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하고 우아하게, 신세경
[인터뷰] 강하고 우아하게, 신세경
  • 이수민
  • 승인 2019.1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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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나무액터스
사진 = 나무엑터스
“생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인터뷰에 응하는 신세경은 내내 자연스럽고, 올바르며, 여유로웠다. 건강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눈빛은 절로 신뢰감을 안겨다준다. 올곧은 신념으로 또렷이 생각을 전하고, 스스로 깨어있음을 자각하는 영리함은 배우 신세경의 강력한 힘이자 우아함이다.

Editor 이수민 | Photo 나무엑터스

사진 = 나무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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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등 다양한 사극작품에서 두각을 보이던 배우 신세경이 MBC <신입사관 구해령>(이하 <구해령>)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로 분했다. 무게감 있는 사극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퓨전 사극 <구해령>을 신세경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여성상을 탈피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과감하게 선보였다. 또 하나의 인생 작품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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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 여성상과 틀을 깨는 서사신세경의 선택
 
시대적 틀을 깨는 인물 구해령을 연기하면서 신세경의 각오도 남달랐다. 어쩌면 이번 작품은 존재만으로도 판타지적이었고 그런 작품의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도 따랐다. 하지만 신세경은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류의 작품이었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여 차근차근 연기를 펼쳐나갔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보고 굉장히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이 존재하고 세상에 드러난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생각을 했죠. 여성서사뿐만 아니라 캐릭터 간 억지 갈등을 조장한다거나 인물이 움직이고 말하는 과정을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무해한 작품이라서 더욱 소중했고 그런 마음으로 임했기에 마지막 촬영까지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며 차분하게 생각을 전달했다.
 
드라마 속 구해령은 물 건너온 서양의 서책과 새로운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다. 혼례식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간다거나 풍성한 치맛단을 번쩍 들어 올려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장면들은 묘한 쾌감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신세경은 이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지금도 닮고 싶은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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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선시대에 여성이 관직을 얻어 관복을 입고 출퇴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적인 요소잖아요. 유쾌한 상상을 가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해령을 연기하면서 조선시대 삶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습을 깨끗하게 잊으려고 했어요. 알게 모르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생각들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혼례를 앞둔 여성이 족두리를 쓴 채로 뛰어나간다거나 그밖에 다른 장면도 파격적인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표현하는 직선적이고 불꽃같은 여성이었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참 닮고 싶은 부분이 많기도 해요. 현재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표현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훨씬 많으니까요. 구해령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많을 텐데 작품을 통해서나마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드린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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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령에게 요구되는 잣대들이 있잖아요. 그런 에피소드를 촬영할 때마다 ‘조선시대 여성들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절규를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느 정도 원하고자 하는 것들을 일굴 수 있게 됐잖아요. 그 시대는 지금과 형태가 매우 달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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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선택 기준삶의 가치관과 약간의 운
 
아역시절부터 연기를 하면서 어느새 데뷔 15년차가 됐지만, 작품의 타이틀롤을 짊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스스로 작품을 이끌어가면서 느끼는 소회도 남달랐다. 신세경은 “시놉시스를 받고 대본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어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는 훨씬 편안해지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처럼 나도 그저 ‘하나의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모든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보니까 모든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금방 적응을 하려고 했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상대배우였던 차은우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그는 “주로 제가 이끌었을 거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하나하나 논의를 하면서 신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연기 경력이 좀 더 있다고 해서 딱히 조언을 먼저 건네기 보다는 상황 상황을 같이 나누고 개인적인 견해들을 서로 말해주었어요. 조언이라면 성지루 선배님이 (차)은우씨도 그렇고 저에게도 많이 잘 해주셨어요.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 많아서 조언을 구하고 견해를 물을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죠. 여러모로 축복이 많은 현장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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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하백의 신부>, <흑기사>에 이어 이번 <구해령>까지. 신세경은 유독 자아가 뚜렷한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작품선택 기준에 캐릭터의 성향이 중요하게 작용 하냐는 물음에 그는 “사실은 캐릭터만 놓고 작품참여 결정을 하기 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전체적인 이야기와 합을 맞추는 사람들, 제작진까지 여러 가지를 놓고 상상해 봤을 때 하고 싶은 작품들을 선택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자아가 뚜렷한 캐릭터들이 많더라고요. 캐릭터만 보고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물론 제 취향이 반영이 안 된 것은 아니에요. 지향하는 삶의 모습일 수도 있고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것 일 수도 있어요. 운도 물론 따라줬고요. <구해령>은 언젠가 제가 한 번쯤은 드러내고 싶은 가치관을 색다르고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의미가 크고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어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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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대의 끝자락그리고 서른의 문턱
 
신세경에게는 최근 배우 말고도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지난해 유튜브 개인채널을 개설하고 1년도 채 안 돼 무려 구독자수 66만 명을 이끈 ‘핫한’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음식을 만들거나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등 소소한 일상이 전부인 짧은 영상들이지만 무해하고 담백한 콘텐츠로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세경은 “저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 주실지 몰랐어요. 큰 그림은 아니었는데….(웃음) 원래 집에서 요리 하는걸 좋아하고 제과제빵을 즐겨요. 처음에는 완성된 요리를 사진으로만 찍었는데 어느 날 <국경 없는 포차> 촬영 감독님이 요리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주시는 걸 보며 황홀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딱 하나의 계기는 아니지만 유튜브를 개설하게 된 첫 걸음이 된 것 같아요.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평소의 생각과 잘 맞물렸던 거죠”라며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특별한 게 없는 영상이잖아요. 그래서 큰 욕심 없이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놀랐어요. 그렇게 사랑해 주실지 몰랐거든요. 편집도 자막도 모두 혼자서 작업을 하는데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편안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부담 없는 영상이니까요”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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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영화 <어린신부>로 데뷔하여 오늘날까지 신세경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다양한 얼굴로 분했다. 또한 각종 방송과 예능프로그램에도 종종 얼굴을 내밀며 대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성장했다. 오롯이 배우의 삶으로 가득채운 20대를 지나 어느덧 서른의 문턱에 들어선 신세경. 그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세월이었으며 의미가 됐을까.

“지난 10년은 비교적 조언에 따라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배를 타고 항해 하는데 거대한 풍랑을 계속해서 만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큰 사랑을 받았고 바쁜 삶을 살았는데 그땐 제 의지와 판단으로 하기 보다는 그저 일정에만 끌려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지치고 생각이 정리가 안 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걸 겪었기에 지금의 평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잔잔한 물살을 해치고 나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요.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좋아요. 그래서 나이를 먹는 다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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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목적지요? 큰 그림을 따라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웃음)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당장 나에게 주어지는 임무를 얼마나 잘 소화하고 부끄럼 없이 해내느냐가 중요하죠. 최종 목표를 말하자면 인간 신세경의 행복이에요. 가장 소중한 부분이죠. 지금은 그걸 찾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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