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혁, 무던히 담백하게
[인터뷰] 이준혁, 무던히 담백하게
  • 이수민
  • 승인 2019.10.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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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의 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무의미한 말이나 과장된 표현 없이 담백하고 솔직하게 제 생각을 건넨다. 상대방의 눈을 주시하며 나긋나긋하게 털어놓고, 가끔은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자신을 꺼내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기술, 묘한 여운을 남긴 이준혁과의 시간 속으로. 

사진 = 에이스팩토리
사진 = 에이스팩토리
tvN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리메이크작이다.

 

<비밀의 숲>, <너도 인간이니?> 등 드라마를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이준혁이 tvN <60일, 지정생존자>로 인생 작품을 남겼다. 그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거쳐 왔지만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비주얼도 연기력도 ‘역대급’을 갱신하며 <60일, 지정생존자> 속 오영석과 혼연일체 된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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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비주얼·메시지’···<60지정생존자>가 남긴 것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인터뷰에서 이준혁은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 자체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결국 그런 소통이 일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촬영의 모든 시간이 내게는 뜻 깊게 남았다”고 덧붙였다.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떠올리며 “배우와 스태프들 간 서로 호흡이 잘 맞았고 그 어느 때보다 이상적인 현장 분위기였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작품에 그대로 잘 보여 진 것 같다. 특히 나는 다른 배우들과 붙는 장면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유난히 더 친해진 것 같다. 여러모로 의미 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며 후련함을 보였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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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표정과 각 잡힌 제복, 단단하게 울리는 말투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지만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외적인 비주얼. 방영 중에도 이준혁의 외모를 찬양하는 시청자들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준혁은 “캐릭터 설명에서부터 그런 내용이 나온다. 작품 내에서도 외모를 강조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시청자들이 세뇌되지 않았을까”라고 겸손히 대답했다. 이어 “날렵한 느낌을 주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9kg정도 체중감량을 한 것 같다. 전작에서는 살을 찌운 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감량하려니 쉽지는 않았다. ‘외모 성수기’라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담 된다”며 멋쩍게 웃기도.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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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석이준혁의 인생캐릭터가 되다
 
이준혁이 맡은 오영석은 냉철하고 강인한 마인드를 지닌 해군 사관학교 출신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신념이 곧 선으로 여겨 악행도 ‘정의구현’으로 믿는 인물이다. 캐릭터 자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준혁은 연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권한대행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박무진(지진희)과의 관계’라고 짚었다.
 
“인물을 자체적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무진의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모습이 중요했다. 오영석은 어떻게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길 바랬다. 추상적인 느낌이 더 중요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인물의 이야기를 다 열거하기 보다는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보여 지고 전달되는 메시지를 더욱 중요하게 가져갔다. 특히 라이벌이었던 무진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포지션의 변동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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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까지 단 2회를 남겨두고 오영석은 죽음과 함께 드라마에서 퇴장한다. 원작과는 다른 설정과 반전의 요소로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이준혁은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허무하다는 의견이나 잘 죽었다는 의견 모두 다 좋다.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캐릭터고 미묘한 인물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건 결국 시청자의 몰입을 이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과 악을 오고 가는 역할과 미묘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준혁.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의외로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저에게 인생 캐릭터가 있었나 싶다”라며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해준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는 좋은 별명인 것 같다. 절대로 혼자서 만든 캐릭터가 아니다. 모두 함께 잘 해주었고 그것이 좋은 반응을 이끈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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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이준혁의 연기론
 
드라마 <적도의 남자>서부터 <비밀의 숲>,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또 한 번 명품 악역을 소화하게 된 이준혁. 하지만 그에게는 매 작품 캐릭터가 악역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를 친구 만나듯 대했으며 그때마다의 역할에 집중하며 귀 기울였다.
 
“사실 사이사이에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다. 우연히 악역으로 나온 작품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악역이 두드러진 것이지 골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모든 역할에 애착을 가진다. 또한 악역도 작품마다 캐릭터가 명확하게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품을 할 때 마다 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오영석이 말을 걸어왔고 그 사람의 말을 깊숙이 경청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두 가지 목소리가 섞여 나오는 것이 연기의 결과물이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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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보는 기준에 대해서는 “딱히 구체적인 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그때의 관심사라든지 순간의 흐름에 맡긴다. 대왕카스테라가 유행일 때가 있고 마카롱이 유행일 때가 있지 않나. 트렌드가 변화하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다. 그 당시의 느낌이 가는대로 대본을 본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다음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이준혁은 “자신 있는 장르를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자신 있는 게 없다. 다만 요즘에는 편안한 게 보고 싶더라. 사람들도 왠지 지쳐있을 것 같다. 좀 더 가볍게 볼 수 있는 장르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친구 만나듯이 만난다. 나는 평소에 기본적으로 ‘뭘 하지 않는’ 인간이다. 그래서 매번 작품이 올 때마다 친구들이 나를 ‘나와라~’하고 끄집어내는 기분이다. 작품을 맡는다는 건 결국 사람을 만나고 겪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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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강하다” 이준혁의 진솔한 고백
 
이날 이준혁은 8년 만에 인터뷰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데뷔 이래로 작품은 쉬어본 적이 없지만, 예능이나 타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개인 SNS 조차 다룰 줄 모른단다. 작품 이외의 노출을 꺼리는 이유가 따로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자신에 대해 내놓을 만한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SNS는 개인적으로 그 자체로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이 잘 활용하시는 걸 보면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따로 보여드릴게 없다”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지금처럼만 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추천엔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는 “정말인가? 거짓말인 것 같다. 내가 나오는 걸 사람들이 봐주고 좋아할지 모르겠다.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나오는 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가 있겠나”라고 답해 엉뚱한 웃음을 유발했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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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올해로 데뷔 12년차가 된 배우 이준혁에게 가장 희열을 느꼈던 연기의 순간을 물었다. 그는 “과거를 많이 기억하지 않는다. 나는 현재가 가장 소중하며 지금이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라고 답했다. 간결한 그의 대답처럼 이준혁은 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인터뷰가 진행되는) 이 1시간을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은 ‘오늘을 잘 버티자’ 이다. 하루만 잘 사는 것, 그 하루들이 모여서 좋은 인생이 되지 않나”라며 확고한 신념을 다졌다.

사진 = 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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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실 대단한건 없다. 연기는 나에게는 소통의 창구다. 앞으로 내가 하는 작품과 연기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올바른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고 앞으로도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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