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옥씨엔으로 불러주세요” 이중옥의 신선한 두 얼굴
[인터뷰] “옥씨엔으로 불러주세요” 이중옥의 신선한 두 얼굴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0.1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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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순도 100% 비호감 캐릭터가 배우 이중옥으로 인해 탄생했다. 추레한 모습으로 눅눅하고 어두운 고시원을 누비는 OCN <타인은 지옥이다> 속 홍남복의 이야기다. 웹툰 속 캐릭터를 현실감 넘치게 구현한 탓에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 못한다”다고 ‘웃픈’ 후일담을 털어놓지만 데뷔 20년 만에 드라마 시리즈에 이름을 올린만큼 이 작품은 이중옥에게 많은 것들을 남겼다.
 
이중옥 또한 “<타인은 지옥이다>가 끝나서 섭섭하고 아쉽다”며 “5달 이상 길게 촬영한 작품이 개인적으로 처음이라 단번에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선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홍남복과는 달리 사람 좋은 웃음과 털털하고 담백한 말투로 인터뷰에 임한 이중옥. <타인은 지옥이다> 종영 직후 그를 만나 드라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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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X 싫어’ 욕 메시지도” 첫 드라마 입성이 남긴 것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서울로 올라온 청년 윤종우(임시완)가 서울의 한 낯선 고시원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김용키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의 드라마다. 이중옥은 극중 313호에 거주하며 윤종우의 짜증을 유발하는 인물 홍남복 역을 맡았다. 고시원 어벤져스, 일명 ‘고시원 어벤져스’ 중 한 인물로 캐릭터 열전이라고 할 만큼 유니크한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Q. 원작 싱크로율이 높은 걸로 방영 전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A. 웹툰을 많이 참고했고 웹툰 특유의 분위기를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홍남복이 어떻게 살아왔을까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다. 전자발찌나 장기밀매 등 원작에 없는 것들도 추가됐는데 수월하진 않았다. 그걸 다 모아서 시청자들에겐 한 번에 보여줘야 하니 고민하느라 고생을 꽤 했다. 특히 전자발찌는 감독님의 아이디였는데 너무 혐오스럽게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적정 수준에서 잘 끝난 것 같다.
 
Q. 방송 후 반응들에 대해서도 찾아봤나
A. 댓글이나 개인적으로 오는 메시지들을 봤는데 ‘XX 싫어’ 라고 하시더라.(웃음) 기분은 안 좋지만 칭찬으로 받았다. 실제로 만났을 때도 많이 피하신다.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알아보는데 수군거리며 ‘313호다’ 하신다. 사진을 요구할 때도 호감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선뜻 못 다가오시고 쭈뼛거리는 게 느껴지더라.

 

사진=CJENM
사진=CJENM

Q. 고시원 캐릭터들을 통틀어 고벤져스라고도 불린다
A. 싱크로율이 높다는 말이니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다들 기분 나빠했다.(웃음) 정상적인 인물들이 없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있으니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누가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냐는 질문에) 왕눈이 역할이었던 이현욱 배우가 가장 닮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에서처럼 무서운 친구는 아니지만 말하는 톤도 평소와 비슷하다.
 
Q.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타인은 지옥이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제안을 받으니 한 번 읽어보게 된 거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더라. 웹툰까지 바로 찾아봤다. 그 전까지는 에피소드의 한 특집 수준으로만 드라마에 출연했었다. 한 캐릭터를 맡아서 이렇게 길게 나오는 건 처음이라 ‘긴 호흡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많이 했다.
 
Q. 드라마에 주요 배역으로 입성한 감회가 남다를 것도 같다
A. 큰 역을 맡고 나니 달라지는 것들이 보이더라. 드라마 한두 편 나올 때와는 달랐다. ‘드라마가 무섭구나’ 라고 느낀 게 잠깐 나올 때와는 달리 다른 분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또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는 라이브로 계속 되니까 그 차이점이 있다.
 
