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담비, ‘아이콘’에서 ‘향미’가 되기까지
[인터뷰] 손담비, ‘아이콘’에서 ‘향미’가 되기까지
  • 이수민
  • 승인 2019.11.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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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의자 춤’ 하나로 전국을 열광케 했던 손담비가 이번에는 무대 아래 ‘향미’를 만나 인생에 빛나는 순간을 맞이했다. 기다림 끝 찾아오는 기회는 잡고야 만다는 손담비의 운명론을 증명해보인 셈이다. ‘섹시가수의 아이콘’에서 ‘눈물버튼 향미’가 되기까지, 손담비는 선택과 기다림을 반복했고 마침내 두 영역의 경계를 완벽하게 허물었다. 

사진 = 키이스트
사진 = 키이스트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을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 극중 손담비는 동백이의 가게 ‘까멜리아’ 아르바이트생 향미 역으로 분했다.
 

◆ 봄날이 찾아 왔죠” 향미가 손담비에게 남긴 것   
 
<동백꽃> 속 ‘향미’는 손담비의 인생캐릭터로 남았다. 개성강한 캐릭터와 물오른 연기력, 그에 맞는 주옥같은 대사들은 대중들의 몰입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렸고 ‘손담비 아닌 향미는 없다’라는 반응을 얻을 만큼 놀라운 연기력의 성장세를 보였다. 제 옷을 입은 듯 날아오른 손담비는 “이런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홀가분한 모습으로 최근의 근황을 털어놓았다.
 
Q. 인생 캐릭터를 맞이했어요요즘 기분이 어때요?
 
- 정말 좋고 행복할 따름이죠. 이런 기회가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오는 구나했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잘 느끼지 못 했는데, 서서히 이야기가 시작되고 댓글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오는 걸 봤죠. 나에게도 봄날이 왔구나 싶었어요.(웃음)

Q. 향미는 입체적이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였죠한편으로는 감정이 복잡한 인물이기도 하고 과거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그런 향미를 어떻게 해석을 했나요?
 
- 향미는 일단 사랑받지 못한 캐릭터고 결손가정에서 자라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 해요. 그렇게 살아오면서 가진 것 없는 향미가 정말 딱했어요. 하지만 그런 서사에도 희노애락이 표현될 수 있게끔 대본에 써져있더라고요. 드라마의 마지막쯤에는 왜 그래야만했는지 이유가 모두 풀리잖아요. 이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하며 저에도 좋은 시너지가 나올 거라는 생각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을 비롯해서 모든 분들이 가장 어려운 캐릭터는 향미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도 많은 노력과 준비과정이 필요했죠. 철저한 준비 아래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연기연습도 정말 많이 헀어요. 맹하면서 느릿한 말투, 누구를 바라보는지 애매한 눈빛 등 오묘한 요소들이 많았어요. 그 오묘함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싸움이었죠. 딕션부터 템포조절, 표정연기를 중점적으로 두었고 감독님과 정말 많이 의논하며 연습했어요.

사진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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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어려운 캐릭터인만큼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요
 
- 그렇죠. 특히 12부는 모든 인물들을 만나 향미의 비밀이 풀리게 되는 회차였어요. 완전히 감정과의 싸움이었죠. 슬픈 장면도 무척 많았으니까요. 12부의 엔딩은 동백이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그걸 연습하면서 대사가 너무 좋더라고요.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아요. 제가 몰입이 되니까 오히려 빠르게 촬영이 끝난 장면이기도 해요. 일단 대본의 힘이 굉장히 컸던 것 같고요. 작가님이 써주신 대사가 너무 좋아서 연기자로서 내뱉을 때 그냥 와 닿았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대본 그대로만 하면 반 이상은 가겠다 생각했어요. 그런 향미가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줄 누가 알았을까요. 다들 무척 기분 좋은 상태에요.
 
Q. 향미의 외적인 디테일도 화제가 됐었는데요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인가요?
 
- 향미의 외적인 모습은 대부분 스스로 설정한 것들이에요. 네일아트가 벗겨진 손톱이나 뿌리염색이 필요한 헤어, 츄리닝 스타일링 등 외적인 부분의 디테일을 신경썼죠. 그밖에도 어눌한 말투랑 눈빛의 디테일도 많이 고려를 했던 부분이에요.
 
Q. 극 초반에는 향미가 까불이로 의심을 받기도 했고각종 의혹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향미의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재밌는 반응들이 많더라고요. 코펜하겐을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는 얼토당토한 이야기도 있고..(웃음) 의미심장한 부분들은 있었지만 까불이로 의심까지 하겠나 싶긴 했어요. 그렇게도 생각해주시는 구나라고 신기했죠. 향미의 엔딩은 아쉬운 부분은 있어요. 살해를 당하는 날 향미는 “새 향미가 될 거야. 돈도 다 갚을 거고 내 인생 다시 치면 되는 거지” 이런 식의 대사를 하잖아요, 그런 향미가 만약 죽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새로운 향미가 되어서 동백이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도 했고요. 

