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헤이즈의 가을, 그리고 음악
[인터뷰] 헤이즈의 가을, 그리고 음악
  • 이수민
  • 승인 2019.10.14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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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겪는 모든 경험, 모든 글이 결국 제 음악이 되죠”

대중들에게 매번 기대감을 심어준다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헤이즈는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를 하며, 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그 이유는 그를 만나보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털털하고 솔직하게, 가끔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헤이즈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했다. 거짓 없이 진짜를 말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의 솔직함은 곧 그의 음악을 나타낸다. 매번 기대감을 준다는 것, 그리고 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음악을 하는 헤이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 = 스튜디오블루
사진 = 스튜디오블루

지난 13일 발매된 헤이즈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는 헤이즈가 해석한 가을 감성을 담아낸 앨범으로 ‘늦가을’이라는 뜻을 지닌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만추’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해 가을 감성의 정수를 선사했다.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모든 곡들은 전부다 헤이즈의 경험담으로 만들어졌다,
 
 
Q.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만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가을을 떠올리면 쓸쓸하고 외롭지 않나,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조차도 슬프게 느껴진다.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을 마주했다.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저렇게 잎이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고 찬바람이 불어 또 한겨울을 견뎌내지 않나. 그러면 또 더 풍성한 계절인 봄이 온다. 이별도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고 살아가면서 고난과 역경을 겪는 것도 다 더 나은 다음단계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쓴 곡이다
 
‘만추’는 나의 이야기며 오래만난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상대방의 눈빛, 표정, 말투, 기운만으로도 다 느낄 수 있을 만큼 돈독해진 연인관계인데 언젠가부터 이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 구나를 직감했다. 하지만 이 사람과 내가 연애를 하는 동안에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주었고 얼마만큼 아껴주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배신감보다는 이유가 있겠지 이해를 하게 됐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내가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신중한 결정을 한지 알기 때문에 그 결정에 있어 내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 전에 내가 차갑게 먼저 돌아서야 겠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만추’의 배경은 가을이다. 무르익어 가는 시기였다. 가사에 ‘너무 추워지기 전이라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한겨울이면 얼마나 더 아팠을까 생각했다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시기에 아파서 다행이다는 심정을 담았다. 

사진 = 스튜디오블루
사진 = 스튜디오블루

Q. ‘만추가 서브타이틀곡이 됐다어떻게 결정이 됐나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작년에 완성된 곡이었다. 보통 시기에 앨범을 맞추는데 이번에는 앨범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시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메모장을 보는데 ‘만추’의 내용이 가을과 무척 어울릴 것 같아서 음악을 쓰게 됐다. 그래서 ‘만추’는 불과 한달 전에 완성된 곡이다. 개인적으로 ‘만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회사에 타이틀곡을 바꾸자고 건의했는데 만장일치로 반대를 하더라.(웃음) 그래서 바꾸지는 못 하고 서브타이틀곡이 됐다.
 
 
Q. 이번에도 역시 모두 경험담인가?
 
맞다. 내 모든 곡은 내 경험담이다. OST나 피쳐링이 아닌 이상 내가 나의 앨범에 쓰는 모든 곡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처음 곡을 쓴 계기도 일기에 멜로디를 붙여서 시작한 거다. 지금까지도 작업하는 방식은 같다. 먼저 일기를 쓴다.
 
Q. 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나?
 
매일 일기를 쓰고 평소에 느끼는 점들도 틈틈이 메모를 한다. 좋은 소재라고 생각되면 메모를 하고 멜로디가 떠오르면 음성메모를 한다. 한 가지 소재가 나올 때 하루 만에 나오는 곡도 있지만 중구난방으로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고 어느 날 메모한 것들을 한 번에 살핀다. 그러면 이어지는 내용들이 분명히 생긴다. 그런 것들을 취합해서 만들기도 한다.
 