Q. <타인은 지옥이다>가 이중옥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A. '사람' 아닐까. 사실 처음에는 막막했다. 10부작이 내게는 길다면 긴데 어떻게 찍을까 걱정도 됐지만 그런 걱정이 첫 날 다 무너졌다. 첫날 촬영 후 간단하게 술을 먹고 헤어지는 분위기에서 (이)동욱이가 내 점퍼를 챙겨주는데 그게 너무 고맙더라. 내 점퍼를 기억하는 게. (일동 폭소. 감동 포인트가 너무 소박한 것 같다는 질문에) 그런가.(웃음) 그런데 두 살 터울이라 살아온 세월이 세대가 비슷해서 이야기도 잘 통했다. 선입견이 생길 틈이 없었다. 또 연기의 맛을 알았다는 것. 연기가 재미있는 거구나 또 한 번 느꼈다.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 악역 벗어나고 싶기도… 이중옥의 또 다른 도전
 
연극으로 데뷔해 연극 무대와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중옥. <밀양>(2007)부터 <부산행>(2016), <버닝>(2018), <마약왕>(2018)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2019)에서 신스틸러로서 관객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조금씩 존재감을 넓히고 있지만 사회 부적응자, 소외 계층 캐릭터를 주로 맡다보니 혹시라도 이를 접하는 대중들의 피로감이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단다.
 
Q. 악역 캐릭터들이 워낙 강렬했다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연기는 없나
A. 정상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사회 부적응 캐릭터를 주로 맡다보니 혹시라도 똑같아 보이지 않을까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얼마 전에 그 고민을 배우 이정은 선배에게 털어놨다. 비슷한 역할 때문에 금세 소모될까봐 걱정이다, 라며 이야기를 꺼냈더니 충고를 잘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게 됐다. 
 
Q. 배우 이정은이 어떤 충고를 해주셨나
A. 본인도 엄마 누나만 십 년을 했다고 말하셨다. 그러다보니 <기생충> 제안도 들어오고 또 <타인은 지옥이다>에서처럼 아줌마 역할이 들어왔다고. 배우라는 게 그런 게 아니겠냐, 찾아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씀하시는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더라. 그 조언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
 
Q. 곁에 있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작은아버지인 이창동 감독의 존재도 든든할 것 같다
A. 이번 추석 때 뵀는데 별 말씀은 안 하시더라. 뭔가 조언을 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제사상 잘 차려라’라는 말씀만 하셔가지고.(웃음)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  업계 관계자들이 ‘저 친구는 특별할 거야’, ‘피는 못 속여’ 같은 생각들을 하시더라.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곁에 있어주시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 알게 모르게 조언도 해주신다. 2세 중에서는 내가 연기나 연극을 할 줄 몰랐다고도 하셨다. 내세울만한 몸뚱아리는 아니라서 아니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Q. 이창동 감독 영화에 출연 이야기는 없었나
A. 낙하선처럼 바로 되는 건 없다. 나도 오디션을 봐야 한다. 보더라도 큰 역은 기대 안 한다. 일적으로는 냉정하게 하실 분이라.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 <극한직업→ <타인은 지옥이다>, 이중옥의 2019

2019년은 이중옥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데뷔 후 20년 동안 잔잔하게 배우 생활에 정진해왔으나 이제 이중옥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났고 그를 향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장르물에서 주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OCN의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를 넣어 ‘옥씨엔’이라는 별명도 스스로 붙였다고. 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중옥에게 배우로서 또 다른 욕심이 생긴 것이다.
 
Q. <극한직업>부터 2019년 스타트가 좋았다
A.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극한직업>도 1600만 관객이 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분들의 운이 다 모여서 그 결과가 나온 거라는 말씀 밖에는 못 드리겠다. 내가 거기서 한 몫을 했다면 한 거지만 그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Q. 올해 첫 단추를 잘 꿰서 하반기까지 잘 마무리하고 있지 않나. 소감이 어떤가
A.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또 바로 작품을 하고 싶다. 유명한 작품을 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싶다. 어떤 역할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고 싶다.
 
Q. 이미지 변신의 일환으로 선한 역할을 꿈꾸기도 하시나
A. 변신이라기엔 내게는 좀 거창하지만 물론 다른 역할은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역할.(웃음) 지금 언뜻 생각나는 건 깐깐하고 못된 직장상사 역할? 근데 또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맡은 캐릭터 중 모든 걸 포함해서 홍남복이 악역 1위인 것 같은데 홍남복을 뛰어넘는 악역도 다시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뭐든 해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아직도 이중옥에게 홍남복을 겹쳐보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A. 아까도 샵에서 어떤 분이 나를 봤다길래 그 분에게 ‘나 착한 사람이라고 전해달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작품은 작품일 뿐이다. 배우는 그냥 작품 할 때에 열심히 임하는 거고 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나로 돌아왔을 땐 다르게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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