사진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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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효진부터 오정세까지연기구멍 없는 현장
 
공효진, 강하늘, 오정세, 염혜란, 고두심···. 말만 들어도 든든한 라인업이다. 내공 짙은 배우들이 이끄는 현장은 그야말로 ‘배움의 장’이었고, 손담비는 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인생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는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며 행복했던 촬영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사진 = 키이스트
사진 = 키이스트

Q. 평소 공효진 씨와 친분이 있는 걸로 유명한데같은 작품에서 만나니까 어땠나요?
 
-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배운 게 많았죠.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디테일함을 (공)효진 언니가 끄집어내더라고요.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했고 연기적인 지도도 많이 받았어요. 극중 동백이와 향미의 워맨스도 두드러지잖아요. 그런 부분들은 언니 덕분에 손쉽게 촬영 할수 있었어요. 배우는 게 정말 많았죠. 이 작품을 하면서 사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효진 언니에요.

Q. 강하늘 씨도 미담제조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나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친구구나 생각했죠. 강하늘 씨는 정말 빠지는 게 없어요. 연기는 물론 인성도 좋고 자유롭게 놀 줄 알더라고요. 미담제조기는 사실이었어요. 제가 가면을 벗겨보려 했는데 끝내 벗겨지지 않더라고요.(웃음) 정말 싹싹하고 에너지가 좋아요.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Q. 오정세 씨와의 케미도 화제가 됐었어요.
 
선배님과 촬영은 그냥 웃고 끝났다고 보면 돼요. 애드리브도 무척 많고 웃음을 참느라 정말 애썼죠. 너무 연기를 재밌게 하시니까 웃음 때문에 엔지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현장에 연기구멍이 없다보니까 그런 시너지도 나오는 것 같아요. 다들 잘 해주시니 저도 그 기운에 힘입어 연기를 받으면 되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연기 잘 하는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는 건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 = 키이스트
사진 = 키이스트

◆ 최고의 솔로 가수에서 연기자로, 손담비의 두 가지 길
 
손담비는 2007년 싱글앨범 <Cry Eye>로 데뷔하여 가수로서 먼저 대중들을 만났다. 데뷔 초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토요일 밤에’, ‘미쳤어’, ‘퀸’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당대 여성 솔로 가수로서 최정상에 자리매김했다. 가수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손담비가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2010년. 당시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손담비는 늘 갈망했던 연기의 길을 택했고 오늘에서야 그 보상을 품에 안았다. 

사진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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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만큼 새롭게 연기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어떻게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게 됐나요?
 
가수를 할 때부터 연기자에 대한 꿈은 있었어요. 연기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높은 편이었죠. 사실 가수로 활동할 때도 많은 분들이 한 번에 스타덤에 오른 것으로 아는데 저도 암흑기가 있었거든요. 포기를 해야겠다 싶을 때 쯤 ‘미쳤어’가 터졌죠. 우여곡절이 많았다가 기회를 잡으면 잘 되는 케이스인 것 같아요. 연기를 택했을 때 오래 걸릴 거라고는 예상을 했어요.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라고 느꼈고 언젠가 오는 기회를 잡으면 잘 풀릴 운명이라고 믿고 있었죠. 어떻게 모든게 한 번에 잘 되겠어요,(웃음)
 
Q. 섹시가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미지에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 그렇죠. 가수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솔로로 섹시한 콘셉트를 오래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바꾸는 것 또한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다른 연기를 했을 때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번 향미는 특히나 몇 배로 더 노력을 쏟았던 것 같아요. 이거 아니면 기회가 또 올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잘 풀리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사진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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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국 승승장구 할 수 있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선택한 거네요그 과정이 두렵지는 않았나요?
 
- 안 두렵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두려웠지만 그만큼 하고 싶었어요. 두려움을 이기면서까지 연기자로 도약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결정이 후회되지 않는 일이구나 라는 것을 느껴요. 특히 이번 <동백꽃>을 하면서 많이 풀리게 된 것 같아요.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향미가 정말 코펜하겐에 갑니다.(웃음) 화보촬영으로 가는 것이지만 여행도 좀 할 생각이에요. 또 언젠가는 싱글 앨범 한 장 정도는 더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대중들에게 가수로서의 모습을 한 번 정도는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정말 나중에는 연기와 음악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배우로서 크고 싶어요. 그런데 그건 연기를 조금 더 다진 다음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죠. 당분간은 연기에 더 집중을 하고 좋은 모습으로 또 새롭게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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