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랙머니' 조진웅 “영화로 세상 바꿀 수 있다 믿죠”
[인터뷰] '블랙머니' 조진웅 “영화로 세상 바꿀 수 있다 믿죠”
  • 이수민
  • 승인 2019.11.11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올해 조진웅만큼 바쁜 배우가 있을까. <퍼펙트맨>,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이어 이번 <블랙머니>까지. 쉼 없이 작품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왔지만 조진웅의 에너지는 여전하다. 오히려 갈수록 더욱 뚜렷하고 건강하게 빛이 난다. 어떻게 그렇게 쉼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털털한 웃음과 함께 “사람이 좋아서”라 대답하는 참 인간미 넘치는 배우. 그래서 그럴까, 조진웅의 세계에는 언제나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조진웅)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조진웅은 우직하고 열정적이며 정의를 위해 과감하게 뛰어드는 양민혁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작품 속 화자가 되어야 했죠”, <블랙머니속 조진웅의 역할
 
실제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삼으며 현재진행중인 실화를 바탕으로 두었다. 조진웅 역시 해당 사건을 작품을 통해 제대로 접했고 “눈뜨고 코베인 상황에 몇 번이나 분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품이 금융경제를 다루는데 나 역시 무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내용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모르는 내가 봐도 잘 알겠더라. 내용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사실 굉장히 간단한 이야기지 않나. 용어가 어렵고 들여다보니 난해하다 정도지, 내용 자체가 철학적이지는 않다. 나는 화자의 역할로서 이 사실을 잘 전달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진웅의 말대로다. 영화 <블랙머니>는 ‘경제에 무지한 일반 검사’ 설정인 양민혁의 시선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해당 사건에 스며들 수 있게 된다. 조진웅은 양민혁에 대해 기능적 역할이 정확한 캐릭터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실 참고했던 모델이 있느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저 직업 설정이 검사인 캐릭터다. 앞서 정지영 감독님이 양민혁을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검사로 선택한 이유도 ‘금융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수사에는 참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설정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양민혁이 화자의 역할을 해야 마땅했다. 조진웅이 양민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나로 인해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길 원했다. 설정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 주로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연출해 온 정지영 감독과의 만남도 인상적이었다. 조진웅은 정지영 감독에 대해 아버지 또래라 어려울 것 같았지만 비슷한 힘을 느꼈고 합 또한 좋았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상당히 장인이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스트레이트한 사람이고 힘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라며 “내가 감정연기를 할 때 120, 200을 넘어가게 던질 때도 있다. 그러면 감독님이 자제시키기도 하고 알아서 잘 재단해주시더라. 그걸 믿기 때문에 재밌게 던져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장면마다 버전도 여러 가지로 준비해갔고 애드리브도 많았다. 토론을 하면서 더 좋은 게 나올 때도 있었고 놓치는 부분은 잘 잡아주셨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중 양민혁은 큰 국가적 범죄를 잡기 위해 불법도청과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상황들이 실제로 본인에게 벌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저 같아도 할 것 같다. 큰 죄를 잡아야 되지 않겠나”라며 소신을 보였다.
 
그는 “과정에서 작은 죄를 감내해야 한다면 나중에 평가를 받겠지만 일단은 큰 그림을 신경 쓸 것 같다. 그걸 해결해야 더 많은 다수의 이익이 돌아가지 않겠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감수해야 될 부분은 스스로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소속사로 친분은 있었지만 작품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이하늬에 대한 소감도 이어졌다. 그는 “잔소리만 빼면 완벽한 동료”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사실 무척 에너제틱한 친구인데 영화 속 김나리는 절제감이 있고 에너지를 잡아야 하는 캐릭터지 않나. 언제나 스트레이트하고 올곧은 눈빛을 연기해야 한다. 용어나 시선처리도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캐릭터라 아마 이하늬가 연기를 하면서도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쉽지 않았을 텐데 담백하게 해내는 것을 보고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다. 함께 현장에 있을 때는 무척 즐겁다. 몇 키로 미터 전부터 걸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사람이 좋은사람좋은 배우
 
