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사랑한 소녀, 김소현
[인터뷰] 우리가 사랑한 소녀, 김소현
  • 이수민
  • 승인 2019.10.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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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순수와 독보적인 아우라는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성장의 산물이다. 배우 김소현은 그렇게 조금씩 변주했다. 그리고 마냥 아이같던 얼굴에 조금씩 성숙이 드리우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본인 그 자체로 곧은 빛을 내는 배우, 김소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아직까지는 김소현에게 어떤 이미지라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 다양하게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 대한 대표적인 느낌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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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면 울리는>의 성공한 팬
    
인터뷰 내내 행복한 얼굴로 마주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계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조조 역을 맡은 김소현은 원작의 오랜 팬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스팅이 확정 된 이후,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찾아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소현은 “웹툰을 정말 좋아했다. 연재했을 때부터 챙겨봤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작품을 직접 연기한다는 게 어색하더라. 내가 봤던 웹툰의 느낌이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팬으로서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었다. 조금은 다른 느낌일지라도 웹툰을 봤을 때의 풋풋함과 설렘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김소현이 맡은 조조는 어릴 적 불행한 사건을 겪었음에도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밝고 당차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비밀을 품고 사는 듯 하지만 맑고 구김 없는 성격이 캐릭터의 주된 특징. 그렇다면 김소현은 자신만의 조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원작의 조조와는 다르게 조금 어둡고 차분해졌다. 아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나도 처음에는 원작과 비슷하게 간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하나하나 길을 잡아가면서 방식을 바꿔갔다. 감독님은 원작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거칠며 생활감 있는 느낌을 원하셨다. 명랑한 순정만화의 느낌보다는 현실의 느낌을 더욱 담아서 약간은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독님이 잡은 큰 틀을 믿고 그대로 따라갔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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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와 높은 비주얼 싱크로율을 자랑했던 만큼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의외로 김소현은 자신이 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의아함도 느꼈었다고. 그는 “처음에는 내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싱크로율이 과연 맞을까 싶어서 어느 순간 굉장히 부담이 되더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감독님께서 조조를 봤을 때 나를 생각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참 감사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지난 8월22일 190개국 동시 개봉됐다. 공개 후 주변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사실 넷플릭스는 업로드 형식이니까 반응을 전혀 보지 못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더라. ‘연애하고 싶다’, ‘너무 재밌다’며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생각보다 싱크로율이 괜찮았다는 말도 무척 기분 좋았다”라고 밝게 웃었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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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연애? 작품으로 충분”···김소현의 솔직함
    
김소현은 작품에서 선오(송강)와 혜영(정가람)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직진하는 연애스타일의 선오와 조용히 지켜보는 혜영이의 대비되는 성격으로 두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도 뚜렷하게 갈라졌다. 김소현은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했을 때 혜영은 착한 남자, 선오는 나쁜 남자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선오는 불타고 한 번에 끌리는 느낌이라면 혜영은 차분하고 따뜻하게 스며드는 느낌이 들지 않나. 팬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갈리는 것 같다”며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선오와 혜영 중 실제로 본인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할까. 김소현은 “나는 연기를 할 때 실제로 상대역을 사랑하려고 한다. 그래서 선오와 호흡을 맞췄을 때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더라. 조조의 입장에서는 선오와 헤어지게 되는 계기가 무척 힘들었다. 왜 헤어졌을까 납득하기까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선오와의 연애가 설레고 좋았지만 벅차고 상처받는 일이 생기니까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서 나는 천천히 스미는 혜영이 좋은 것 같다. 원작을 읽었을 때도 마음속으로 혜영 파였다”라며 웃었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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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한 송강과 정가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소현은 “송강은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다. 말도 많이 없고 언뜻 보면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조용하고 차분하구나 생각했는데 친해질수록 그렇지 않더라”라며 “엉뚱한 면이 많고 아이 같은 면도 있다. 끊임없이 말을 하는 편이라 오디오 감독님이 ‘강이와 함께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가람에 대해서는 “진지하다. 밝고 귀엽지만 굉장히 진지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평소에도 혜영의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더라. 그래서 나 역시 장난치지 않고 혜영의 감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평소에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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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을 ‘21년째 모태솔로’라고 밝히며 현장을 놀라게 했다. 직업 특성상 작품을 통해 연애를 하면서 실제의 감정들이 충족되는 것 같다며 현실 연애에 대한 생각들을 차근차근 꺼내 놨다.

먼저 작품 속에서만 연애를 하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로맨스를 촬영할 때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있었다.(웃음)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든다. 지금은 심적으로 정리를 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렇게까지 (연애에)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며 솔직함을 보였다.
    
 

“더 많이 오래 보고, 많이 알고, 좋은 사람이다, 라는 것을 알았을 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친구를 만날 때도 오래만나고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다. 첫눈에 반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약 2년 만에 다시 교복을 입게 된 김소현. 그는 “잠시나마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면서 “고등학생 때는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복을 입고 풋풋한 연기를 해보니까 왜 교복을 입었을 때 연애를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가끔은 (작품 속) 설렘을 실제로도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연애를 그때 해보지 못 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웃었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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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스물 한 살의 문턱
    
김소현은 2008년 KBS2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를 통해 데뷔했다. 만 8세에 연기를 시작해 이후 <제빵왕 김탁구>, <해를 품은 달>,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이리스2> 등 굵직한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어느덧 올해로 11년차 배우가 됐다. 순탄해 보여도 이 과정에서 고민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김소현은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발돋움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당시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20대 직전에는 조급함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이미지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면 어떡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조급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거다. 스무 살이 되니까 막상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었다. 살짝 얼굴이 성숙해지고 나이가 하나 찼을 뿐이었다. 있는 그대로 가는 것이 가장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1,2년 연기를 하고 그만 둘 것도 아니니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습들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 순간 어른처럼 보이지 않을까. 급하게 가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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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은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그 배역에 한동안은 빠져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작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한 역할에 한 달 정도는 빠져있는 편인 것 같다. 그 당시에 현장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들을 계속해서 상기한다. OST를 듣거나 쉴 새 없이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야지 다음 작품을 들어갈 때 다시 리프레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스러운 이목구비와 우수에 찬 분위기로 주로 로맨스 물에서 두각을 보였던 김소현. 그는 이제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로맨스를 많이 해왔지만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장르도 언제든지 하고 싶다. 아예 다른 느낌의 장르물도 욕심이 난다”며 “정말 하고 싶은 게 많다. 내가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김서형 선배님이 했던 연기도 해보고 싶다. 너무 인상 깊어서 충격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 역할을 한번쯤은 맡아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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