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경.알.못’도 재밌다, '블랙머니'같은 영화라면
[SF+리뷰] ‘경.알.못’도 재밌다, '블랙머니'같은 영화라면
  • 이수민
  • 승인 2019.10.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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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IMF(국제통화기금), BIS(국제결제은행),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모피아, ISD···. 영화 <블랙머니> 속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경제를 잘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대중들이 위 단어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블랙머니>는 그런 우리들의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친절하게 접근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나가는 양민혁(조진웅)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며 현재진행중인 실화를 바탕으로 두었다. 불편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대한민국의 최대 금융스캔들의 이면을 들추며 경제에 무관심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등 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연출해온 정지영 감독은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이번 역시 금융을 소재로 묵직한 화두를 던지기 위해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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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는 가장 가까운 대중의 눈을 맞추며 상황을 알기 쉽게 반복 설명한다.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왜 그러한지, 왜 인물들 간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지 까지 차근차근 요점을 뽑아내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 과정에서는 극의 주인공인 조진웅의 역할이 단연 크다. 그가 맡은 양민혁 검사 또한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검사’로 등장하기 때문. 양민혁은 초반에 자신이 얽힌 억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 전문가들에게 수많은 자문을 구하게 되고, 이에 따른 대답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결국 양민혁은 자신이 엮인 상황이 대한민국 최대 금융 비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격적인 고발과 갈등은 해당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와 함께 발맞춰 움직였던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사건에 스며들게 되며, 급박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관객들이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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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어려울 것만 같았던 사건은 우려와 달리 상당한 몰입감을 이끌어 어느새 사건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를 다루는 영화의 최대 난제인 ‘이해과정’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풀어내는 정지영 감독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양민혁은 금융비리 사건과 관객들 사이에서 이해를 돕는 중간다리 역할이자 극의 서사를 단단하게 이끌어간다. 조진웅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 성향을 제 옷 입듯 깔끔하게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자신이 지닌 매력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능청스러움과 우직함, 물불 없이 뛰어드는 강인한 성격은 지금껏 그가 수없이 맡아온 인물임에도 사뭇 다른 결의 빛을 낸다. “핏줄과 근육까지 연기를 해야 한다”는 그의 연기론과 단단한 내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앞서 언급했듯 <블랙머니>에 등장하는 외환은행 매각 사건은 현재진행중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ISD(해외투자자가 상대국가에서 부당한 대우, 급격한 정책 변화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소송에 패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약 5조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영화 말미에는 이 같은 사실을 눈앞에 들이밀며 관객들의 정신을 번뜩 들게 한다.
 
영화가 쉽게 풀렸다고 한들 이마저도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 밖을 나설 때 모두에게 궁극적으로 남겨진 메시지는 같으리라. <블랙머니>의 엔딩은 마지막까지 지독할 만큼 친절하고 명확하다. 오는 11월 13일 개봉. 런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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