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솔한 배우, 서툰 남자 박해준
[인터뷰] 진솔한 배우, 서툰 남자 박해준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0.2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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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독한 악역 딛고 첫 코미디
'악질경찰'부터 '제8일의 밤'까지 올해만 5편 개봉 '열일'
박해준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될 것"
사진=(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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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아까랑 대답이 좀 달라져도 괜찮나요?” 엉뚱한 말을 내뱉고는 슬쩍 웃는다. 그 모습에 결국 함께 웃음이 터지고 만다. 쑥스러운 웃음이 만연한 채로 허공을 응시하며 내뱉는 대답이 자꾸만 시선을 끄는 것도 박해준 만의 매력이다. 사람 냄새 나는 진솔한 배우, 꾸밈없고 서툴러서 더 관심이 가는 남자. 이야기를 나눌수록 배우 박해준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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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에게 어쩌면 ‘악의 DNA’가 내제돼 있는 건 아닐까. 영화 <화차> 속 악덕 사채업자부터 <독전>, <악질경찰> 속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역까지 박해준의 얼굴 위로 서늘하게 스치는 기운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랬던 박해준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꿨다. 악의 기운을 완전히 털어낸, 순박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관객을 만났다. 박해준에게도 그의 새 모습을 기다린 팬들에게도 좋은 환기가 되는 시점이었다.
 
◈ 악역 벗고 첫 코미디… 박해준도 기다렸다
 
박해준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하 <힘내리>)에서 후천적 사고로 장애를 앓게 된 철수(차승원)를 정성으로 보살피는 동생 영수 역을 맡았다. 현실에 기반한 일상적인 연기부터,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코미디까지 소화하며 코미디 요소를 완벽히 책임졌다.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며 웃는 박해준의 얼굴에도 영화에 대한 만족감이 스쳤다.
 
Q. 오랜만에 힘을 뺀 연기를 하셨어요
A. 상황에 맞춰 연기를 하는 편인데 이번엔 힘을 좀 빼긴 뺐어요. 리얼함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제 성격이 나름 밝고 낙천적이라(웃음) <힘내리> 같은 영화랑 잘 맞지 않았나 싶고요.
 
Q. <힘내리>에 끌린 이유가 있다면요?
A. 영화 내용이 너무 좋고 예쁘잖아요. 또 이전 대본들과는 다르게 느껴져서 출연을 결심한 것도 있어요. 일단 살벌한 장면이 없잖아요. 계속 악역 제안을 받던 터라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편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죠.
 
Q. 일상적이고 편안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요
A. <악질경찰>, <독전>을 연달아 촬영하다 보니 후유증이 좀 있었어요. 제가 역할에 막 몰입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후유증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었고요. 뒷맛이 좀 안 좋은 느낌이 있었죠. 정의 앞에 선 역할도 해보고 싶어서 이쪽에 더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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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 면에서 코미디 제안도 반가웠겠네요
A.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센 역할만 주로 들어와서 제안은 거의 없었지만요. 예전에 어떤 기자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영화 <화이> 개봉 후에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는 것을 우려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땐 몇 작품 안 했던 때고 불러주면 하는 입장이라 어떤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고는 생각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후 악역만 줄줄이었죠. 그로 인해서 예전엔 없었던 고민들을 좀 했는데 <힘내리>에서 많이 털어냈죠. 다시 코미디 제안이 들어온다면 또 하고 싶네요.
 
Q. 웃음 타율이 생각보다 좋던데요. 특히 딸로 등장했던 류한비 배우와의 케미가 인상 깊었어요
A. 그 친구가 잘 받아준 거죠. 딸보다도 철부지인 아빠라 서로 티격태격하는 게 예뻐 보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딸 민정(류한비)이 오디션을 볼 때 저와 전혜빈 씨에게 선택권을 넘겨주셨거든요. 좋은 의미로 그 친구가 싸가지 없게 연기를 잘했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덤빌 수 있는 캐릭터를 원했거든요. 실제로는 착하고 예쁘고 좋은 친구예요. 사돈어른으로 등장했던 김혜옥 선배님과 함께 셋이서 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연기한 신들도 다 좋았어요. 서로 대사를 받아주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힘을 표현하는 것도 좋았고요.
 