수많은 배역을 연기 하면서 조진웅에게 큰 사랑을 안겨준 작품도 있었지만 부진한 결과를 낳은 작품도 있었다. 배우로서는 숙명 같은 일이지만 언제나 열일 행진을 이어왔던 만큼, 늘 작품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조진웅은 “흥행여부를 가지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늘 작품을 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이 좋고 시기나 이야기, 주제 같은 것들이 잘 맞아서 관객들도 작품을 보고 좋아하면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임한다. ‘이건 몇 백만 일거야’ 이런 식으로 예상하고 작품을 임해본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잘 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면 거기서 멈춰야 된다. 배우의 기분과는 무관해야 된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우울함을 가져갈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시 촬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우를 전달할 필요가 없다. 그건 그저 나의 데이터로 남을 뿐이지 흐름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러면서 “관객의 수준이 확실히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며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할 필요성도 느낀다며 솔직함을 보였다. 그는 “성공과 실패의 여부는 사실 잘 모르겠더라. 다만 관객들이 완전히 현명해졌다는 것은 느낀다. 아주 정확하게 아시더라. 나 역시 촬영을 하면서 이 부분은 좀 비어 보이는데? 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김없이 짚어 주시더라. 그래서 작업을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영화 한편으로 누군가의 세상바꿀 수 있죠
 
앞서 배우 송강호는 한 자리에서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동의하느냐는 말에 조진웅은 “선배가 그런 말을 하셨나? 동의한다”며 적극 찬성했다.
 
그는 “바꿀 수 있고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충분히 영화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나는 과거의 롤모델이 故최진실 선배님이었다. 학창시절 선배님의 모든 작품을 다 섭렵했다. 어느 순간 선배님이 스타덤에 올랐을 때 방송했던 라디오가 있었는데, 그 모든 방송을 녹음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방송에 나온) 다른 작품들도 보면서 극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무런 관심이 없던 아이가 연기에 대한 의욕이 생겨나면서 나의 세상이 바뀐 것이지 않나. 영화 한 편이 무언가를 발칵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누군가, 한 사람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설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조진웅에게는 ‘다작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매번 색다르게 보여준다는 것은 배우로서 축복과도 같은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미지 소비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진웅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겠나”라고 웃으며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내가 계속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시나리오도 좋고 같이 해보고 싶은 사람이 생기지 않나. 그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나?(웃음) 대학생 때부터 작업을 많이 해왔다. 언제나 대본을 가지고 다녔고 항상 바쁜 상태였다. 하루 종일 연극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끊임없는 일이 곧 슬럼프로 이어지진 않을까 라는 우려에는 “이미 작업을 하면서 느낀다”고 털어놨다.
 
“나는 일을 많이 한다고 슬럼프가 오는 게 아니라 작업을 하면서 종종 느낄 때가 온다. 사소한 장면이나 브릿지 같은 장면을 촬영할 때 평소면 금방 끝낼 수 있는데 죽어도 안 풀려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촬영한 적이 있다. 그게 안 되면 슬럼프가 온다. 그러다가 또 밥 먹고 쉬다 오면 풀리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작업할 때는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다사다난하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면 이백 만년이 지나간 것 같다. 또 무대 인사를 갔을 때 관객들이 실망하는 듯 한 눈빛을 보면 그것만큼 슬럼프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개봉 전날에는 그런 식의 악몽을 꾼다. 그냥 그런 일의 연속이다. 긴장감을 항상 가지고 산다. 하지만 또 그러다가 동료들과 만나서 풀고 또 하는 것이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요즘 조진웅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는 관객에 대한 반응과 영화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스스로 지쳐 그만두게 될까봐 그 마음이 가장 두렵다고 털어놨다. 조진웅은 “나는 내가 확 그만 두게 될까봐 그게 가장 무섭다. 그렇게만 안 되면 좋겠다. 하지만 다행이도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다. 만약에 그만둬 버리면 난 연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요리도 못하고 예능도 못한다. 경제도 몰라서 저축도 안 했다. 그냥 죽는 거다”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끝으로 조진웅은 관객들이 영화 <블랙머니>를 어떤 마음으로 관람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어떻게 봐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척 재밌더라. 그저 봐주시면 충분히 좋다”며 마음을 전했다.

한편 <블랙머니>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