐서 1년 간 음악을 했는데 이번에 앨범을 내면서 그 친구들을 다시 부를 수 있었다. 우리끼리 수다 떠드라 바빴다. 너무 좋은 친구들이다. 요새는 요즘 것, 옛것을 가르는 시대가 됐는데 나는 옛것에서 옛날 감성과 감각들을 자꾸 찾으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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