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여빈의 또 다른 서른
[인터뷰] 전여빈의 또 다른 서른
  • 이수민
  • 승인 2019.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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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 데뷔를 이루지 못 하면 배우를 포기하려 했던 그에게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영화 <겁 많은 소녀>가 선물처럼 날아왔다. 이후 서른의 문턱을 넘어 <멜로가 체질>을 만났고 비로소 날개를 달았다.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택의 경계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결국 10년간 갈고 닦아온 경험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다.

Editor 이수민 | Photo 제이와이드컴퍼니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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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은 2015년 영화 <간신>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최고의 감독>(2015)을 통해 움직임과 목소리를 제대로 알릴 수 있었고 그로부터 2년 후 첫 스크린 주연작인 <죄 많은 소녀>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를 발판으로 영화 <동승>, <해치치 않아>, <인랑>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으며 <멜로가 체질>을 통해 배우 전여빈 이름 석 자를 안방극장에 남겼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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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놀고 싶었죠”···<멜로가 체질>을 선택한 이유
 
<멜로가 체질>은 전여빈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와 <죄 많은 소녀>에서 일찍이 전여빈을 눈여겨봤던 이병헌 감독이 먼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전여빈은 탄탄한 서사와 살아있는 캐릭터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는 “연락을 받고 굉장히 기뻤어요. 영화 <극한직업> 개봉 전에 이병헌 감독님과 만남을 약속했죠. 1~4부까지의 대본을 읽었는데 사실 그때까지는 은정이의 모습이 도드라지지 않았어요. 걸크러시한 느낌이 가미된 인물정도였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건 각각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살아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어요. 그 시끌벅적한 광장에 참여하고 싶었고 저도 함께 떠들고 싶었어요. 주‧조연 역할과는 상관없이 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 결정을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 뒤의 내용들을 읽어가면서 은정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서사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이라서 이 사람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굉장히 짜임새 있는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은정이의 마지막 엔딩까지도 마음에 들었죠. 첫 주연에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맡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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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에서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과 리듬 실린 배우들의 티키타카 호흡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여기에 거침없이 쏟아내는 현실대사 속 인간적인 코미디 요소가 작품의 매력을 한층 극대화했다.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이병헌 감독 스타일에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전여빈은 “저도 걱정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대사가 숙지만 되면 제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그 운율이 맞춰지더라고요. 우리들끼리의 호흡이 너무 재밌으니까 더 탄력을 받았던 것 같아요.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처음 구사해보는 말투여서 어렵기보다 굉장히 재밌게 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어떻게 더 살릴 수 있을까 욕심을 부리기도 했죠. 압도적으로 대사량이 많았던 (천)우희 언니한테는 다 끝나고 나서 <쇼미더머니>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 하기도 했어요”라고 웃으며 유쾌함을 보였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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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에너지로 가득했던 현장이었단다. 한 스태프가 전여빈에게 “천국 같은 곳”이라고 할 정도로 밝은 기운이 넘쳤다며 당시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는 “저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관계가 튼튼하게 형성되어 있는 캐릭터라 연기 하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죠. 함께 한다는 기쁨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연기를 했고 모든 배우가 수다쟁이라 리액션도 끊기질 않았어요. 한번 모이면 수다로만 밤을 샐 정도였으니까요. 스태프들과도 정말 많이 친해졌고 현장에 에너지가 넘치니까 배우와 제작진 모두 이 현장을 좋아한다는 게 정말 많이 느껴졌어요”라고 회상했다.
 

