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성장하는 청춘
[인터뷰] 정해인, 성장하는 청춘
  • 이수민
  • 승인 2019.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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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작품과 함께 성장한다. 매번 비슷한 모습인 것 같다가도 그 속을 파헤쳐 보면 또 새로운 정해인의 모습이 나온다. 맑고 진중한 눈으로 진심을 쏟아내는 연기는 정해인이 걸어갈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정해인이 또 한 번 촉촉한 멜로로 대중들을 찾았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 <봄밤>에 이어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멜로 장인’ 수식어를 또 한 번 굳건히 했다. 매 작품마다 성장하며 오늘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나기 까지, 정해인은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해 솔직했고 진중했다.
 
◎ 실제로 설렜다”···<음악앨범>이 남긴 여운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유열의 음악앨범> 인터뷰에서 정해인은 가장 먼저 상대배우였던 김고은을 언급했다. tvN <도깨비>(2016)에서 짧은 만남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만큼 소회도 남달랐다. 그는 “사실 <도깨비>때는 너무 짧게 만나서 이렇다 할 게 없었어요. 아쉬움이 남아있는 상태였죠. <유열의 음악앨범> 대본을 받았을 땐 이미 김고은 씨가 출연이 결정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읽을 때 미수 캐릭터에 고은 씨를 넣고 읽게 됐죠. 상상하면서 읽다보니 캐릭터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영화 속 정해인과 김고은의 케미는 ‘조화’와 ‘자연스러움’의 정점을 찍는다. 맛깔나는 생활 연기, 비슷한 생김새 때문인지 자연스러운 호흡과 연출이 어우러졌다. 마치 실제 두 사람의 연애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정해인은 이 비결을 “실제로 설렜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그는 “현장에서 실제로도 설렌 적이 많았어요. 연기를 할 때 가짜로 설레면 그게 화면으로 다 보이더라고요. 언제나 진심을 다해 연기했기 때문에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자신을 예뻐하는 사람들은 다 알잖아요. 진심으로 대하면 거울처럼 돌아오고 다 통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 비법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정해인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려고 해요. 미리 존중 받으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을 먼저 존중하는 거죠. 상호 존중이 꼭 필요한 게 멜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극중 현우는 누구보다 힘든 청년기를 보냈지만 결코 망가지지 않는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혹은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버티고 노력하며 이수(김고은)와 함께 다른 성장 곡선을 그린다. 정해인은 현우를 표현하기 위해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어요. 상황들을 계속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으려고 했죠. 현우를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가진 청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라며 “현우는 미수를 만나면서 자존감이 커지지만 미수는 그 반대에요. 저는 그런 연기의 호흡들이 좋았어요. 두 인물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이든 지금이든 사랑하며 겪는 희로애락은 같으니까요”라고 생각을 전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 3번의 로맨스그리고 연하남의 성장
 
지난 해 <밥누나>를 통해 연하남의 매력을 유감없이 표출하며 눈도장을 찍은 정해인. 이후에도 연속으로 멜로 작품에 얼굴을 비췄다. 만나는 작품마다 제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었다. 한 분야에 최고의 타이틀을 얻는 것도 좋지만 특정한 이미지에 갇히는 것을 우려한 적은 없을까.
 
정해인은 ‘멜로가 증명됐다’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심판대에 오른 기분이라 조마조마해요”라며 아직은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은 배우로서 당연히 있어요. 연달아 멜로를 하게 됐는데 그건 제가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에요. 그런 기회나 환경이 만들어 졌고 잘 된 작품들이 우연히 멜로였던 거죠”라고 차분히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밥누나>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을 전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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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에서 배울 점이 있고 성장이 있지만 지금까지 제 작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밥누나>인 것 같아요. 그때는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처음 주인공을 했고 처음으로 멜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큰 역할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안판석 감독님과 손예진 선배님도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은인들이시죠. 현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그때 감독님이 저에게 ‘이미 카메라 앵글이 다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연기는 덜 해도 돼’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아 맞아 이게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같이 하는 것이지’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주변의 조명들과 흔들리는 나뭇잎, 풍경 지나가는 차, 그 모든 것들이 그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멍해져요.” 

사진 =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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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누나>, <봄밤>, <음악앨범>까지 정해인이 맡은 역할들은 상처가 있지만 의외로 모두 자립감이 강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떻고, 캐릭터마다 자신을 어느 정도 투영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실제로도 제가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 삶과 경험을 캐릭터에 많이 투영하지 않아요. 제 삶이 버라이어티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서요. 제가 경험한 바가 많지 않아서 <봄밤>에서의 아빠 역할이나 <밥누나>에서의 직장인은 제 경험을 빗대어 표현하기 어려웠죠. 다만 캐릭터의 내면에는 제가 조금씩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조금이요. 기존에 있는 시나리오의 힘이 큰 만큼 저는 거기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 불안하니까 청춘정해인이 단단한 이유
 
수많은 ‘누군가’의 청춘을 연기해 온 정해인. 그렇다면 실제 그의 청춘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떤 청춘을 살아가고 있을까. 정해인은 “제 청춘은 막연하고 불안했고 가끔은 뜬 구름을 잡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걸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죠. 배우의 특성상 언제 캐스팅이 될지도 모르고 언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무명’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해요. 무명이라는 단어가 스스로를 가두는 느낌이라 그 표현은 싫더라고요. 인지도가 낮을 때는 분명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불안함은 가지고 있어요. 아직 여전히 청춘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밝혔다.
 
정해인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 데뷔 6년차 배우지만 26세라는 어리지 않는 나이에 데뷔를 알리고 상대적으로 늦은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 대중들에게 제대로 제 모습을 각인시킨 것 역시 비교적 최근에서의 일이기도 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그는 “남들에 비해서 데뷔가 늦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기획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확실히 불안했던 것 같아요. 스무 살부터 군대를 다녀온 스물세 살까지, 또 졸업을 하고 학생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지는 순간 정말 불안한 가장 마음이 컸었죠. 기획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나아지게 된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늦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아요. 보통 대한민국에서 남녀 청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평균적으로 25살~27살 정도니까요. 저도 26살에 시작을 했으니 굉장히 늦었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특히 이제는 소속감이 생겼으니까 정신적으로 조금 더 안정적이게 됐죠”라며 웃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사진 = CGV아트하우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요? 자존감을 지켜야 된다는 것. 그래야만 건강하게 오래 연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청춘들이 조금 더 단단해진 자존감을 가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든 일이든 가치관이든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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