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센타','기생충' 버금가는 블랙코미디의 매력
[리뷰] '카센타','기생충' 버금가는 블랙코미디의 매력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1.1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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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서민들의 삶을 통렬하게 들여다 본 또 하나의 블랙코미디가 탄생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후 13년 만에 만난 박용우, 조은지 주연의 영화 <카센타>를 통해서다.
   
한국형 생계 범죄 블랙 코미디물 <카센타>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아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 달에 겨우 20만 원도 못 버는 재구, 인형 눈을 붙이는 부업을 하며 TV 홈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했다가 취소했다가를 반복하는 순영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팍팍한 삶을 산다. 단칸방에서 근근이 ‘버티는’ 삶을 살아가지만 재구의 앞날은 그저 어둡기만 하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성질 더러운 외지인으로, 순영의 가족에게는 출가한 딸 고생시키는 못난 남편으로 못 박힌 지 오래다.

그런 재구에게 달콤한 유혹이 날아든다. 카센타 근처 리조트 공사장에서 빠져나온 날카로운 부품에 타이어가 찢어진 관광객 차량을 우연히 수리해주고 뜻밖의 짭짤한 수리비를 받게 된 것. 계략에 눈 뜬 재구는 의도적으로 도로에 부품을 뿌린 뒤 펑크 사고가 난 차량을 수리해준다. 처음에는 재구의 계획을 말리던 순영 역시 늘어나는 수입에 더 적극적으로 재구를 돕는다. ‘있는 사람들의 돈을 조금 뺏는 것 뿐’이라는 나름의 합리화를 마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적극적으로 이 일에 가담한다. 다른 의미로 편승하고 기생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철저히 계획된 위험한 만행은 뜻밖의 사건을 수반한다. 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정한 재구와 순영의 삶을 뒤흔든다. 돈 때문에 역적이 됐다가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기도 한다. 가속이 붙기 시작한 욕망의 폭주기관차는 결국 재구와 순영의 삶을 가르고 둘을 전혀 다른 위치로 내몰기도 한다. <카센타>는 욕망을 택할 것인가, 일말의 양심을 붙잡을 것인가 매혹적인 선택지를 두고 뒤엉키는 두 인물을 조망한다. 

가난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며, ‘이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합리화와 함께 타인에게 기생하려는 삶에 대한 ‘웃픈’ 메시지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재구와 순영의 행방은 <카센타>의 관전 포인트이자 하이라이트다.
   
연출을 맡은 하윤재 감독은 “10년 전 쯤 영화에 나오는 곳과 비슷한 시골로 여행을 갔다가 카센타에 간 적이 있었다. 평상 위에서 1시간 반 동안 수리가 끝나는 걸 기다리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며 “당시 사장님이 50대 후반의 아저씨였다.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평상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와 2~3주에 걸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카센타는 당시 하감독이 찾았던 카센타의 모습을 90%이상 재현해냈다고. 하 감독은 “평상 위치, 생활공간, 수리 공간 등을 미술팀에게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당시 여행을 자주 갔던 경남의 보수적이고, 또 휴양지지만 외지인들에게 녹록치 않은 지역민들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주인공들을 밀어내는 건 문사장(현봉식 분)뿐 아니라 그 공간이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카센타>는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2019)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빵꾸>라는 제목으로 공식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오는27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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