“<멜로가 체질>을 찍으면서 사랑이 뭘까, 연애가 뭘까 생각해 보게 됐어요. 현장에서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했는데 내린 결론은 결국 ‘어렵다’예요.(웃음)”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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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은 하고 살 것” 전여빈과 김은정의 유사성
 
시크하고 걸크러시한 성격에 독특한 분위기의 마스크, 차분함 속에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 덕에 전여빈은 20~40대 여성 팬들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전여빈 역시 바랐던 상황이라고 밝게 웃으며 은정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저도 은정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속 시원한 캐릭터니까요. 뱉어내는 발언이 안하무인하지도 않고 조리 있고 강단 있잖아요. 말하는 짜임새도 좋지만 행동에 있어서도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확신을 가지고 달려 나가죠. 그런 부분에서 많은 여성 팬들의 호감을 얻지 않았나 생각해요. 외적인 부분의 영향도 있지만 은정이의 기질과 가지고 있는 말의 힘을 많이 봐주신 게 아닐까요?”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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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본인은 김은정과 얼마나 닮았고, 본인은 또 어떤 사람인 것 같냐는 물음에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어 전여빈은 “재밌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진중한 모습도 있어요. 긍정적이면서 또 하염없이 부정적일 때도 있어요. 은정이와 가장 닮은 부분은 ‘해야 할 말은 꼭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토 중 하나가 ‘잘 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결과와 결론을 도출할 때 암묵적으로 서로 괜찮은 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의견이 상이하다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우리만의 방식을 부딪쳐가며 다듬어보며 결과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차분하게 생각을 전달했다.

드라마 속 전여빈의 상대배우는 과거의 연인이자 현재의 환상인 홍대역의 한준우와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 상수역의 손석구 두 사람. 작품 속 극과 극의 스타일을 지닌 만큼 실제 모습 또한 각각 달랐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고.

전여빈은 “(한)준우 오빠와의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은정이에게 홍대가 정말 중요한 인물인 만큼 촬영 전에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얘기도 꺼내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방식도 닮아지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를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서로 많은 피드백을 계속 가져갔죠. 손석구 선배는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어요. 그전에 연기를 본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톤이 독특하다고 생각을 했죠. 상수 캐릭터가 굉장히 유별나잖아요. 독특한 톤과 유별난 캐릭터가 만나면 어떨까 정말 기대를 많이 했죠. 첫 촬영부터 서로 욕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욕으로 처음 알게 돼서 그런지 급격하게 친해지게 됐어요”라며 유쾌함을 보였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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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새로운 출발선 위로
 
스물일곱 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우의 꿈을 품게 된 전여빈. 자신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그래도 그 시기들을 거쳐 왔기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분명 허투루 보낸 시간들은 아니었다. 대학을 진학하고 현대무용, 미술학, 문예창작수업, 큐레이터 등 다양한 수업을 함께 들으며 표현의 감각을 다듬었다. 이후에는 영화제 스태프, 대학로 연극에 조연출, 단편영화 작업, 상업영화의 단역 등 경험이 되는 모든 일들에는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데뷔가 뒤쳐질수록 불안함도 커졌지만 마침내 기회의 문은 그를 향해 활짝 열렸다.
 
다시 새로운 시작점에 선 전여빈은 앞으로 각오를 묻는 말에 눈을 빛냈다. 그는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유년시절부터 무수히 단련을 하고 준비를 하잖아요. 감히 비할 것은 아니지만 저도 기초체력은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배우를 꿈꾸는 학생일 때 느꼈던 현장의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크기는 훨씬 더 크고 방대하더라고요. 이제 또 다시 출발점에 선 것 같고 아기가 된 기분이에요. 정말 많이 배워야 것 같아요. 이제 저에게 기회가 오고 시작할 수 있게 된 만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섣불리 달리지 않고 장거리 달리기 주자 선수의 마음처럼 안배를 잘 해서 멋지게 저의 인생을 잘 해나가 볼게요”라며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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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라는 나이가 정말 좋아요. 10~20대에 느꼈던 불안함과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거쳐서 그 시간이 준 안정감이 있잖아요조금 더 인생을 깊게 봐도 된다깊은 호흡으로 달려도 된다는 안도감이요이 마음을 바탕으로 삼아 무뎌지지 않는 칼 같이 좋은 도구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지나온 시간만큼 마음은 넓어지고 깊게 사고하며 유머는 잃지 않는 사람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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