Q. <독전>에 이어 차승원 배우와의 두 번째 호흡인데 어땠나요
A. <독전>에서 같이 붙는 신이 많지 않았는데도 감사하게 선배님이 저를 눈여겨보셨던 것 같아요. 용필름 대표님과도 인연이 있고 추천이 돼서 함께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죠. 선배님은 순발력과 재치가 좋으세요. 촬영 중에 현장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코드를 많이 이야기 해주셨어요. 작은 표현이라도 선배님 의견대로 바뀌면 더 재미있어 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코미디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여러모로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Q. 추석 시즌 기대작 중 하나예요. <힘내리>만의 매력은 뭘까요?
A.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영화가 또 있을까요. 영화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에 2시간 정도 편안하게 즐긴다면 좋은 기운을 받으실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추석 시즌에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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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 만족도’부터 ‘열일 행보’까지, 이렇게 솔직할 수가
 
3월 개봉한 <악질경찰>을 필두로 <유열의 음악앨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나를 찾아줘>, <제8일의 밤>까지 올해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만 5편이다. 현재 안방극장에서는 tvN <아스달연대기> 방영이 한창이다. 이 열일 행보 중에도 박해준은 차기작을 검토 중에 있다. 계속되는 러브콜로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밖에선 저 못 알아보시던데요?” 라며 웃는다.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연기 인생 중 요즘이 가장 뜨겁게 불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흐, 힘들어요~” 라고 장난스럽게 우는 소리를 냈다가도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만은 굳건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Q. 올해 극장가에 유독 박해준 석 자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A. 힘에 부칠 때도 있는데 사실 좀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전에는 한 작품 끝나고 또 다른 작품에 합류하는 식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했어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저를 푸시해서 계속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욕심이 생겨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작품 하나 하는 게 힘든 배우들도 있는데 저는 어떻게 보면 행복한 상황이니까요.
 
Q. 예전과 비교해 특히 어떤 게 행복하다고 느껴져요?
A. 일과 관련된 요청들이 계속 들어오고 시간이 될 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일 없이 몇 개월 놀았던 적도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결혼하고 1년은 아무 것도 못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좋죠.
 
Q. 위치가 달라지니 그때와는 또 다른 목표치가 생겼을 것 같아요
A. 좀 더 책임감 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내 역할, 내 신들에만 매진했어요. 시야를 넓힌다고 한들 겉만 봐왔던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흘러가는 방향에 맞춰서 전체를 보고자 해요. ‘에이, 그래도 잘 하시잖아요~’ 라고 말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그런 말을 듣기에 스스로 좀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앞으로는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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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칭찬에 인색한 편이지만, 외모적인 칭찬을 한 마디 하자면 또 ‘한예종의 장동건’ 이시잖아요
A. 아니, 그건 좀 그래요.(웃음) 외모로는 못 당하죠. 장동건 선배는 관록이 붙어서 점점 더 멋져지시니깐 제가 좀 부끄러워요. 근데 장동건 선배가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딱히 싫어하진 않으신다고 전해들었습니다. 굉장한 영광이죠.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게 혹시 선배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이지만 워낙 마음이 넓으신 분이에요.
 
Q. 그럼 외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시나요?
A. 하하. 제 나이가 벌써 마흔 넷이에요. 칭찬 한 마디 들으면 부끄럽고 어디 숨고 싶지만 사실 외모에 대한 얘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거든요. 그런 와중에 외모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가 낮다고 말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요?(웃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평소 제 모습은 한 7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인터뷰할 때나 공식석상에서의 사진을 보면 ‘왜 저럴까, 왜 저러고 있을까’ 싶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 모습보다는 연기할 때 집중하고 있는 제 모습이 더 좋아요. 또 감독님들이 멋진 모습만 골라서 편집 해주시니까요. 일할 땐 한 85점 주고 싶네요.
 
Q. 그럼 연기하실 때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보다는 현실적인 모습이 담긴 캐릭터에 더 끌리시나요?
A. 많은 분들이 <독전>에서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데 저까지 그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면 좀 변태스러운 것 같고.(웃음) <독전>을 비롯해 다 좋은 영화들이지만 인간적으로는 <힘내리>의 영수 같은 모습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에게 더 가까운 모습이기도 하고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아, 그렇다고 <독전> 같은 작품이 싫은 건 절대,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주셔도 저는 잘할 준비가 돼 있어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잖아요. 차기작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 찾아뵙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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