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다 끝나니까 저 또한 함께 성장을 한 것 같았어요.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죠”
유쾌하고 즐겁지만 때로는 가슴 아팠고, 먹먹하기도 했던 청춘들의 한바탕 수다가 끝났다. 한지은은 <멜로가 체질> 속 한주의 삶을 살면서 실제 인생에 소중한 동료를 얻었고, 모성애를 경험했으며, 스스로에게 예민했던 ‘자신’에게 진짜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었다. 함께 성장하며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찍게 해준 작품. 뜨거운 ‘말’들로 가득했던 <멜로가 체질>은 한지은에게 인생의 선물 그 자체였다.
Q. 종영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멜로가 체질>은 저에게 행운처럼 찾아온 작품이었어요. 굉장히 좋은 친구를 남겨주었고 작품을 통해서도 제가 많이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죠.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위로받고 싶거나 행복함을 느끼고 싶거나 그럴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마케팅 일을 하는 워킹맘 한주의 역할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분명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일을 하는 건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하니까 공감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PPL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잘 몰라서 주변 지인 분들을 통해 실제 종사자를 만나 이런 저런 조사를 많이 하면서 도움을 받았죠. 엄마라는 존재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여자로서 어느 정도까지는 느낄 수 있지만 내 배 아파 낳고 길러본 엄마만의 모성애를 가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게 자칫 잘못하면 너무 어색해 보일수도 있기 때문에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래서 수소문 끝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을 찾아뵙고 그분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엄마들만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감정이 어떨지를 체크했죠. 대본을 보면서 의문이 드는 감정선을 여쭤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그 감정들이 어느 정도는 깊어진 것 같았어요.
Q. 아들로 나온 인국이(설우형)와 호흡은 잘 맞았나요?
실제로 인국이는 어른스러운 면이 있어요. 말도 행동도 모두 그렇죠. 아이인지라 애교도 많고요. 현장에서는 저를 한주엄마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인국이와 함께 하면서 진짜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아직까지도 영상통화도 하고 음성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알게 모르게 무척 정이 많이 들었어요.
Q. 회사 대표로 나왔던 소진(김영아)과의 케미도 돋보였어요
김영아 선배님은 정말 실제로도 멋있는 분이에요. 처음부터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셨어요. 실제로 뮤지컬 연출 쪽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분이신데, 그래서 그런지 연기할 때 보면 굉장히 시야를 넓게 보세요. 굉장히 많이 이끌어줬고 제가 생각한 걸 늘 잘 받아주셨죠. 작품 속에서 나온 모습이 실제로도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Q. 결국 재훈이(공명)와는 이어지지 않았잖아요.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둘에게 맞는 선택의 결말이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클럽남자를 만나고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될 줄은 몰랐었죠.(웃음) 처음에는 놀래긴 했던 것 같아요. 한주가 은근히 재훈이에게 적극적이고 직설적이게 마음을 표현했던 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하지만 기대가 있으면서도 만나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항상 재훈이의 연애 고민 상담을 해준 사람이었으니까요. 저는 그래도 재훈이와 하윤이가 그전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했던 것이었지 사랑이 아닌 감정은 아니었으니까 올바른 방식으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둘 역시 열린 결말로 끝났으니까 잘 된 일 아닐까요.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이죠.
Q. 그래도 한주가 클럽남자를 만난 건 또 의아하긴 했어요
- 맞아요. 그런 반응이 많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제가 드라마 초반에 친구들이랑 클럽을 다녀오고 나서 “장소에 대한 편견 아닌가? 클럽에도 괜찮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라는 대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한주의 생각을 내비친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생각해보니 복선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한주는 선입견이 없고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에 얘라면 만날수도 있겠다 생각했죠.(웃음)
Q. 많은 사람들의 인생드라마 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데, 사실 1%대의 시청률은 아쉽기도 했어요
제 주변 분들은 다들 봤다고 하셨는데 그게 참 참 이상한 일이..(웃음) 수치적으로는 그렇지만 그거에 비해서 사랑해 주는 분들의 깊이가 참 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멜로가 체질>을 ‘인생드라마’, ‘띵작’이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거든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뜨거움을 많이 느꼈죠. 더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연하기에는 현장 분위기가 또 정말 좋았거든요. 인물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었는데 모두가 만족을 했던 작품이기도 했죠. 나중엔 배우들끼리도 서로가 서로의 팬이 될 정도였어요.
Q. 6화에 한주의 ‘오빠X1000’신이 화제가 되면서 큰 웃음을 선사했었죠. 당시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첫 신을 찍고 나서 집에 가고 싶었어요.(웃음) 진짜 한주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말 너무 가고 싶고 벗어나고 싶더라고요. 정말 극 속에서도 일부로 연기를 하는 한주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감독님한테 너무 부끄럽다고 말씀드렸는데 몇 번하다보면 적응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정말 하다 보니 적응이 되고 즐기고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욕심이 나서 감독님이 자제시킬 정도로 이것저것 더 해보기도 했죠.(웃음) 그런데 사실 그 신이 웃기기도 하지만 현실을 담고 있는 씁쓸한 장면이기도 하잖아요. 댓글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셨는데, 아 시청자분들이 그래도 한주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해서 봐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뭉클했던 것 같아요.
Q. <멜로가 체질>을 통해 가장 크게 배워간 점이 있다면요?
일단 가장 큰 건 동료배우들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같이 연기했던 천우희, 전여빈 배우들과 정말 많이 의지를 했고 통하는 점들도 많았죠. 우희는 극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주는 섬세한 친구였고 여빈이는 저와 첫 드라마 주연을 같이 했다는 공통점으로 깊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동질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연기를 즐겁게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기본적인 욕심 때문에 캐릭터에 예민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계가 느껴지거나 표현이 잘 안될 때 굉장히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이번에는 동료들과 편안하게 의지하면서 촬영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재밌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청춘의 성숙을 다루고 있잖아요. 마지막 촬영 때는 이상하게 제 자신이 같이 성장을 한 것 같더라고요.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다채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작은 역할을 할 때부터 저를 봐오고 응원해준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는데, 매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저를 매치하지 못 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저에게는 그게 배우로서 굉장히 큰 장점이 되겠다 싶었죠. 어떤 역할도 작품 안에서 작 녹여내어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들을 잘 다듬어 꺼내야 하는데 그런 좋은 경험들을 평소에 많이 채워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