Q. 만추의 결말이 맞았나?
 
내가 생각한 게 맞더라.(웃음) 당사자도 분명히 알 것 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 스튜디오블루
사진 = 스튜디오블루

Q. 사실 자진의 연애경험담을 음악으로 만들면 영원히 기억되기 때문에 부담이 될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그런 걱정은 해본 적이 없나
 
나는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있는 그대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멋이 없고 찌질 한건 괜찮은데 당사자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적은 있다. 사람들이 비록 그 당사자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공개가 되는 것이니까 가끔은 너무한 점이 있나 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만의 작업 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개인적으로 너무 슬플 때도 가사를 마구 쓰고 있으니까 ‘나 뭐지? 너무 독하다’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그런 고민들은 계속 들지만 작업을 계속될 예정이다.(웃음)
 
Q. 헤이즈의 감성은 유독 이별이 많다어디서 영향을 받은 것 같나
 
음악적으로 받은 영향은 아마 어머니 영향이다. 아가 때부터 어머니가 거실에서 매일 LP판으로 음악을 틀었다. 그때 들었던 아티스트 분들이 윤상, 이문세, 변진섭, 이승철, 신승훈, 이적, 유희열 등등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음악에 그런 감성이 조금씩 묻어있는 것 같다. 가사도 그렇지 않나.
 
Q. 헤이즈의 음악 스타일이 확보가 된 것 같다본인에게 긍정일까 부정일까

나는 피드백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다. ‘젠가’를 냈을 때도 ‘쉬즈 파인’을 냈을 때도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도전한 거였는데 리뷰를 보니 ‘산으로 간다’는 반응이 많더라. 반면에 비슷한 노래를 계속 하면 너무 지루해 할 수도 있으니까 그 안에서 새로운 색을 만들어야 할 텐데 사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사적인 측면이나 멜로디는 기존의 색을 가져가면서 장르에만 변화를 주었다. 처음해보는 시티팝이지만 내 감성이 온전히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그렇게 다르다고 느끼지 않으실 것 같다. 

사진 = 스튜디오블루
사진 = 스튜디오블루

Q. 스스로 생각하는 헤이즈 음악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나는 경영학 전공이다. 어렸을 때 첼로를 배운 기억으로 악보만 겨우 읽는 정도지 ‘음학’을 배워본 적이 없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멜로디를 만들 때 이렇게 안 썼을 것 이라는 이야기를 다른 뮤지션들에게 많이 들었다. 가사도 정말 나의 일기감성으로 적지 않나. 배우지 않은 점이 아마 나의 색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Q. 음악적 한계를 정해두기도 하나
 
할 수 있는 음악과 할 수 없는 음악은 설정을 해두는 편인 것 같다. 듣고 멋있는 음악이 있는데 이건 정말 내 영역이 아니다 라고 느끼면 듣는 것에 만족을 한다. 최근에 빌리아일리쉬의 곡을 들으면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하면 멋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예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포기했다.(웃음)
 
Q. 헤이즈가 가장 잘하는 음악은 무슨 음악인가
 
갑자기 떠오르는 곡들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함께 떠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비도 오고 그래서’, ‘저 별’, ‘널 너무 모르고’,‘떨어지는 낙엽까지도’ 모두 한 번에 떠오른 곡들이다. 여태까지 좋아해주신 음악을 토대로 보면 갑자기 떠오르는 감정으로 곡을 썼을 때 가장 나다운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사진 = 스튜디오블루
사진 = 스튜디오블루

Q. 음악은 슬픔이 많은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맞다. 내가 성격은 외로움도 잘 안타고 밝고 힘든 것도 사실 많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좋아하는 날씨는 비오는 날이다. 밝은 날보다 흐린 날을 더 좋아하고 계절도 가을을 좋아한다. 그런 감성이 있는 게 예전부터 듣고 자라온 음악의 영향인 것 같다. 실제 성격과는 굉장히 다르다.
 
Q. 매년 성실하게 좋은 앨범들로 찾아오는데 혹시 슬럼프가 온적은 없나
 
아직까지 슬럼프가 크게 온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는 ‘곧 오지 않을까’ 라는 걱정은 든다. 언제나 내 이야기를 쓰는데 최근 몇 년간 나의 삶에는 변화가 없었다.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영감이 고갈되면 어디서 영감을 받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오면 아마 슬럼프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Q.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
 
변함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부끄러움 없이 다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가수로 활동을 하고 싶다. 열심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겠다. 지금처럼 기다려 주시고 늘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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