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 아닌 학도병이 주인공”…김명민, 리더의 품격
[인터뷰] “나 아닌 학도병이 주인공”…김명민, 리더의 품격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9.24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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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김명민이 한 발 뒤로 물렀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학도병들의 이야기며, 학도병 역을 맡아 뛰고 구르며 고생하던 후배 배우들이 진짜 주인공이라고 추켜세웠다. 영향력 있는 배우이자 선배가 조력자를 자처하며 중심에서 주변으로 빠졌지만 영화를 본 우리들은 안다. 영화 속에서 현장 속에서 유일무이 리더였던 김명민이 세운 공을. 그는 사소한 행동과 말 하나로 리더의 품격을 증명해냈다.
 
평균 나이 17세, 훈련 기간 단 2주에 불과한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전투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 곽경택·김태훈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김명민은 극중 유격대의 리더 이명준 대위 역을 맡았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명준 대위는 출중한 리더십과 판단력으로 유격대를 이끄는 리더. 772명의 학도병들과 함께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그는 상륙 직전 태풍에 좌초될 위기를 겪고, 상륙한 해변에서부터 인민군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난관에 봉착하지만 최선을 다해 작전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이순신 장군 중 최고로 손꼽히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부터 <하얀거탑>, <베토벤바이러스> 그리고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폭 넓은 배역을 소화해왔던 김명민이 그간의 내공을 살려 <장사리> 속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를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도 현장에서도 리더였던 김명민은 “나이가 많다 보니 해야할 일이 많다. 스태프를 융화시키고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나는 학도병 배우들 보다는 덜 고생하지 않았나. 그들 보는 입으로 터는 게 많았다.(웃음) 그래서 현장을 챙기고 잘 돌아가나 살폈다”라고 말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을 전면에 세웠지만 <장사리> 속 진짜 주인공은 학도병이다. 여러 인물에게 분량을 할애하면서 김성철, 이재욱, 이호정 등 낯선 얼굴들에게 분량을 할애한다. 이명준의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명민은 “참고된 시나리오에서보다 조금 편집이 된 것은 맞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장사리>가 학도병들의 영화인데 내 위주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 영화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간의 흥행 참패를 딛고 복수하겠다’, ‘돈을 벌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자료를 찾다 보니 화가 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전이 자행됐다는 것이. 그리고서 바로 ‘이거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배우로서의 욕심은 있었지만 (학도병에게 포커스를 맞춘 게) 영화로서는 결과적으로 너무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사실 분량을 많이 덜어낼 것을 그 전부터 조금은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나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덜어냈다고 말씀하시더라.(웃음) 나중에는 ‘내 분량 다 드러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감히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 학도병 배우들을 살뜰하게 챙겼다는 김명민. 사비로 후배들 밥값을 계산했다는 미담도 현장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린 후배 배우들 사이에서 어땠냐는 질문에 김명민은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사이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냥 보고 있으면 흐뭇했다. 촬영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정말 전쟁터의 고아처럼 바닥에 놀고 있는 걸 보면 당시 학도병 모습들이 그렇지 않았을까도 싶다. 정말 애들이지 않나. 얼마나 처참하고 무서웠을까. 저런 어린 아이들이 인민군을 상대로 싸웠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우리는 ‘컷!’ 하면 끝이지만 그 분들은 끝이 없지 않나”며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은 <장사리> 속 장사리상륙작전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를 소망했다. 그는 “내가 중요한 포지션인 것 같다. 아버지는 전쟁을 겪으셨고 나 또한 격동기 속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과거 피난 이야기를 해주시면 ‘음, 그랬구나’ 하고 별로 체감하지 못했다. 내 세대도 그랬는데 지금은 어떻겠나. 세대가 가면서 시큰둥해지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조선시대를 더 잘 알고 당시의 위인, 히어로들에 대해선 잘 알면서 가장 최근에 현대사, 그 중에서도 비극적인 전쟁 장사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끝으로 김명민은 “<장사리>는 반공영화도 아니고 속된말로 국뽕 영화도 아니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는 그런 우려도 있었는데 지금은 싹 다 들어갔다.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해당되지 않는 영화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하는 건 비극적인 역사, 어린 민초들의 희생정신이다. 가족끼리 와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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