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인터뷰] '판소리복서' 엄태구, 이토록 순박한 배우
[손바닥인터뷰] '판소리복서' 엄태구, 이토록 순박한 배우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10.04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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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병구 같다는 말 오늘만 몇 번째인지…”
 
배우 엄태구가 쑥스럽게 웃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느리고 배려가 깃든 음성, 상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온화한 눈빛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를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투까지 엄태구는 영화 <판소리복서>의 병구를 실제로 마주하는 기분을 들게 했다. 강렬한 인상과는 달리 순박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찬 배우. 영화 <판소리복서> 개봉을 앞두고 엄태구를 만났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등에서 주목 받은 단편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정혁기‧조현철 감독)을 장편으로 각색한 영화 <판소리복서>는 세계 최초 판소리 복싱이라는 소재를 코미디와 함께 버무린 유니크한 영화. 엄태구는 극중 펀치드렁크(뇌세포손상증)를 앓게됐지만 미완의 꿈이었던 판소리 복서를 위해 노력하는 병구 역을 맡았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특히 그동안 영화 <잉투기>, <차이나타운>,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등 작품에서 강렬하고 선 굵은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던 엄태구가 복싱이라는 꿈을 향해 내달리는 순박하고 엉뚱하며 어리숙한 청년 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원래 단편영화 <뎀프시롤: 참회록>의 팬이었다던 엄태구. 그는 “단편영화를 처음 보고 감독이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 가지로 부담감이 커서 고민을 했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고 말했다.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촬영 기간을 포함해 무려 6개월간 복싱을 연습했고 연습 당시 실제 복싱 선수들의 동계훈련 강도의 밀도 높은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엄태구. 그는 형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 촬영 당시 킥복싱을 배운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연습에 임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엄태구는 “복싱 코치가 일대일로 붙어서 하루에 5시간씩 연습했다. 혹시 실제 선수들이 보신다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아서 목표를 높게 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보고자 했다. 판소리 복싱으로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실전에서도 가능하도록 느끼게 하고 싶었다. 어찌 보면 불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한 것처럼 보여야 믿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실전에서 연습하면서도 ‘이런 것들이 정말 가능할까요?’ 라고 코치에게 물어보면서 만들어나갔다”고 전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현실에서도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인터뷰에 임했던 엄태구는 “말투를 어떻게 하자는 생각은 안했다”며 “그 순간에 좀 더 진실되게 표현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치드렁크라는 병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도 조금이라도 가볍게 접근하려는 걸 조심하려고 했고 최대한 진중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다만 말이 어눌해지는 게 그 병의 증상 중 하나였다고 하더라. 그 부분을 최대한 진솔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또 민지(혜리)에게 말을 하다보니 더 자연스럽게 그런 (다정한)말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실제 모습에 대한 갭에 대해 엄태구는 “의외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예전에는 더 조용했는데 지금은 조금 말이 많아진 편”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배우 엄태구의 달라진 매력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기분이 어떻냐고 묻자 엄태구는 “걱정이 많이 되고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더 떨렸는데 언론시사회에서 키득키득 소리가 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족 시사회 때 주변 지인들을 초대해서 봤는데 다들 재미있게 보셨다더라.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많이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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